기자 출신 화가가 그린 시간에 갇힌 ‘고독한 거인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5. 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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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처럼 어두운 색조의 그림 속엔 표정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16일 만난 작가는 "내 그림 속에는 아이도 어른도 모두 시계를 차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숙명적으로 유한한 시간을 갖고 있는 시간낭비자다"라고 말했다.

기자 출신 답게 사회적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메시지를 그림 속에 담아낸다.

작가는 "7년을 기자로 일하다 화가가 되려고 했지만 가족에게 시간낭비라는 말을 들었다. 시간에 맞서는 인물 그림에는 내 개인사도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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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액스 미스유타
페레스프로젝트서 개인전
헐벗은(Barest) [페레스프로젝트]
잿빛처럼 어두운 색조의 그림 속엔 표정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남녀노소를 구분하기 힘든 익명성이 강조된 인물들은 한데 뒤엉켜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이들의 손목에는 죄다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가 채워져 있다. 시간의 노예로 ‘고독한 거인’처럼 사는 현대인을 묘사한 캔버스다.

러시아 브랸스크 출신으로 6년 전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이주해 활동하는 작가 액스 미스유타(40)의 아시아 첫 개인전 ‘정점의 직전(Best Before)’이 서울 사간동 페레스프로젝트에서 6월 30일까지 열린다. 무채색에 가까운 색상이 인상적인 거대한 회화 신작 12점과 조각 10점을 선보인다. 16일 만난 작가는 “내 그림 속에는 아이도 어른도 모두 시계를 차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숙명적으로 유한한 시간을 갖고 있는 시간낭비자다”라고 말했다.

미스유타는 대학에서 문학·언론학을 전공하고 지역신문 기자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의 화가다. 조각 같은 풍성한 양감의 인물을 독창적 화풍으로 그리는 것도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 가능한 자유로움으로 보인다. 기자 출신 답게 사회적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메시지를 그림 속에 담아낸다. 작가는 “7년을 기자로 일하다 화가가 되려고 했지만 가족에게 시간낭비라는 말을 들었다. 시간에 맞서는 인물 그림에는 내 개인사도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미스유타는 자기 경험과 타인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사전 계획 없이 캔버스에 바로 작업한다. 어두운 색의 물감으로 첫 번째 레이어를 올린 후, 무의식에 흐름을 맡기는 오토마티즘(Automatisme)에 가까운 기법을 쓴다. 직관과 즉흥성은 감정을 담는 도구가 된다.

결혼식과 장례식을 그리기도 하고, 춤추는 군중, 슬픔에 잠겨 쓰러진 인물도 화폭에 담겨있다. 표정이 없는 얼굴은 개인의 투쟁을 상징한다. 회화의 옆에는 팔이 없거나, 날개를 단 인간 형태의 조각 ‘추구자(Seekers)’가 함께 놓였다. 수동적이고 무력해 보이지만 날개는 변화와 해방을 꿈꾸는 인물의 바람을 암시한다.

작가는 “회화와 달리 조각은 조금 더 자유롭다. 그림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두 작업을 함께하며 공부를 하는 것이 많다”라면서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나는 그림을 통해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액스 미스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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