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iN]'독고' 민 작가 "'민버스' 완성 뒤 은퇴…추리·공포 소설가로 살 터"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24. 5.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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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 액션 신작 웹툰 '폭력의 대가' 카카오서 연재
"'블레이드레인' 후속작 선보여 '민버스' 완성 예정"
"AI는 창작 도구로…스튜디오vs개인 작가 경쟁심화"


'민버스'(Meen+Universe)로 대표되는 민(Meen·오영석) 스토리 작가의 웹툰 액션물은 일진이나 조폭 미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인기 만화 '통' '독고' 시리즈 등 그의 작품은 군더더기를 빼고 종국을 향해 달려가는 부산행 기차처럼 강렬한 전개가 특징이다. 흔한 멜로도 없다. 액션과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선과 악의 묘한 경계 지점을 넘나드는 주인공이 추구하는 정의의 길이 명확하게 드러날 뿐이다.    

그의 작품에서 '멕베스'의 서사가 연상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희극 '멕베스'는 폭력의 파괴적인 영향과 도덕적 책임의 딜레마에 대한 탐구를 담은 고전 작품이다.

고귀한 전사이자 영웅이었지만 점차 탐욕과 야망에 굴복해 살인과 광기의 내리막길로 빠져들며 죄를 더해가는 장군 멕베스가 파멸을 향해 질주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대문호의 문학을 '한낱' 웹툰에 비교할 바가 되느냐는 지적이 예상되지만, 고전 문학이 현대 대중문화예술과 철학에 다각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생각하면 만화·웹툰 역시 고전 예술의 수많은 산물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 바탕에서 고찰할 때 오늘날 대중 콘텐츠의 작품성과 다양성, 인기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조폭 미화에 대해서도 민 작가는 "독자들은 작품으로 즐기는 것이지, 사람들이 조폭을 동경할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계몽주의적 시각"이라고 꼬집는다. 독자 스스로 작품과 현실을 구분하며 그들 나름대로 소화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2년 만에 들고 온 신작 '폭력의 대가' 역시 바르고 정제된 검도선수 출신 주인공이 여동생의 죽음을 마주한 뒤 진실을 파헤치며 치열한 복수극을 펼친다. 하지만 그 역시 종국에는 그 폭력의 '대가'(代價)를 치르게 된다. 민 작가의 말대로 교훈을 담으려는 생각은 없다. 선과 악을 의식하거나 구분하려 하지도 않는다. 묘한 경계 안에서 내밀한 캐릭터마다의 특징과 추구하는 각자의 길이 있을 뿐 그런 인간 군상들이 누아르라는 장르를 통해 표출된다. 영화를 생각하면 쉽다.

만화 스토리에 문학적 서사 구조를 강조하는 민 작가는 특히 서스펜스에 천착한다. 싸움과 잔인한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그는 인물들 사이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보여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림 작가는 작화로 효과를 극대화 한다.  

민 작가의 동명소설 원작 노블코믹스 '통'을 시작으로 본격 느와르 웹툰 '독고' '블러드레인' 등 대표작


'통' '독고' 시리즈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민 작가는 '삼총사' '철가면' '여왕 마고' 등을 쓴 프랑스 대문호 알렉산드르 뒤마(1802~1870)의 할리우드식 문학 기법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뒤마의 작품들은 이야기 속에 눈을 뗄 수 없는 서스펜스 장치가 탁월하죠. 저는 할리우드식 문법이라고 부르는데, 인물이나 사건들 사이에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갈등 구조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서스펜스를 선호해요. '서스펜스의 대가' 앨프레드 히치콕처럼 말이죠."

민 작가의 대학시절 전공은 불어불문학과다. 90년대 불문학의 사양으로 군대에 다녀온 사이 학과이름이 프랑스지역학과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문학을 좋아하고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대회에 나가는 대로 상을 탔다. 선생님도 글 쓰는 기자나 문인이 되라고 권했다.

아버지는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다. 5형제 중 넷째 형과도 열네 살 차가 나는 늦둥이 막내로 1974년 태어났다. 세상에 눈을 떴을 땐 이미 '형님'들은 출가했고 또래 부모님들보다 주름진 부모님은 갑작스레 태어난 늦둥이를 이뻐했다. 아명 '정민'을 따 필명 '민(Meen)'이 됐다.

