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기준에 반발하자 의견수렴? 尹 공공임대 '면적제한' 후폭풍

최아름 기자 2024. 5. 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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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공공임대 면적 기준 신설
가구원 별로 면적 구분해
2~3인 가구 침실 2개 그쳐
국회 청원 이어질 정도로 반발
그러자 거주자 의견 수렴 계획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가구원 수별 임대주택 면적 제한을 내놨다. 하지만 곧바로 반발에 부딪혔다. 침실 3개와 거실 1개에 입주할 수 있었던 2~3인 가구는 침실 2개, 거실 1개 주택에 입주해야 했고 1인 가구는 원룸형 외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번 정부는 왜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가구원 수에 따른 임대주택 면적 제한을 신설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사진=뉴시스]

침실 2개 거실 1개 주택에 2인 가구가 산다면 출산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공공임대주택에 없던 기준선이 생겼다. 지난 3월 정부가 "저출산에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공공임대 면적 제한선인데, 이 기준은 개정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에 실렸다(3월 25일 공포).

문제는 이 개정 규칙이 4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커다란 반발에 부딪혔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공임대 면적 제한선의 시행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안에 철회하거나 다른 방향의 안案을 내놓겠다는 거다. 정부가 내놓은 제한선이 무엇이었길래 반발부터 일어난 걸까. 하나씩 살펴보자.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싶은 국민은 '소득제한' '자산제한'이란 두 조건만 충족하면 됐다. 1인 가구 면적 제한은 2008년에 도입한 전용면적 40㎡ 이하가 전부였다. 정부는 여기에 가구원 수별로 나눈 '면적 제한 기준'을 신설했다. 1인 가구는 전용면적 35㎡ 이하까지, 2인 가구는 25~44㎡, 3인 가구는 35~50㎡ 주택만 신청할 수 있다. 4인 가구 이상인 경우 44㎡ 초과 주택만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가구별로 쪼갠 면적 제한이 주거의 질質을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침실 1개와 거실 1개를 구분한 주택의 크기는 통상 전용면적 36㎡다. 여기에 현관ㆍ복도ㆍ계단 등 주거 공용면적(약 15㎡)을 합친 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49.5㎡(약 15평) 아파트다.

시행 규칙 개정 전까지 이런 주택에도 1인 가구가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인 가구의 자격은 35㎡ 주택까지여서 침실과 거실을 분리한 구조의 주택을 신청할 수조차 없다.[※참고: 전용면적 35㎡ 주택에서도 설계에 따라 침실 1개와 거실 1개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민간임대주택에서만 보인다. 공공임대에는 이런 설계가 없다.]

2인 가구도 마찬가지다. 원룸인 25㎡ 주택부터 침실 2개와 거실 1개로 이뤄진 44㎡ 주택만 선택할 수 있다. 3인 가구도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맞추려면 원룸인 35㎡ 주택부터 침실 2개, 거실 1개로 이뤄진 50㎡ 주택만 신청할 수 있다.

이런 면적 제한은 공공임대주택의 규모가 계속 커져왔다는 점에도 역행한다. 20 22년을 기점으로 영구임대ㆍ국민임대ㆍ행복주택의 규모가 전용면적 85㎡ 이하까지 커졌다. 그래서 국민임대ㆍ행복주택으로 공급하는 침실 3개 거실 1개짜리 '전용면적 59㎡ 주택'도 2~3인 가족이 임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인 가구는 25~44㎡, 3인 가구는 35~50㎡란 제한이 생긴 지금은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가구별 면적 제한 기준'을 만든 이유는 뭘까. 애초 목적은 저출산 대응으로 '자녀가 있는 가구'에 더 기회를 주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3인 가구마저도 '침실 2개' 주택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의 근거는 아리송해진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의 만족도를 연구한 보고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LH토지주택연구원에서 최초로 공개한 공공임대주택 거주 실태조사 보고서(이하 공공임대주택 보고서ㆍ202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임대는 크게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매입임대, 전세임대다.

영구임대주택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나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 가구를 위해 시세의 30%로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다. 국민임대는 전용면적 60㎡ 이하(침실 3개ㆍ거실 1개)인 경우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여야 입주할 수 있다.

그보다 큰 면적인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무주택 저소득층(소득 1~4분위)을 위해 시세의 60~ 80% 수준으로 공급한다. 행복주택은 도심을 중심으로 교통이 편리한 곳에 건설하거나 매입해 시세의 60~80%로 공급한다. 입주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다.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시세 30 ~80% 수준에서 공급한다.

공공임대주택 보고서에 따르면, 입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에서 이사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넓은 집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1인당 평균 면적이 가장 작은 영구임대(23.4㎡)의 경우, 76.2%가 넓은 집으로 가기 위해 이사를 선택했다. 다음은 국민임대(26.1㎡) 69.7%, 행복주택(24.5㎡) 67.89%, 매입임대(29.9㎡) 41.0% 순이었다.

[사진=뉴시스]

일반적으로 집이 작을수록 '더 넓은 집으로 가려는' 욕구가 컸다는 거다. 이는 정부가 변경한 '가구별 면적 제한'이 목적으로 내건 저출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참고: 국민임대의 경우 1인당 평균 면적이 행복주택보다 넓었는데도 이주 욕구가 더 컸다. 다만 행복주택의 평균 가구원 수는 1.28명으로 가장 적었고 국민임대는 2.09명으로 2명 이상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국토부는 뒤늦게 의견을 수렴하고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5월 중으로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청년가구, 노년층을 대상으로 간담회 형태의 의견 수렴 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시행규칙 재개정은 그 이후에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는 왜 늘 이런 식일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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