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나는 뉴진스 엄마" vs 하이브 "뒤에선 멤버 비하"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5.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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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도 치열한 난타전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 간 경영권 분쟁이 '괴물 신인' K팝 그룹 뉴진스의 거취를 둘러싼 법정 폭로전으로 비화했다. 17일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신청한 '어도어 대표이사 해임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의 심문기일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 주재로 열린 이날 심문에서 하이브 측은 민 대표 측이 외부 투자자를 만나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자'고 한 대화 내용을 장기적·구체적 모의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했다. 민 대표가 하이브의 주요 주주인 두나무, 협력사인 네이버 고위직을 만난 정황도 있다고 했다. 하이브 측은 "이들로 하여금 하이브 지분을 팔거나 동반관계를 끊도록 해 하이브를 협박하고 이를 통해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본다. 반면 민 대표 측은 "경영권 찬탈 모의 등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방어했다. 어도어 부사장이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과 만난 것에 대해서도 "뉴진스의 실적 홍보를 했을 뿐 민희진은 외부 투자자를 만나 투자 의향을 타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멤버들 탈퇴나 위약금에 관한 대화 내용을 두고는 "어도어의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대강의 방식일 뿐 어도어·뉴진스 간 전속계약을 해지시킬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민 대표와 하이브가 지난해 맺은 주주 간 계약상 '대표 임기 보장' 조항도 쟁점 중 하나다. 하이브는 어도어 설립일로부터 5년 동안 민 대표의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하도록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민희진이 정관, 법령 위반 등 상법상 이사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이라는 등의 조건이 붙어 있다.

원색적인 감정싸움도 이어갔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앞서 기자회견에서 펼친 주장과 반대되는 정황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민 대표는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측근들에게 수시로 '뉴진스 멤버들을 아티스트로 대우하는 게 힘들다' '역겹지만 참고 뒷바라지하는 것이 끔찍하다'며 멤버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썼다는 메시지를 캡처해 증거로 제출했는데, 멤버에 대한 외모 평가나 비하 표현이 담겼다. 또 하이브 측은 "민 대표는 가처분 신청서에서도 뉴진스 멤버들을 자신이 없으면 정신적 충격을 받아 공연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말 나약한 존재로 표현했다"면서 "아티스트가 수동적 역할에만 머무르길 원하면서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모녀 관계'로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 대표의 '주술 경영' 의혹과 함께 '왜곡된 성 인지 감수성' 등을 추가로 언급하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민 대표가 어도어를 설립할 때 '올조이'라는 사명을 선호했으나 무속인이 '어도어'를 선호해 지금의 사명이 됐고, 뉴진스 멤버를 선정할 때도 무속인 의견을 따랐다는 것이다.

민 대표 측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하이브에서 뉴진스 견제와 차별이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주장과 관련해 멤버들이 직접 '저도 엘리베이터였다' '내리려고 하셔서 인사드렸는데…'라고 말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법정 화면에 띄우기도 했다. 하이브가 편법으로 앨범 판매량을 띄우는 이른바 '음반 밀어내기'를 한 정황도 주장했다. 다만 하이브 측은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

방 의장은 이날 재판부에 낸 탄원서 일부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처음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31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결정을 내놓을 방침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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