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과 그 소속사, 지금까지 이런 비겁함은 없었다

김고금평 에디터 2024. 5. 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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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의 열화일기] '거짓말'과 '해명의 모순' 이어지는 김호중 사건…법망보다 더 중요한 가치
트로트 가수 김호중. /사진=뉴스1


트로트 가수 김호중과 그 소속사가 제일 잘한(?) 건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든, 논리적으로 모순이든, 상황에 비겁하든 무조건 법망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과 그 생각이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누가 봐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인데도 여전히 버티는 것도 다른 건 모두 포기해도 이 하나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김호중은 법망을 피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가 짙어 보이지만, 빠져 나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서다. 사고 후 잠적한 뒤 17시간 만에 나타난(그것도 집에 가지 않고 경찰의 문자도 대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음주운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김호중의 교통사고 이후 그와 소속사가 보여준 모든 말과 행동, 심지어 까도 까도 계속되는 거짓말과 상황 반전의 스토리를 집약해보면, 마치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하나의 명제를 지키기 위한, 음주운전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게 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다. 뺑소니 혐의 역시 합의를 통해 미조치 혐의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일부 법조인들의 시각이다.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사고 전 유흥주점에서 나와 대리운전으로 한 차례 귀가했던 사실이 전해졌다. 그는 귀가 50여분 만에 다시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가 뺑소니 사고를 냈다. /사진=채널A 보도 캡처


음주운전 회피 가능성 등 이러한 일련의 의심을 키우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계속되는 '거짓말'과 '해명의 모순' 때문이다. 채널A가 공개한 CCTV 영상에선 김호중이 사고 직후 사고 현장에서 200m 떨어진 골목에서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는 공황 장애로 뒷수습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소속사 측의 설명과는 다른 행동이라는 점에서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CCTV에는 대리기사가 유흥주점에서 김호중을 귀가시켰다가, 50분 뒤 김호중이 직접 차를 몰고 나와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의 행적도 공개됐다. 소속사는 "김호중이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피곤해서 유흥주점에서 제공한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곤해서 차를 얻어 타고 왔는데, 그 피곤을 무릅쓰고 다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서 나왔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김씨와 소속사의 논조는 한결같다. "유흥주점은 갔지만 술은 먹지 않았다." "대리기사를 이용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17시간 뒤 경찰에 출석했지만 음주운전 체크 결과는 음성이다." 같이 '음주운전'에 방점이 찍혔다.

여기에 김호중의 팬카페까지 그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상황에 응원글을 보태면서 전세는 진실여부가 아닌, '내새끼 지키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얼마나 지쳐있었으면 그랬을까. 저는 이해가 된다. 눈물이 난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엄청난 스케줄에 힘들었겠다는 생각뿐이다." 등의 댓글이 차고 넘친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호중과 그 소속사는 강력한 팬덤의 보호 아래, 점점 더 비겁해지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피하고 감추기에 급급했고, 그것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맡기고 증거(메모리카드)를 없애고 행방을 감춰 시간을 버는 꼼수를 부리고 앞뒤 안 맞는 말만 연거푸 늘어놓으며 변명을 일삼는, 그야말로 진실이라고는 단 한줌도 찾아보기 힘든 실망의 연속일 뿐이다.

그간 숱한 논란 속에서도 김호중이 나름 사랑받았던 사실을 생각하면 '웃프'(웃기면서 슬픈)다. 한편으론 김호중은 최소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사건에선 묵직한 배음(倍音)으로 관객을 깊은 감동으로 몰아넣던 무대처럼 뺑소니니 음주운전이니 하는 잡음(雜音)과는 완전한 거리를 둘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트바로티'다운 그를 내심 기대했던 게 실수였을까. 김호중과 그 소속사는 비겁한 논리와 행위에 스스로 옥죄고 가두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망은 피해도 양심은 피할 수 없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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