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당선인 "22대 국회선 과방위원장 여당에 내줘선 안 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언론인 출신 12명이 처음으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기자협회보는 이들 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이훈기·노종면·이정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3명을 이달 초 인터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몇몇 당선인들이 거론됐으나 대다수는 과방위를 희망하지 않았고, 일부 당선인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편집자주
노종면 당선인은 지난 2월 이훈기 당선인과 함께 언론계 인재로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다. YTN 공채 2기로 입사해 ‘돌발영상’ 기획‧제작 및 앵커로 활약했던 그는 2008년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돼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에 맞서 싸우다 해직됐고, 9년 만인 2017년에야 YTN에 복직했다.
지난해 YTN을 떠난 이후 꾸준히 언론개혁과 관련한 목소리를 냈던 그는 22대 국회선 결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윈회(과방위) 위원장을 여당에 내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인은 “여당이 과방위원장을 가져간 이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임명, 공영방송 이사 교체와 KBS 사장 교체, YTN 매각 등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며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노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2월 초 민주당 14호 인재로 영입됐다. 민주당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YTN에 사표를 낼 때부터 정치할 생각이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마침 제안이 와서 수락했다. 제가 먼저 여러 가능성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인맥을 가동해 정치권에 들어가는 방식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다.”
-원래부터 정치할 생각이 있었던 건가.
“제안은 정말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9년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출마 직전까지 갔다가 YTN 사태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 판단해 고사한 적도 있다. 당시 제가 체포돼 유치장에 있을 때였는데 말이 오가다 유치장에 딱 들어가니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제안이 왔고, 고민을 거듭하다 옥중 출마는 거절한 적이 있다. 그다음 총선에서도 역시 제안이 있었고, 또 그다음 총선에서도 제안이 왔다. 그때마다 비슷한 이유로 YTN 문제 때문에 출마를 못 하겠다 거절했다. 그러다 지난해 YTN에서 더 할 역할이 없다 스스로 판단해 사표를 냈고, 그때부터 현실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때가 돼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경선 없이 전략공천이 됐다.
“보통 인재 영입이 되면 통상 전략공천을 한다. 그런데 이번엔 유례없이 영입 인재들의 경선이 많았다. 개인적으론 영입을 해도 경선을 붙일 수 있고, 그게 또 누군가의 경쟁 권한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경선을 할지 고민했는데 결국 치르진 않았다.”
-인천 부평갑에서 출마했다. 희망한 지역구였나.
“지역구는 당이 배정했다. 예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특히 수도권은 후보자와 당이 조율하는 게 아니라 당이 먼저 제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출신도 그렇고 부평 쪽에서 제안이 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는데, 인천의 경우 서구가 분구되는 변수도 있고 해서 확신하진 못했다. 게다가 제가 당시엔 경기 양평에 살고 있었는데 양평 고속도로로 굉장히 화제였다. 그래서 제가 그쪽으로 출마할 거라고 예상한 분들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론 부평갑에서 출마하게 됐다.”
-인천 부평구에서 나고 자랐다. 지역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겠다.
“우리가 지역 정서라고 하면 흔히 남도 쪽만 생각하는데 부평도 그에 못지않은 굉장히 독특한 정서가 있다. 거기서 자란 분들은 아마 동의할 것이다. 인천도 아니고 서울도 아닌 뭔가 끼어 있는 도시의 정서가 있다. 부평은 지리적으론 여러 산들로 분절돼 있고 학군도 나뉘어져 있다. 지역적인 특색도 매우 달라서 군부대와 공단이 들어오며 인구가 늘고 상권이 팽창하면서 인천의 신흥 도심이 됐다. 인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쟤들도 인천이야?’ 이런 느낌이 있는 곳이다. 인천보단 서울과 가깝지만 또 서울은 아닌, 끼어 있는 도시의 정서가 있다.”
-지역구 출마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출마에 대한 생각을 굳혀가면서 가장 크게 했던 고민이 비례와 지역구 중 어느 쪽을 도전할 건지였다. 그런데 지역구 출마로 빨리 결론을 냈다. 어떤 지역이라도 일정한 인구나 면적 등 규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그 반응을 보면서 지역민과 호흡하고 공부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론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원들에 쏠려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지역구에서 당선된 분들이 치열한 선거전을 치러서 그런지 좀 더 힘이 있더라. 이왕 할 바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법조계엔 관심이 없었고 아버지께 PD가 되겠다고 말했다가 YTN에 덜컥 합격했다. 기자가 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건가.
