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가장 신뢰했을까? 김정은의 행동을 보면 마음이 보인다 [스프]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4. 5.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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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8번의 장의위원장과 1번의 운구…장례식장의 김정은


지난 7일 김기남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사망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노동신문 책임주필 등을 거치며 김일성 일가 우상화를 진두지휘하는 선전선동 분야에서 일생을 보내온 인물입니다.

북한은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김정은 총비서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김정은은 김기남 빈소에 조문한 데 이어 장례식에도 참석했고, 장지인 애국열사릉에서 김기남의 유해가 묻히기 전 손으로 흙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김기남의 마지막 길에 최고의 예우를 다한 것입니다.

김기남의 유해가 묻히기 전 김정은이 흙을 뿌리고 있다.
 

과거 장의위원장 사례 보니

북한의 고위 간부가 죽었을 때 김정은이 국가장의위원장을 맡은 적은 지금까지 8번 있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와 전병호 전 노동당 비서(2014년 7월 사망), 리을설 전 인민군 원수(2015년 11월 사망), 김양건 전 노동당 비서(2015년 12월 사망), 김영춘 전 인민군 원수(2018년 8월 사망), 김철만 전 제2경제위원장(2018년 12월 사망), 현철해 전 인민군 원수(2022년 5월 사망), 그리고 김기남 전 노동당 비서가 사망했을 때였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장의위원장을 맡고 국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최고의 예우를 갖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각각의 사례를 살펴보면 김정은이 예우를 표명하는 수준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상주로서 장례를 치른 김정일의 사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7월 사망한 전병호 전 노동당 비서와 2015년 12월 사망한 김양건 전 노동당 비서의 경우, 김정은이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기는 했지만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장례식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만이 참석했습니다. 2018년 12월 사망한 김철만 전 제2경제위원장의 경우 김정은은 빈소에 조화만 보냈을 뿐 직접 조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장례식도 역시 불참했습니다. 국장으로 예우를 갖추기는 했지만 김정은이 기울이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2015년 11월 사망한 리을설 전 인민군 원수, 2018년 8월 사망한 김영춘 전 인민군 원수, 2022년 5월 사망한 현철해 전 인민군 원수, 2024년 5월에 사망한 김기남 전 노동당 비서의 경우 김정은은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장지에까지 따라가 영결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고인의 유해에 손으로 직접 흙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리을설 전 원수와 김영춘 전 원수의 경우 군인에게 최고의 예우라고 하는 장갑차 운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이 단순히 국가장의위원장을 맡은 차원을 떠나 실질적으로 최고의 예우를 갖췄고 그만큼 이들이 김정은에게 중요한 측근들이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인정한 최고 충신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김정은이 인정한 최고의 '충신'은 현철해였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현철해의 임종을 지켰고, 장례식 때에는 직접 현철해의 운구를 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부하 직원의 운구를 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김정은은 현철해의 장례식에서 직접 운구를 했다.


현철해는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적극 옹호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현철해가 사망한 뒤 북한이 만든 기록영화(우리식의 다큐멘터리) '빛나는 삶의 품 –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를 보면 현철해의 역할이 잘 드러납니다. 이 기록영화에 따르면 현철해는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은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무력기관에 김정일에게 올리는 모든 보고 문건을 김정은에게 먼저 올려 결론을 받는 사업 체계'를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록영화에서 드러난 현철해 행동의 압권은 이 부분입니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은 당시 군 대장 칭호와 함께 새로 생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올랐는데, 위원장은 김정일, 부위원장은 김정은이니 김정은에게 군권을 맡아보게 하면서 후계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김정일의 포석이 드러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했던 모양인데, 현철해가 김정은에게 했던 말은 남달랐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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