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⑨ "우주청이 민간기업 뛰어놀 큰 미션 만들어주길"

이채린 기자 2024. 5. 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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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출신 심수연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대표
심수연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대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우주항공청이 우주를 산업 측면에서 바라봐주면 좋겠습니다. 연구개발(R&D)에서 그치지 않고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관점이 필요합니다."

심수연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 부대표는 지난 4월 페리지 서울 지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에 바라는 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18년 설립된 페리지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싸고 빠르게' 택시처럼 원하는 곳에 위성을 도착시켜 주겠다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약 90명의 직원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ADEX 2023에 전시된 블루웨일1 모형.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심 부대표는 페리지의 주력 사업으로 운송서비스 모델을 꼽았다.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쏘아 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형 발사체 '블루웨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첫 번째 모델인 블루웨일 1은 최대 중량 200kg의 탑재체를 500km 태양동기궤도(SSO)로 수송할 수 있는 2단 소형 우주발사체다. 그는 "국내에서 위성을 발사하려면 브라질, 미국 등 해외로 위성을 싸들고 가야했고 막대한 비용과 보통 2년간의 긴 발사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면서 "앞으로 페리지 발사체를 이용해 빠르고 싸게 위성을 우주공간에 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리지는 올해 상반기에 블루웨일 1의 상단을 페리지의 해상 발사대에서 쏘아올려 준궤도 비행을 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심 부대표는 이를 두고 "페리지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프로젝트"라면서 "국내 우주 스타트업 밸류체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위성 통신, 위성 개발 등 다양한 우주 기술이 국내 스타트업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를 연결해서 한국만의 가치를 창출하려면 페리지 같은 발사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심 부대표는 최근 시험 발사를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페리지는 자사가 제작한 해상 발사대에서 시험 발사를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조율해야 할 사항이 많다. 안전 사고가 나지 않도록 발사 전후로 해상 교통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다.

심 부대표는 제주도에서 발사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국내에서 민간기업이 안전하게 발사체를 쏠 공간이 없다"면서 "그나마 발사 위치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 바다에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적어 해상 발사장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로 발사체를 이동하고 운용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민간 발사장이 하루빨리 생기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페리지 발사체의 경쟁력은 재사용, 경량화, 비행제어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리지를 창업한 신동윤 대표가 초기부터 소형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으면서도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를 계획했다. 블루웨일은 경량화를 위해 '탄소복합체'를 소재로 사용하고 재사용을 위해 '메탄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심 부대표는 "이번 발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실패할 수 있는 수백 가지의 사례를 동료들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발사가 과연 잘 될까'라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기보다는 '준비는 끝났어. 우리 발사가 너무 기대 돼'라는 자신감을 갖고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예상한 범위 내에 실패가 있다면 기술적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페리지에 합류한 심 부대표는 주미대사관의 대북 담당 1등 서기관이었다. 미사일 무기를 담당하며 엔지니어, 다른 나라의 외교관 등과 소통하던 경험을 기반으로 페리지의 시장을 해외로 활짝 넓힐 계획이다.

심 부대표는 "우주 산업은 지구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글로벌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내와 가까운 동남아 시장, 통신 위성의 수요가 높은 섬 나라, 중동 지역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심 부대표는 외부와의 소통에도 적극 힘쓰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역할을 '페리지의 통로이자 소통 창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엔진 시험을 하는 연구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페리지에 항의를 한 적이 있다. 엔진 소음이 시끄럽다는 것이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를 해결하려면 추가로 '소음저감기'를 개발해 다는 임무가 추가해야 했다.

심 부대표는 엔지니어에게 소음저감기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같은 자리에서 개발을 더 오래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소음저감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결국 소음저감기를 장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지역사회도 이를 받아들여 갈등을 해결한 바 있다. "엔지니어들과 주민 모두 각자 상황을 이해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심 부대표는 덧붙였다. 

그는 우주항공청이 우주를 다른 산업처럼 취급해 육성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주는 R&D에서 그치면 안되고 어떻게 수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페리지를 비롯해 많은 우주 기업들이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하도록 도와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정부가 국내 우주기업 기술을 사용한다면 이를 근거로 해당 기업은 해외에서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민간 우주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우주항공청이 커다란 미션을 계획하면 좋겠다"고 했다. 우주정거장을 세우고 미지의 행성을 탐사하는 등 한국이 감히 할 수 없어 보이는 커다란 미션을 계획하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는 '도전적인 미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주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페리지만의 미션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페리지가 주력하는 또 다른 사업은.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페리지가 개발한 원천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예정이다. 엔진, 기체구조, 비행제어 등의 기술을 다른 체계에 어떻게 적용시킬 지 고민 중이다. 또 장기적으로 우주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페리지만 해도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국내외에서 우주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Q. 페리지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매일 어렵다. 일의 규모 자체가 한정된 인력과 재원으로 하기에 너무 거대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우주 사업은 '거대공공정책연구과'에서 하지 않나.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어려운 문제를 풀어간다는 재미가 있다. 신 대표가 페리지가 어려울 때마다 지금 페리지가 '맥스큐(로켓이 받는 압력이 최고에 이르는 지점)'에 있다고 직원들을 다독인다. 지금 가장 힘든 시기라는 것이다. 이를 이겨낼 날을 꿈꾸고 있다."

Q. 2009년도 외무고시에 최종 합격해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페리지에 합류한 이유는.

"우연히 신 대표와 공통으로 아는 지인이 있어 페리지를 우연히 알게 됐다. 마침 오래 미사일 무기를 담당하고 있어 관련 엔지니어와 소통을 하며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페리지에 가면 내 손으로 직접 우주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설렜다. 안정적인 일보다는 뭔가 스스로에게 재밌는 일을 해내가고 싶었다."

Q. 목표는 이뤘나.

"이뤘다. 지금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해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 산업이 국내에서 크지 않기 때문에 처음 페리지가 하는 일들이 많다. 언젠가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니 뿌듯하다. 페리지에서는 누구든 큰 자유를 가지고 큰 기여를 하며 우주 분야 일을 할 수 있다. 주도적으로 일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페리지로 오면 좋겠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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