“전혀 없었다. 애초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는데 그 얘길 아버지께 꺼냈다간 쫓겨날 것 같아서 저 스스로 타협을 한 게 PD라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강력하게 반대하시더라. 차라리 영화감독 하고 싶다고 말할걸, 후회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도 그러곤 아들과 타협하는 방법을 계속 찾았던 것 같다. 거의 1년 반 만에 신문 전면 광고로 난 YTN 기자 모집 공고문을 주시더라. 아마 아버지와 주변 어른들 입장에선 PD보다 방송사 기자가 좀 더 출세한 것처럼 보였던 게 아닐지 짐작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도 불안하던 시기여서 어디든 되면 가야지 생각했는데, YTN이 기자를 엄청 많이 뽑는 바람에 덜컥 합격했다.”
-YTN에선 ‘돌발영상’ 기획 및 앵커로서 능력을 발휘했지만 노조위원장이 되면서 오랫동안 해직 상황을 겪고, 복직 후에도 여러 갈등 상황에 몰리며 결국 지난해 3월 사표를 냈다.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YTN에서 제가 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YTN을 팔아먹겠다는 입장이 분명해 보였다.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협박을 받았지만 그땐 실행을 못 할 거라 확신했는데, 이번엔 정말 실행할 것 같더라. 저는 도저히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싸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2008년 노조위원장 하면서 동료‧후배들을 이끌고 집회하던 때를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이미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싸우는 후배를 지원하는 선배는 되고 싶은데, 이룬 것도 없는데 깃발 들고 나를 따르라 하는 선배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랬을 경우 싸움의 동력도 안 붙고 실효성도 없고 자기만족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나가서 현실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YTN뿐만 아니라 언론, 나아가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과제들에 꽤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과제들이 실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언론사에 속해 있는 것이 족쇄로 보였고 빨리 족쇄를 풀고 싶었다.”
-YTN 퇴직 이후 인터넷 매체 ‘스픽스’에서 잠깐 일했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관뒀으니 잠깐 쉬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정치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 당시 제 나름대로 단계를 잡은 게 이슈에 대한 정치적인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서 방송에 많이 출연하고, 가능하면 고정 패널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저를 패널로 쓰겠다고 제안을 준 방송사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때 제안이 온 것이 스픽스였다. 당시 제가 양평 강산면에 살아서 양평 고속도로 문제도 인터뷰하고 이동관 방통위원장 사안도 다수 매체에 출연해 얘기했는데, 그 기간 내내 스픽스가 제안을 줬다. 매체에 속해 일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고정 패널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대신 사전에 사장께는 정치를 할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을 근무하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다.”
-스픽스도 매체라 언론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유튜브 매체도 언론이고 저 역시 언론의 범위를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직행의 의미를 너무 교조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소신이 있다. 제가 그동안 해왔던 행보와 발언을 보면 알 것이다. 언론에 몸담은 사람은 정치권으로 직행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윤리강령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게 3개월이든 6개월이든 퇴사한 뒤 최소한의 냉각기는 거치라는 것이고, 저는 총선 1년 전에 사표를 내면서 YTN의 윤리강령을 지켰다. 어떤 분은 스픽스도 언론이 아니냐고 질문한다. 그런 분 생각에 논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스스로 기준을 지켰다 자신한다. 윤리강령이 존재하는 언론은 레거시 미디어이고 하나같이 스스로 공정하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최소한의 규범으로써 윤리강령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엔 그런 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도 언론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인 색채가 있는 유튜브 방송에 참여한다고 생각했고, 방송에서도 그런 얘기를 했다.”
-선거 기간 여론조사서 상대 후보에 안정적으로 앞섰다. 당선을 예상했나.
