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바에서 술 마시며 책 봐요"… 2030이 독서하는 법

최문혁 기자 2024. 5.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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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도서관이 아닌 특별한 공간에서 독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책바에 진열된 술. /사진=최문혁 기자
MZ세대 사이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도서관 서가나 집 책장에 갇혀있던 책을 들고나와 독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 성인 독서량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 2017년 한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0.8권이다. 이는 전 세계 166위로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등 상위권을 차지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독서량은 초라하다.

지난달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직전 조사인 지난 2021년보다 0.6권 감소했다. 최근 1년 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1권 이상 읽은 비율인 종합독서율은 43.0%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72.2%에 비해 29.8%포인트 낮아진 수치이며 10년 동안 이뤄진 조사에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고무적인 부분은 젊은층의 독서율이 높은 점이다. 연령별 종합독서율을 보면 20대가 74.5%로 가장 높고 50대가 36.9%로 가장 낮다. 젊은층인 20~30대가 독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마셨던 그 술"… 책에 빠져드는 공간


서울 마포구 책바는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은 책바의 메뉴판 일부. /사진=최문혁 기자
독서 시장의 주류인 20~30대 사이에서 독서를 즐기는 색다른 방식이 생겨났다. 이들 세대는 모바일 기기로 읽는 전자책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북클럽'에 참여하거나 책을 추천하고 내용을 해설하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혹은 독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을 찾기도 한다.

술과 독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바'는 책을 좋아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책바를 운영하는 정인성 대표는 지난 2020년 인기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낮에는 쉬고 밤에 일하는 음주 독서가'로 소개됐다. 책바는 심야서점이자 책을 읽을 수 있는 바(Bar)다.

이곳 내부는 어두운 분위기에 자리마다 조명 스탠드를 배치해 독서에 집중하도록 꾸며졌다. 좌석 대부분은 대화보다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실제로 책바를 방문한 손님 대부분은 책을 읽고 있었다.

위스키나 칵테일 등을 판매하는 책바의 메뉴에는 '독서광'을 흥분시키는 요소가 있다. 바로 책 속에 등장하는 술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메뉴판에는 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그 술이 등장하는 책 속 구절이 쓰여 있다.

혼자 책을 읽기 위해 책바를 찾은 김모씨(20대·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좋아한다"며 "주인공이 마셨던 술을 마시며 책을 읽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책바를 "특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기 너무 좋은 곳"이라며 "특별한 경험"이라고 밝혔다.

최근 독서에 관심이 생겼다는 박모씨(20대·여)는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집중력이 떨어졌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씨는 "술을 한 잔 마시면 오히려 책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고 책바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여기까지 와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항상 스마트폰을 들고 생활하는 MZ세대는 중독성이 강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다. 책바와 같은 공간은 이러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MZ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책에도 취향이 있다"… 독서 입문시키는 '큐레이션 서점'


독립서점에 가면 서점이 선정한 책들을 읽어볼 수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당인리책발전소. /사진=최문혁 기자
대형 서점에 방문하면 거대한 책장에 꽂혀있는 엄청난 수의 책과 마주한다. 특히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에게 수천권의 책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한 권만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참 고민하고도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반면 독립서점은 점장의 취향이 묻어있다. 크지 않은 공간에 점장이 직접 선별한 책들로 채워 넣는다. 취향만 맞는다면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당인리책발전소'는 '당인리 책발전소 BEST 10'라는 이름으로 지난 한 주간 가장 많이 판매된 도서 10권을 소개한다. 또한 추천 도서에는 책에 대한 짧은 감상과 소개를 쓴 띠지를 둘렀다.

당인리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김소영 대표는 이곳을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소개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 대표는 오상진 아나운서와 결혼하며 아나운서 부부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17년 예능프로그램 '신혼일기2'에 출연해 애독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당인리책발전소는 1층 독립서점과 2층 카페로 운영된다. 2층에는 카페에 앉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구비됐다. 카페 직원은 도서관 사서처럼 손님이 읽고 간 책들을 정리하기도 한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을 위한 카페는 많다. 그러나 당인리책발전소는 여느 카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혼자 온 손님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름에 걸맞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하는 손님보다 책을 읽는 손님이 더 많았다.

한 손에 책을 들고 당인리책발전소를 나온 이모씨(30대·여)는 "2층 카페에 앉아 방금 1층 서점에서 산 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책을 사놓고도 책장에 넣고 못 읽는 경우가 많은데 책 살 때 설렘이 있는 상태로 책을 읽을 공간이 있으니 좋다"고 감상을 전했다. 그는 책장에 꽂힌 읽지 않은 책들을 언급하면서 "첫 장을 넘기는 게 가장 어렵다"며 웃었다. 이어 "적어도 (방금 구매한) 이 책에 흥미를 붙이고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공간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선물 같은 공간이며 독서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독서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다.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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