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시작한 스크린골프, 내 인생을 바꾼 최고의 선택”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5. 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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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매경오픈 챔피언 김홍택
스크린골프 황제서 필드의 제왕으로
라운드 한 번 가격으로 10번 연습
날씨·시간 영향 안 받아 효과 높아
대회 직전에도 아파트 단지서 준비
KPGA 투어·아시안투어·G투어 병행
이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살아남을 것
제43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정상에 오른 스크린 골프의 황제 김홍택. 매경DB
한국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프로 골퍼가 된 선수들이 있다. 스크린골프를 통해 실력을 쌓아 지난 5일 막을 내린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 정상에 오른 김홍택이다. G투어 통산 12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스크린골프의 황제에서 필드의 제왕으로 거듭났다.

김홍택은 “이번 우승으로 스크린골프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리게 됐다”며 “앞으로도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나만의 방식으로 경쟁이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겠다”고 강조했다.

김홍택이 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야구를 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지만 김홍택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김홍택은 아버지와 함께 방문한 골프연습장에서 골프에 매료됐다.

처음부터 김홍택이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중고연맹 대회에서 아마추어 첫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첫 우승의 맛을 본 뒤 프로 골퍼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김홍택은 연습에 매진했다.

그러나 대회 출전, 연습 라운드, 전지훈련 등 골프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이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김홍택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골프를 계속하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에 빠졌던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스크린골프였다. 필드에 한 번 나갈 돈으로 스크린골프를 10번 넘게 칠 수 있었던 만큼 김홍택은 스크린골프장에서 살다시피했다.

김홍택은 “골프를 계속해서 치고 싶은데 비용 부담이 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스크린골프를 접하게 됐다. 연습할 돈을 아끼려고 시작했던 스크린골프 덕분에 스크린골프의 제왕이라는 기분 좋은은 별명을 얻게 됐다. 여기에 한국의 마스터스라고 불리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도 우승하고 스크린골프를 빼놓고 내 골프 인생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의 골프 인구가 약 600만명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은 500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한국에는 여전히 스크린골프의 연습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는 골퍼들이 많다.

스크린골프로 연습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은 없었을까. 잠시 고민하던 김홍택은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연습하고 각 클럽의 거리감을 정확하게 익힐 수 있어 도움을 받았다. 스크린골프를 치게 된 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됐다”고 설명했다.

스크린골프에서 나오는 거리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이야기라고 했다. 김홍택은 “드라이버와 아이언, 웨지 등 스크린골프와 실제 거리가 동일하다. 볼 스피드, 클럽 스피드 등으로 결정되는 게 거리인 만큼 괴리감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스크린골프가 실전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스크린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홍택. 매경DB
김홍택은 지금도 스크린골프에서 연습하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홍택은 “대회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항상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스크린골프에서 샷감을 점검한다”며 “가끔씩 대전에 있는 조이마루에 방문하기도 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그린 적중률 1위를 차지한 원동력은 스크린골프”리고 말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으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밝힌 김홍택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건 아시안투어 대회 출전이다. 2017년 8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444일 만에 두 번째 정상에 오른 김홍택은 우승 상금 3억원과 함께 KPGA 투어 5년 출전권, 아시안투어 2년 출전권을 받았다. 영국과 모로코 등에서 열리는 총상금 200만달러 규모의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포함해 남은 시즌 아시안투어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홍택은 “지난 1월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부진해 아쉬움이 컸는데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으로 출전권을 확보하게 됐다”며 “KPGA 투어와 아시안투어, G투어까지 3개 투어를 병행하게 돼 행복하다. 아시안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더 큰 무대로 나갈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만큼 열심히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골프 인생에서 아버지를 절대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밝힌 김홍택은 지금도 아버지께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GS칼텍스 매경오픈 셋째날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이 갑자기 흔들렸는데 아버지께 레슨을 받고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며 “아무리 유명한 스윙코치라도 나에 대해 아버지만큼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버지는 내 유일한 골프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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