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경제성 검토로 15년간 101조원 깎였다

이병철 기자 2024. 5. 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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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경제성을 따지는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며 줄어든 연구비가 10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정부가 곧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 제도 폐지를 검토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중 R&D 예타는 정부 예산이 5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경제성을 평가한다.

이전에 언급된 R&D 예타 기준을 100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넘어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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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검토
조사 사업 중 절반 가까이 ‘미시행’ 결론
그래픽=정서희

지난 15년간 경제성을 따지는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며 줄어든 연구비가 10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정부가 곧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타 제도 폐지를 검토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도 자칫 R&D 예산이 ‘깜깜이’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2008~2023년까지 진행한 예타 중 사업비가 조정돼 절감된 연구비는 101조 1382억원을 기록했다. KISTEP 조사 사업은 98조9170억원, STEPI 조사 사업은 2조3212억원 수준으로 연구비가 줄었다.

예타 제도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로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도로·철도·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국가 R&D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중 R&D 예타는 정부 예산이 5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경제성을 평가한다.

그동안 과학기술계는 R&D 예타 제도가 R&D의 적시성과 수월성, 혁신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예타 제도 자체가 경제성을 빌미로 연구비를 줄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엔 19개 사업이 18조3790억원을 요청했지만, 단 15.7%에 불과한 2조8707억원으로 조정됐다. 사업비가 감소하다 보니 연구개발의 목적이 흐지부지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오 파운드리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합성생물학 과정을 표준화·자동화해 생물학 실험과 제조 공정 개발을 지원하는 인프라다. 애초 이 사업은 7434억원 규모로 추진됐지만, 예타를 거치면서 1263억원 규모로 줄었다. 인프라를 활용한 R&D 과제가 사업 계획에서 빠져 바이오 파운드리를 이용한 R&D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2024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대통령실

예타를 통과하는 비율도 낮아 R&D를 적절한 시기에 진행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KISTEP이 지난 2008~2022년 조사한 사업 중 미시행으로 결정한 사업은 253건 중 106건(41.9%)이다. STEPI는 예타를 시작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25건 중 16건(64%)을 미시행 결론을 냈다. 매년 예타에 도전한 사업이 절반 가까이 탈락하고 있는 셈이다.

한 대학교수는 “예비타당성조사가 연구자의 전문성을 못 믿고 경제성 평가라는 이름으로 의심하는 제도가 됐다”며 “일반적인 인프라와 달리 연구개발은 주요국과 계속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절차에 매몰돼 늦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에서 R&D 예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연구자들이 제때 연구에 돌입할 수 있도록 R&D 예비타당성조사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전에 언급된 R&D 예타 기준을 100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넘어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미국·유럽 등 선진국도 사업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타당성을 평가하는 만큼 R&D 예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ISTEP 한 관계자는 “예타의 역할은 R&D 예산이 아무도 모르게 깜깜이로 집행되지 않고 공개된다는 데 있다”며 “예타가 폐지되더라도 사업의 평가 근거를 남길 수 있는 형태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연구 시설, 장비 개발 등 일부 사업에서는 지금처럼은 아니더라도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예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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