“지역구에 민주당 예비후보 세 분이 있었는데 저까지 포함하면 4파전이었고, 전략공천이 된 후에도 개혁신당‧진보당‧무소속 후보가 있어서 4파전이었다. 저한테는 이분들을 설득해 손을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였다. 주위에선 국민의힘 후보와 겨뤘을 때 진보당이나 개혁신당 후보가 가져갈 지지율을 우려했지만 제 판단은 달랐다. 그분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판단과 별개로 지역구가 갈라진 상태서 당선이 돼봐야 지역 조직을 통합하는 데 시간을 다 허비할 거라는 게 저의 큰 고민이었다. 부평갑은 20대 총선에서 야권이 분산된 경험을 했고 ‘퐁당퐁당’ 지역구라고, 한 당의 국회의원이 연임을 해본 적이 없는 곳이다. 선거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분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겠다 판단했다. 결과적으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국민의힘 후보와 1대 1로 맞붙을 수 있었다.”
-총선에선 상대 후보와 큰 격차를 내며 당선됐다.
“저는 자신이 있었다. 왜냐면 제 개인이나 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이 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가 예상했던 정도의 격차는 아니라서 역시 섣부르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선거 결과를 보고 반성했다. 만약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았으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는 민심이 60~70%는 된다고 생각했고 그걸 제가 다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제 지지율이 55%밖에 안 됐으면 4년 뒤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렵기도 하고 더욱 책임감을 느꼈다.”
-민주당을 포함해 야당이 192석을 가져가며 압승했다.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대단한 압승인데 200석을 기대했던 분들은 실망도 한다. 저는 민심이 왜 야당 192석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냈을까 생각해 보면 정치 쉽게 하지 말라는 명령 같다. 192석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200석이 눈앞에 있어서 야당이 잘하면 사안별로 200석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 또 200석이 아니어서 야당이 잘못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거부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참 절묘하다. 이 많은 유권자가 모여 만든 민심, 여론, 표가 어떻게 이런 해석을 만들어냈을까.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생각했고, 민주당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어려운 민생을 떠받치겠다고 한 건데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잘못해서 어부지리로 얻기보다 잘 하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이런 평가를 꼭 받아야 할 것 같다.”
-조만간 국회가 개원한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은 지역에 인사하러 다니기 바쁘다. 임기가 시작돼도 지역 비중은 상당 부분 유지하고 싶은데, 다만 어떻게 안배를 잘할지 고민이 상당히 크다. 우선 주요 공약을 의제로 갖고 갈 수 있도록 자료 조사와 사람 면담을 지속하고 있는데, 의원회관 들어간 이후에도 이 방향성을 유지하려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니까 지역민들과 분리되지 않도록 계속 만나고 소통하고 경청하려 한다. 정책적인 준비를 하는 시간이 부족한 건 조금 아쉽다.”
-상임위로 과방위를 희망하고 있다. 1호 법안으론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저는 1호 법안, 2호 법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법안에 먼저 참여하게 될까 예상가는 건 있지만 그 법안이 가장 중요해서 1호로 입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가 관여하고 있는 방송3법의 조속한 추진은 제가 당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상당히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언론과 관련한 여러 정책 과제가 너무 많은데, 그걸 논의하는 기구로 미디어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되고 그곳에서 우선순위를 정했으면 한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방통위원장 탄핵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얘기하고 있다.
“방통위원장 탄핵은 이동관식 무력화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탄핵 발의에 사퇴로 대응할 경우 중요 일정을 멈출 수 있는 기간은 한 달 미만이다. 이동관 사퇴가 지난해 12월1일, 김홍일 취임이 12월29일이었다. 지난해 좌고우면 없이 이동관 탄핵을 관철했어야 했는데 여권에 대응 수법만 학습하게 해줬다. 악의적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는 22대 국회가 반드시 관철해야 할 언론개혁 과제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다만 MBC와 KBS의 이사회 임기, 사장 교체 시점 등을 고려할 때 방송3법이 최우선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여당이 국회 과방위원장을 가져갈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그 후로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류희림 방심위원장 임명, 공영방송 이사 교체와 KBS 사장 교체, YTN 매각 등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잇따르게 된 것 또한 무관치 않다고 본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을 더 늦추고 약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22대 국회는 과방위를 결코 여당에 내줘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초선 의원의 각오를 들려 달라.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약속을 했다.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관행, 관계 등에 기반한 유혹이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결국 적당히 타협하라는 저 자신 내부로부터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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