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메리츠증권, 대체투자 놓고 '날선 공방'

남정현 기자 2024. 5.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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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KDB생명 등 투자자 전원 메리츠증권에 소송
롯데손보 "위험성 고지 제대로 안 해"…OEM펀드 가능성 제기
메리츠증권 "셀다운 변경은 일반적"…롯데손보, 전문투자자 강조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영등포구 메리츠증권 본사. 2024.01.30.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롯데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이 미국 가스전 대체투자와 관련해 1년6개월가량 법정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법정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메리츠증권이 주선하고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조성한 1억6000만 달러(약 2080억원) 규모의 미국 가스전 투자 펀드가 전액 손실 처리됐는데, 현재 이에 투자한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한국거래소, 교원그룹 모두 메리츠증권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7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부장판사 김지혜)는 롯데손해보험이 메리츠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의 3차 변론기일을 9일 진행했다.

투자자들은 원고 측인 메리츠증권이 사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는데 ▲메리츠증권이 투자자들에게 '셀다운' 형식 변경 여부를 제대로 고지했는지 ▲만기 일시 상환 가정이 적절한지 등이다.

원고 롯데손해보험은 투자 위험에 대한 정보를 피고가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왜곡했다는 논리를 이어 갔다.

롯데손해보험 측 변호인은 "메리츠증권은 단순한 판매사가 아니라 주관사의 역할을 했다"며 "투자에 대한 상세한 위험을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위험을 알고 고유투자계획을 변경해 전액 '셀다운'하며 위험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셀다운'은 증권사들이 먼저 자기자본과 대출 등으로 대체자산을 매입한 뒤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셀다운에 실패하면 해당 투자자산을 떠안아야 한다.

메리츠증권 측 변호인은 "원고는 앞서 진행한 다른 투자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한 투자위험을 고지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사건 펀드가 OEM이라는 주장 혹은 메리츠증권이 사실상의 주관사라는 주장 모두 이유가 없다"고 반론했다.

그러면서 "셀다운으로 변경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고유투자계획에 대한 추가 자료를 서면제출하겠다"고 응했다.

OEM펀드란 증권사가 운용사에 요청해 만드는 펀드를 의미한다. 증권사가 펀드 설계와 운용에 직접 관여하게 될 경우 셀다운 등 판매과정에서 지급되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불공정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자본시장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다.

원고 측은 "문서제출명령에 따라 제출된 메리츠증권의 내부심사보고서에 고유투자계획 초안과 변경안이 모두 들어 있다"며 "준비 서면에도 도표 형태로 제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원고는 투자 당시 제공받은 사업성평가보고서에 상환위험이 부정확하게 전달됐으며, 투자금이 만기에 일시 상환된다는 가정을 제외할 경우 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공세했다.

원고 측 변호인이 재무모델 원본에서 '스파크 스프레드(전기 판매가격-가스가격)'의 수치를 -6%로 변동하자, 시연 화면에는 5%대의 준수한 내부수익률(IRR)이 드러났다. 하지만 변호인이 재무모델에서 '만기일시상환 가정'이 담긴 특정 행을 삭제하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롯데손해보험 측 변호인은 "만기일시상환에 대한 가정이 담긴 '불릿 리페이먼트'라는 행을 제외하자 스파크 스프레드로 인한 수익률 민감도가 급격히 커지게 된다"며 "이러한 재무모델을 수령한 원고 등 투자자들은 미상환에 대한 위험을 전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2018년 12월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526메가와트(MW) 규모의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메자닌 대출형(선순위채권과 보통주자본 사이에 속하는 다양한 형태의 자본조달) 펀드를 조성했다. 펀드 규모는 1억6000만 달러(약 2080억원)였다.

2019년 2월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은 각각 5000만 달러(약 645억원), 3000만 달러(약 387억원) 투자했다. 이 외에 한국거래소가 1000만 달러(약 129억원), 교원라이프와 교원인베스트가 각각 500만 달러(약 65억원)씩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2020년 12월 해당 대출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 차주들은 모든 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가스발전소는 회생 절차를 밟았고 2021년 8월 펀드는 대출채권 전액을 상각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투자자들의 투자금은 2년 6개월 만에 전액 손실 처리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장 먼저 소송을 제기한 롯데손해보험의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투자자들의 1심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요 증거가 등장한 만큼 예상보다 빠르게 결론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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