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답답한 대통령과 조급한 야당 대표

전영기 편집인 2024. 5. 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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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회동으로 한동안 기대를 모았던 '총선 후 협치'가 깨지면서 두 가지 상념이 피어오른다.

윤 대통령을 볼 땐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생각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선 '하늘의 그물이 엉성한 것 같아도 결국 다 잡아낸다'는 옛 말씀이 떠오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총애하던 이원석 검찰총장조차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 인사를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전격 감행함으로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동력에 김을 확 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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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윤석열-이재명 회동으로 한동안 기대를 모았던 '총선 후 협치'가 깨지면서 두 가지 상념이 피어오른다. 윤 대통령을 볼 땐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생각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선 '하늘의 그물이 엉성한 것 같아도 결국 다 잡아낸다'는 옛 말씀이 떠오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총애하던 이원석 검찰총장조차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 인사를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전격 감행함으로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동력에 김을 확 빼버렸다.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 서울중앙지검장을 '좌천성 승진'시키고, 그 자리에 윤 대통령 부부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은 사람을 앉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건희의 덫에 걸려 총선 패배를 자초한 윤 대통령이 똑같은 문제로 '총선 후 정치'에서 또다시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불길함을 떨치기 어렵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5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전날 법무부가 단행한 인사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특검보다 검찰 소환 응하는 게 현명

민주당의 해병대원 특검법과 관련, 윤 대통령은 "현재 공수처가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처리하는 게 절차와 원칙에 맞고, 법 내용도 수사 주체를 민주당이 추천한 사람으로만 제한하는 불공정함이 있으니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는 법리상 옳고 정확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여론이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를 윤 대통령이 마음으로 느꼈으면 한다.

이성이 모르는 것은 감성이 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래 '부인 문제'만 나오면 국민에 대드는 듯한 언행을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이라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미련한 행위다. 국민보다 아내를 더 보호하느냐는 비판이 지지층에서 나오는 이유를 윤 대통령이 중시했으면 한다. 윤 대통령은 자기 팔뚝을 떼어내고 몸을 다 던지면서까지 호랑이로부터 자식들을 지킨 전래동화의 어머니처럼 아내를 검찰의 엄정한 수사 앞에 내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민에게 '공정과 상식의 기쁨'을 안겨주고 대통령으로서 사랑과 정의를 같이 실현하는 길이라고 본다. 김 여사도 특검보다 검찰 소환에 응하는 것이 낫다는 현명한 판단을 하면 어떨까 싶다.

이재명 대표의 한마디로 민주당 의원총회가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를 경쟁자 없이 추대한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런 일은 제왕적 총재 전성기였던 3김 시대 때도 드물었다.

이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최상위 가치 중 하나인 3권분립의 한 축, 입법부의 국회의장까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경쟁자들을 서슴없이 주저앉혔다. 헌법 정신 유린이라 해도 좋을 사안이다. 그나마 이재명의 낙점을 받은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가 민주당 다수 의원들의 반발로 최종 단계에서 우원식 의원으로 뒤바뀐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그렇다 해도 우 의원 역시 찐명의 일원이어서 '이재명의 입법부'가 작동하는 데 별문제가 없을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이재명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그림은 특검→탄핵→조기 대선인 듯

'이재명 1인으로의 권력 집중'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가 임기 2년의 당대표로 연임 추대됨으로써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 대표가 국민 상식과 헌법 원리를 반복적으로 무시하면서 얻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특검에 의한 윤석열 범죄 혐의 확인→대규모 군중을 동원한 전국적 촛불집회→윤 대통령 탄핵 완료→조기 대선의 수순을 밟아 스스로 차기 대통령에 오르는 것 아닐까. 2027년 대선까지 3년은 사법부가 9가지 범죄 혐의 중 하나에서라도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이재명이 자동적으로 대선 출마 자격을 잃는 기나긴 시간이다. 그 순간 '이재명의 민주당'은 공중분해하고 만다. 이 대표가 조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상에 하늘의 도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본다. 인간이 아무리 수를 써서 벗어나려 해도 죄를 지었다면 대체로 벌을 받게 되어 있는 게 하늘의 이치다.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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