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군 우크라 파병론’ 다시 솔솔···러·서방 직접 충돌 우려도

선명수 기자 2024. 5. 17. 12: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스페인 남부 카디스에서 유럽연합 군사지원단으로부터 군사 훈련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방 동맹국 사이에서 ‘금기’로 여겨졌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나토가 우크라이나 군대의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날 나토 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취재진에게 나토 훈련 교관의 우크라이나 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는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 우크라이나 파병에 선을 그어온 미국과 나토 다른 동맹국들의 기존 입장에서 한층 나아간 것이다.

서방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파병에는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지상군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서방 대 러시아의 ‘직접 대결’, 즉 세계대전 수준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기로 여겨져 왔다.

브라운 합참의장의 이날 발언에도 미국 정부는 훈련 교관을 포함한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병론의 불씨는 ‘강한 유럽’을 주장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처음 지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서방 국가들의 비전투병 파병을 거론해 나토를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이 발칵 뒤집혔다.

일부 국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파병이란 무리수를 던져 동맹국 내 분열상을 드러내고, 러시아와 긴장만 고조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 [뉴스분석] 나토 뒤흔든 ‘우크라 파병론’···공수표인가, 새 국면 신호탄인가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402281616001

그러나 러시아에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는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일부 국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파병론을 지지하며 자국군을 파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최근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 군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훈련시켜 왔고, 이런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 꽤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주 우크라이나 군대가 전선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후방 역할을 대신해주기 위해 우크라이나 서부에 자국군을 파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독일 등의 거센 반발로 한 때 수그러들었던 파병론이 다시 고개를 든 데는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고전하는 현재 전황과 기존의 훈련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독일과 폴란드 등 주변국으로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불러 미국이 지원한 에이브럼스 전차와 F-16 전투기 등 무기 사용법을 훈련시켰는데, 이런 방식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는 신병 15만명을 최전선에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전선과 가까운 곳에서 훈련해줄 것을 미국과 나토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 역시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한 훈련이 충분치 않으며, 올여름으로 예상되는 러시아군의 대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더 신속한 훈련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전 미국은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서 나토군의 군사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왔지만, 2022년 전쟁이 시작된 후 미군을 철수시켰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우크라이나 담당 국방부 고위 관리였던 에블린 파르카스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우크라이나 군대를 훈련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서부에 많은 병력을 파견했고 2022년 겁에 질려 철수할 때까지 병력을 계속 순환시켰다”며 “지금 최전선에서 싸울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토 회원국이 후방에서 다시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미국 관리는 NYT에 “폴란드와 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도시 리이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는 방법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이우는 불과 몇 주 전에도 러시아 순항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곳이다.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파병 자체가 확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미국은 나토의 일원으로 상호방위 조약에 따라 나토군에 대한 모든 공격을 방어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며 “나토군 파병은 미국과 유럽을 전쟁에 직접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