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 지역비하 논란에…강호동 소환된 까닭 [이슈+]

김소연 2024. 5. 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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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1박2일' 영상 캡처


"피식대학이 이미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 코미디언은 강호동"

지난 3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피식대학, 당신들도 나락에 갈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나락퀴즈쇼' 영상에서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는 "피식대학이 이미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는 코미디언을 고르시오"라는 질문에 강호동을 꼽았다. 보기에는 유재석, 신동엽, 이경규 등도 있었다. 그렇지만 피식대학이 지역비하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강호동의 방송 매너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영상 캡처


방송사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개설한 채널 피식대학은 '야인시대 외전', 'B대면데이트',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백' 등 다양한 세계관의 콩트를 보여주며 급성장했다. 17일 기준 구독자 수는 317만명, 지난해엔 '피식쇼'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영상에서 선을 넘는 발언들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는 지인의 소개로 이곳을 찾았는데, 지명을 보고 "중국 아니냐"고 하는가 하면, 수제버거 전문점에서는 사장님을 곁에 두고 "굳이 영양까지 와서 먹을 음식 아니다"고 혹평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영상 캡처


특히 로컬푸드 판매점에서 구매한 블루베리 젤리에 대해서는 "할매 맛"이라며 "할머니의 살을 뜯는 것 같다"는 엽기적인 평가를 내놓았고, "여긴 소도시가 아니고 그냥 소촌", "강이 위에서 볼 땐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 등 비하성 발언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상호명, 지명 등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일방적인 '꼽주기'(눈치주기)도 불편하지만, 선을 넘는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과 책임감도 없는 거 같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촬영 허가를 해주며 호의를 베푼 소상공인에게 폭격을 가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

문제는 이런 발언이 문제가 된다는 걸 피식대학 멤버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양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던 김민수는 울산에 맛집이 없다는 이용주의 말에는 "울산을 그렇게 말하는 거는 저와 제 아버지를 욕하는 것과 같다"고 발끈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16일에는 경북도 차원에서 "최근 유튜브 등에서 경북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직접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피식대학의 무례한 행동이 논란이 되면서 강호동이 과거 KBS 2TV '1박2일'에 나와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고, 진심이 담긴 리액션을 보여준 것을 추억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기보다 맛있다"는 표현으로 화제가 됐던 전남 영광 편의 봄동 겉절이 '먹방'이 다시 회자되면서 "유튜버와 국민MC의 차이", "자신을 낮추는 방송을 보고 싶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피식대학을 이전부터 지켜봤던 사람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있다. "강호동을 뛰어넘었다"는 말이 나온 나락퀴즈쇼에서는 "'핑계고', '요정재형', '나영석의 나불나불', '유 퀴즈 온 더 블럭' 중 가장 작품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를 고르시오", "손흥민, 방탄소년단 RM, 박재범, 세븐틴 중 실력에 비해 너무 잘 된 사람을 고르시오" 등 재미도 명분도 없는 억지 흠집내기식 질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일주일 넘게 논란이 거듭되는 상황이지만, 피식대학 측은 사과는 물론 이렇다 할 입장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등장할 때도 적지 않은 금액의 제작비를 지원해야 할 만큼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성장했지만, 태도나 매너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피식대학 측은 '피식쇼 현우진' 편을 게재하고, SNS 업로드도 꾸준히 이뤄졌다. 때문에 사과 요청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에 실망감을 표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해당 문제들을 지적하는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피식대학 측은 침묵을 택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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