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살 백건우, 첫 모차르트 음반…“아이가 치기엔 쉽고 어른에겐 어렵다”

임석규 기자 2024. 5. 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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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다시 고향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음악도 비슷한 것 같아요. 베토벤 전에 모차르트로 시작해, 낭만주의와 현대음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닐까 싶네요."

백건우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 간담회에서 "모차르트의 음악 자체를 순수하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최고의 연주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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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순수함으로 모차르트 해석”
아내 윤정희와 사별 이후 첫 음반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데뷔 68년 만에 처음으로 모차르트 음반을 발매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나이가 들면 다시 고향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음악도 비슷한 것 같아요. 베토벤 전에 모차르트로 시작해, 낭만주의와 현대음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닐까 싶네요.”

피아니스트 백건우(78)가 ‘모차르트:피아노 작품Ⅰ’을 발매했다. 음반 수십장을 낸 그가 데뷔 68년 만에 낸 첫 모차르트 음반이다. 그는 “많은 작곡가가 다시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돌아오는 것 같더라”며 작곡가 페루치오 부조니(1866~1924)를 사례로 꼽았다. “부조니도 처음엔 리스트를 탐구하다가 바흐를 거쳐 맨 마지막엔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오더라고요.”

백건우는 16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 간담회에서 “모차르트의 음악 자체를 순수하게 전달만 할 수 있다면 최고의 연주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 전곡을 최초로 녹음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1882~1951)이 남긴 유명한 이야기를 인용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아이가 치기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엔 너무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 말을 이해할 것 같았어요.”

모차르트를 해석하는 열쇠가 된 아이의 순수함은 음반 표지로 이어졌다. 백건우는 10살 어린이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앨범 커버로 삼았다. ‘모차르트와 백건우’를 주제로 공모전을 열어 그가 그림을 직접 골랐다.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하며, 사진전도 연 백건우는 그동안 주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음반 표지로 사용해 왔다.

백건우는 처음 발매한 모차르트 음반에 10살 어린이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표지로 골랐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이번 음반엔 소나타 12번(K.332)과 16번(K.545)을 비롯해, 환상곡(k.397), 론도(K.485) 등 7곡을 담았다. 밝고 가벼운 듯하면서, 투명한 슬픔이 묻어있는 곡들이다. 음반 녹음은 처음이지만 공연장에선 모차르트 곡을 꾸준히 연주했다.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곡 가운데 19번 이후의 모든 작품을 연주했다”며 “모차르트의 음악은 항상 (내 곁에) 존재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음반을 시작으로 앞으로 3장의 모차르트 음반을 추가로 발매할 예정이다. 3장 모두 벌써 녹음을 마쳤다. 백건우는 그동안 라벨의 모든 피아노 작품, 라흐마니노프의 모든 협주곡, 베토벤의 모든 소나타를 음반으로 남겼다.

그에게 모차르트는 자유로움이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사생활, 종교, 정치적 입장, 사회적 관계 등 여러 면에서 굉장히 자유분방했어요. 어찌 보면 제멋대로 산 사람인데, 남이 못 듣는 음악, 우주에 존재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어요.” 그는 “전에는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냥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 굉장히 충만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1월 아내 윤정희와 사별한 이후 처음 내놓은 음반이다. 이에 대한 심경을 묻자 백건우는 잠시 침묵한 뒤 특유의 느릿한 어투로 답했다. “지금 저의 상태는 음악과 저 외에 없어요. 그게 옳은 태도인 거 같아요. 다 잊어버리고 내가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때가 되면 어떤 작곡가를 하게 될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행할 때도 계획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가다 보면 새로운 게 눈에 띄고 느껴지거든요.” 그는 모차르트 작품으로 전국에서 14회 독주회를 연다. 18일 부천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다음달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거쳐 11월23일 평택에서 끝나는 여정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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