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들어온다면서요"…처참한 상황에 투자자들 '멘붕' [현장+]

이송렬 2024. 5. 1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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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지신산업센터 공실 많아
"2년 전과 분위기 딴판…팔려는 투자자들 줄 섰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신도시 인근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건물에 임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이송렬 기자


"지신산업센터 투자하시려고?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지식산업센터 쳐다보지도 마세요."(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사무소 대표)

경기도 일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평택의 경우 '삼성전자 효과'로 투자가 기대됐던 곳이지만 마이너스 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가를 밑도는 가격) 매물이 넘쳐나고 있고, 공실도 쌓여가고 있다. 임대료도 큰 폭으로 낮아져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17일 평택시 고덕신도시 지식산업센터 밀집지역에 있는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일대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공실이 넘치고 있다. 밀집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했다는 지식산업센터는 입주율이 60% 수준이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신도시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 내부 사진=이송렬 기자


현장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가운데 한 곳을 직접 들어가보니 각 층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호실엔 '임대 문의', '주인이 직접 내놓은 매물' 등 매매나 임대를 하기 위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 층에는 1호부터 44호까지 40개가 조금 넘는 호실이 있었는데 입주한 회사는 3~4곳에 불과한 층도 있었다. 

고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2년 전에 입주를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호실을 다 채우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임대를 놓아봐야 손해라 차라리 정리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식산업센터 임대료는 20평을 기준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약 8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한참 비싸게 세를 놓았을 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20만원까지도 치솟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고덕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임대료는 통상 3.3㎡(평) 당 4만원 수준으로 보면 된다"며 "한때는 3.3㎡당 6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렇게 받았을 때가 언제였는지도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고덕신도시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에 입점사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이송렬 기자


지식산업센터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다보니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고덕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14·15·20평형이 많은데 14·15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2억원 초반 수준, 20평형은 3억원 가까이 됐다"면서 "현재는 계약금을 포기한 매물, 즉 10% 가량 할인된 가격에 나와 있는 물건이 많다"고 말했다.

고덕면 해창리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밀집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했다는 지식산업센터는 입주율이 60% 수준이지만 최근 막 지어져 입주를 시작한 곳은 입주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고덕면 해창리에 있는 D 공인 중개 대표는 "해창리 일대에만 약 3500여호실의 지식산업센터가 있는데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곳은 그나마 입주율이 괜찮지만 최근에 지어진 약 1000호실은 대부분 공실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매나 임대 가격도 처참하다. 해창리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2000만~3000만원은 손해보고 팔겠다는 지식산업센터 매물이 많다"며 "잘 찾아보면 많게는 6000만원 이상 싸게 나온 곳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임대료 수준은 더 처참하다"며 "고덕동의 경우 3.3㎡당 4만원 수준이지만 이 곳은 3.3㎡당 2만~2만5000원 수준이다. 세를 놓아도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투자자들이 팔고 싶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식산업센터가 지어질 때부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점주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오히려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때 현장 근로자들이 많아 장사가 더 잘됐다"며 푸념했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 사진=이송렬 기자.


고덕신도시에 있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삼성전자가 투자에 '속도 조절'을 하기 시작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자 삼성전자는 슬로우다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경우 P1~P6까지 예정돼 있는데 현재 P3까지는 거의 완성이 됐고 P4와 P5 건설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변화가 좀 있었다"며 "현재 메모리 쪽이 수요가 많고 업황이 나은 상황이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보다 메모리 쪽에 비중을 조금 더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고덕동에 있는 F 공인 중개 관계자도 "애초에 지식산업센터를 분양할 당시엔 삼성전자가 공장을 더 늘릴 것이란 점이 포인트였는데 그게 미뤄지다보니 지식산업센터 투자에도 악재가 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만 믿고 들어왔던 투자자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산업센터에 임대문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이송렬 기자


당분간 지식산업센터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은 "현시점에서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아파트와 다르게 대출금리가 연 6~7%로 높은데 세입자를 구해도 이자를 내기도 버거울 뿐만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도 잡히기 때문에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 자체를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택시 일대 지식산업센터의 부진한 상황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경기도에서 나온 지식산업센터 경매는 모두 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보다 60건(352.94%) 증가했다. 매각 건수도 28건으로 같은 기간 6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평택으로만 좁히면 지난달 기준 경매 진행건수는 2건에 불과한데 이는 아직 경매까지 이어질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아직 최악의 상황에 치닫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해야할 것"이라면서 "지금과 같이 부진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향후 매각건수 등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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