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머리카락’과 ‘털’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2024. 5. 1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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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낸 SNS 문자를 보고 후배가 투덜거리며 답장을 보내왔다.

"형님 왜 굳이 머리카락이라고 합니까? 털이라고 하면 되는 것을"이라고 하면서 굳이 투덜거렸다.

물론 '머리털'이라고 해서 틀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말에도 과거부터 'ㅎ'이 항상 따라다니던 단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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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낸 SNS 문자를 보고 후배가 투덜거리며 답장을 보내왔다. “형님 왜 굳이 머리카락이라고 합니까? 털이라고 하면 되는 것을……”이라고 하면서 굳이 투덜거렸다. 그래서 답신으로 “그러면 윷가락은 윷털, 젓가락은 젓털, 가락국수는 털국수라고 할텨?”라고 보냈다. 아침마다 보내는 글에 그나마 답글이라도 올려준 것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웃자고 올린 글이다. 우리말에서 ‘조금 가늘고 길쭉하게 토막진 물건의 낱개’를 이를 때 ‘가락’이라고 한다. 문제는 ‘머리카락’은 왜 ‘가락’이 아니고 ‘카락’이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원래는 이러한 ‘ㅎ’종성체언(혹은 ㅎ곡용어라고 함)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낸 것인데, 후배가 장난을 친 것이다. 물론 ‘머리털’이라고 해서 틀리는 것은 아니다. ‘거웃(주로 생식기 주변에 난 털을 이르는 말인데, 볼두덩에 나면 볼거웃, 입수염의 방언은 입거웃이라고 한다)’이라는 우리말도 있다. 우리 옛말을 보면 ‘거웃 염(髥)’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에 흔히 쓰던 말은 ‘거웃’이었는데, 생식기 주변으로 의미가 축소되어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가락’이 ‘카락’으로 된 이면에는 뭔가 역사가 있다.

이것을 과거에는 ‘ㅎ’종성 체언이라는 말로 이야기했다. 한국어에서 항상 체언 뒤에 ‘ㅎ’이 따라다니던 말들이다. 외국어에도 ‘h’가 말끝에 이어지는 것이 많이 있다. 인도네시아어나 히브리어에서 음절의 끝에 ‘h’음이 붙어 있는 것을 많이 본다. 우리말 어법에 “옛말에서 ‘ㅎ’ 곡용어였던 ‘머리(頭), 살(肌), 수(雄), 암(雌), 안(內)’ 등에 다른 단어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합성어 중에 [ㅎ]음이 첨가되어 발음되는 단어는 소리나는 대로 뒤 단어의 첫소리를 거센소리(격음)로 적는다.”라고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머리카락(머리+ㅎ+가락)
살코기(살+ㅎ+고기)
수캐(수+ㅎ+개)
암컷(암+ㅎ+것)
안팎(안+ㅎ+밖)

과 같이 표기해야 한다. 보통 우리가 ‘암탉’이라고 쓰거나 ‘안팎’이라고 쓸 때는 그리 어색하지 않게 느끼고 있다.(사실 어르신 중에는 암닭, 안밖이라고 쓰는 분들이 많다.) 보통 ‘암 -, 수-’가 결합하는 경우에는 표준어 규정 제7항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이 표기해야 한다.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퇘지
암탉
암탕나귀
암피둘기
암평아리

등과 같이 써야 한다. 사람들은 암평아리, 암탕나귀, 수탕나귀 등을 보여주면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면 위에 표기한 것이 맞다는 것을 안다. 우리말에도 과거부터 ‘ㅎ’이 항상 따라다니던 단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로는 틀린 말인 것 같은 것이 표준어인 것도 있고, 표준어인 것 같은데 비표준어로 등재된 것도 있다. 항상 사전을 찾아보면서 생활하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보전할 수 있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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