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를 쉽게 포기하지 않은 선생님들[북리뷰]

서종민 기자 2024. 5. 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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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제시카가 손에 쥔 연필로 동갑내기 나디아의 손을 찔렀다.

2024년 오늘 한국은 지금도 제시카와 같은 아이를 소재로 한 온라인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심호흡으로든 다른 방법으로든 일단 진정하고, 더 나은 다른 선택법을 모색하고 제시카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카로부터 '정직한 이유'를 듣겠다고 레티시아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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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교사
안드리아 자피라쿠 지음│장한라 옮김│서해문집

여덟 살 제시카가 손에 쥔 연필로 동갑내기 나디아의 손을 찔렀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한 학교의 수업시간이었다. 교사 레티시아는 나디아를 양호실로 보냈고 제시카는 복도 의자에 앉혔다. 제시카는 사과를 거부했다.

2024년 오늘 한국은 지금도 제시카와 같은 아이를 소재로 한 온라인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쉴 새 없이 조회 수가 오르고 ‘금쪽이’ ‘잼민이’ 등의 유행어와 함께 분노하는 댓글이 붙는다. 촉법소년제 비난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분노는 빠르게 완화할 수 있는 1차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심호흡으로든 다른 방법으로든 일단 진정하고, 더 나은 다른 선택법을 모색하고 제시카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카로부터 ‘정직한 이유’를 듣겠다고 레티시아는 다짐했다. 제시카가 대화할 준비가 되기를 기다렸고, 놀림을 당해 그랬다는 말을 들었다. 왜 하필 그때 그랬는지 묻는 데는 제시카도 대답하지 못했다. 레티시아는 “우리 (어른들)도 피곤하다든가 좌절감을 느낀다든가 할 때면 주체할 수 없어지기도 한다”며 “어떤 일에 반응하는 데 영향을 끼칠 만한 요소에 관해 얘기했다”고 한다.

제시카는 나디아의 따돌림에 의해 ‘혼자 버려진 기분’을 느꼈고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대화가 시작됐고 분노에 대한 공감대, 그것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진전됐다.

‘제시카들’에 대한 쉬운 분노는 아이들을 쉽게 포기하는 길이고 더 큰 분노로 되돌아올지 모른다. 레티시아는 “제시카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방아쇠를 당긴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내 도움이 필요했다”고 한다. 직업 교사에서 더 나아간 ‘어른’으로서의 고민이다. 원제는 ‘삶의 수업’(Lessons in Life)이다. 저자는 “선생님을 위한 지침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용기, 희망, 사랑을 탐구하는 책”이라고 했다.

‘교육계 노벨상’이라는 ‘국제교사상’(Global Teacher Prize) 수상을 계기로 저자가 만났던 레티시아 등 세계 각국의 교사 30여 명의 경험담을 모았다. 364쪽, 1만98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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