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객 90% 회복에도 면세점 실적 개선은 더딘 이유

김은영 기자 2024. 5.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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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4사 1분기 영업이익 감소
고환율로 면세점 가격경쟁력 저하
단체→개별 관광객 증가
다이소·올리브영 찾아
쇼핑보다 관광 추구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실적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면세점 큰 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과 보따리상(따이궁)의 소비가 회복되지 않은 것이 주원인이다. 달러 강세로 인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 저하와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쇼핑 중심에서 순수 관광 목적으로 변화한 것도 한몫했다.

서울의 한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연합뉴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롯데 면세 부문 1분기 매출은 819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80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내수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로 유커 회복 속도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고환율에 따른 상품 원가 상승, 다점포 운영에 따른 인건비, 임대료 부담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라고 했다.

호텔신라 면세점은 1분기 매출이 8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7% 급감한 59억원을 기록했다.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의 매출이 각각 20%, 57%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으나, 해외 공항 임차료 부담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신세계디에프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 줄어든 4867억원, 영업이익은 70% 줄어든 72억원을 기록했다.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의 매출이 각각 4%, 6% 줄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1분기 매출은 24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2억원으로 105억원이 개선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40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의 88.6%까지 회복했다. 면세점 매출의 80%가량을 외국인이 차지하는 걸 고려하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이 방한객 수만큼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중국 관광객의 회복이 더뎌서다. 2019년 1분기 중국인 입국자 수는 133만 명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01만 명으로 76% 정도 회복됐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형태가 단체에서 개별 관광으로 변하고, 쇼핑보다는 관광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면세점의 입지가 약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방한 중국 관광 트렌드 변화 분석’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방한 목적에서 쇼핑 비중은 2019년 95%에서 2023년 68%로 줄었다.

여기에 최근 달러 강세(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면세점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서울 중구 '올리브영 명동 타운' 색조 코너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보다 올리브영 등 로드숍(길거리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단체 관광객을 면세점에 초청해도 예전처럼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실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생활용품 매장인 다이소의 외국인 매출은 2022년 전년 대비 300% 늘었고 지난해는 130% 증가했다. 올리브영 역시 외국인 매출이 2022년 전년 대비 1710%, 지난해 660% 증가했다.

다만, 여행 성수기인 2분기부터는 면세점 업황이 회복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반전을 이뤄냈던 국내 패키지여행사들의 사례를 볼 때 지금은 업황 회복의 초입”이라며 “국내의 경우 패키지여행의 회복은 자유여행의 회복에 1년 후행했다. 중국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면세업계는 내국인과 개별 자유 여행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판촉비 부담이 큰 따이궁 등 상업성 고객 의존도를 낮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1분기 이 면세점의 상업성 고객 비중은 작년 같은 기간 73%에서 올해 53%까지 낮아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MZ세대 전용 멤버십 하입클럽을 출시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선호하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젊은 고객들에게 특별한 쇼핑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자체 캐릭터인 ‘폴 앤 바니’를 내세운 자체 향수를 출시하고 브랜딩 강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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