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질환' 염증성 장 질환, 젊은이에게서 꾸준히 늘어

권대익 2024. 5.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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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 질환의 날(World IBD Day)’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설사·혈변·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이다. '선진국형 질환'으로 불리는 염증성 장 질환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환자는 2022년 기준 8만6,000여 명이나 됐다.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해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들었다.

서울대병원 제공

-염증성 장 질환이란.

“염증성 장 질환은 원인을 모르는 장내 염증 반응이 오랜 기간 지속돼 복통·설사·혈변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이전에는 서구에서 발병률이 높았지만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환자가 가진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며, 장내 미생물이나 식이·약물·흡연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1차 직계 가족의 경우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20배 정도 증가한다. 또한 강직성 척추염·건선·포도막염 같은 면역 질환이 있어도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장에만 침범하는 질환이며, 주증상으로 혈변·설사·점액변 등이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조절되지 않는 염증 때문에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 염증이 오래되면 대장암과 같은 중증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20~40대에게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60세 이상 고령인에게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점막 얕은 층에서 염증이 발생하므로 크론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협착·천공(穿孔) 같은 합병증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하는 염증이 깊게 발생하기에 내시경검사를 해보면 깊은 궤양을 확인할 수 있다. 협착이나 농양, 천공, 누공 등 합병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10~20대에 많이 발병하며 연령대가 낮은 만큼 유전적 요인이 발병이 중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통과 설사가 흔한 증상이지만, 이런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비슷하기에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 또한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호전되기도 진단이 늦어지거나 합병증이 발생된 상태에서 진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 반복적인 복통과 설사가 있거나 체중 감소를 동반되거나, 이전에 치루·치열·항문 주위 농양으로 치료 경험이 있거나, 염증성 장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건선·강직성 척추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진단과 검사는 어떻게 하나.

“만성적인 소화기 증상을 보이며 대장 내시경검사에서 특징적인 소견이 있거나 조직 검사 후 만성 염증이 확인되면 각각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내시경검사를 시행하고 진단하는데 4주 이상 설사, 혈변이나 점액변을 동반한 대변·설사, 항문 주위 농양 등이 있다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최근에는 대변 검사로 ‘칼프로텍틴’이라는 항목을 측정하는 검사법도 시행하고 있다. 칼프로텍틴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인다면 궤양성 대장염 가능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모든 환자가 대장 내시경검사를 할 필요가 없고 칼프로텍틴 검사로 간편하게 선별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반면 크론병은 소장을 침범하는 특징이 있기에 대장 내시경검사에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소장을 평가해야 한다. 크론병은 일반적으로 진단 시점에서 합병증이 없을 때가 80% 정도이며, 나머지는 협착이나 농양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 상태로 진단된다.”

-치료는 어떻게 시행하나.

“염증성 장 질환의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약물 치료가 있다. 약물 치료로 증상을 없애고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천공·협착·대장암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적이다. 약물 치료는 손상된 장 점막 회복을 돕고, 염증 정도를 낮춰 수술 위험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염증 범위가 적고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항염증제인 5-ASA 약제를 경구 복용 또는 항문에 주입한다. 반면 염증 범위가 넓고 정도가 심하면 면역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 약제나 면역억제제(아자치오프린 등)가 사용된다. 이러한 약제가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생물학제제나 소분자 약제 등을 사용한다.

약물 치료의 효과가 없거나 협착·천공·대장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보통 대장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을 진행하며, 크론병은 염증이 생긴 부분을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 치료는 염증 부위를 모두 제거한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는 높지만,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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