그가 군 제대 후 대학에 복학한 시기는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이었다. 모두가 절망과 불안에 빠져 있던 시기, 그는 PC 통신 중 하나인 유니텔을 통해 지금의 웹소설과 같은 'PC통신 문학'에 '미나'라는 필명으로 입문했다. 평소 폭력과 폭언으로 후임들을 괴롭히던 병장이 전역을 앞두고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자 이를 밝히던 일직사관까지 죽임을 당한다. 주인공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들어가는 추리 소설 '전역일'을 연재하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IMF로 모두가 힘들었어요. '전역일' 완결 이후에 여러 작품을 올렸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어요. '통' 원작 소설은 연재 6개월 정도 지나서 입소문이 나며 인기를 끌었죠. 희망이 없는 시대에 아마도 당당하면서 건방져 보이기까지 하는 주인공 이정우의 모습을 보며 많은 분들이 감정이입했던 것 같아요. 이후에 공포 소설 '소녀의 기도'를 쓰면서 한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가 왔는데 부도가 났어요. 소설가로 데뷔할 기회가 사라진 거죠."

출판만화 시장이 붕괴했지만 만화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하위문화(서브컬처) 취급을 받던 웹툰은 PC통신 소설이 웹소설 장르 문학으로 진화해 가듯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었다. 어느 날 한 만화가 지망생이 민 작가의 PC통신 소설을 보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민 작가는 흥미를 느껴 2001년 만화 스토리 작가에 도전하지만, 당시 만화 주간지를 내던 대원씨아이에서 몇 년 동안 트레이닝만 받고 데뷔 기회는 얻지 못했다.

먹고살기 위해 잠시 학습만화 제작에 참여하다가 2006년 한 스포츠신문에 '천벌'을 연재했다. 민 작가는 이 작품 역시 '민버스'의 한 축이라고 말했다. '통'의 이정우가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스토리 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스토리 작가로 본격 이름을 알렸다. 만화·웹툰 에이전시 투유드림에서 그의 작품 '통'을 웹툰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스케치 선이 살아 있는 특유의 무거운 그림체를 가진 백두(백승훈) 작가와의 첫 만남이었다.

2012년 T스토어와 스투닷컴에 민 작가의 존재를 알린 '통'과 '독고'를 동시 연재하게 된다. 이른바 '민버스'의 등장이다. 노컷뉴스 [만화iN]이 민 작가를 만나 '민버스'의 완성과 웹툰 스토리 작가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민 작가의 카카오웹툰 연재 신작 '폭력의 대가'

떠나는 스토리 작가들…공장식 육성 방식으론 한계

-2년 만에 신작 '폭력의 대가'로 돌아왔다. '민버스'(Meen Universe)의 새로운 전개가 궁금하다.

= '폭력의 대가'는 검도 선수 출신인 주인공 예시호가 동생 예시연의 억울한 죽음을 갚기 위해 복수를 시작하는 액션물이다. 그동안 잔인하고 강렬한 액션물을 다뤄왔는데, 검이라는 무기가 가진 잔혹하고 처절한 액션이 극의 서사를 다루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폭력의 대가'는 기존 액션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검 액션을 선보인다.

'통' '독고' '채수연' '블러드레인' 등 기존 작품들은 각기 독립적인 이야기다. '폭력의 대가' 역시 캐릭터와 서사가 각기 다른 완결체로 존재하지만 개별 작품들이 최종적으로 모여 결국 하나의 우주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있다. '폭력의 대가'를 연재하며 '블러드레인'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머지 않아 '민버스'가 완성될 예정이다. 어떤 세계관으로 완성될지 기대해달라.

-'폭력의 대가'에서도 조폭이나 거대한 세력이 등장하는데, 검도와 검술이 등장하는 것은, 사무라이 문화가 익숙한 일본 등 해외 진출을 의도한 설정인가?

= 기존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이번 '폭력의 대가'도 해외 시장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특별히 싸움 아이템을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인데, 돌아보면 오히려 까다롭게 계획하고 만든 것 치고 잘 된 것이 없었다.

국내 누아르 장르에서 검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고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액션 연출이 화려할 것으로 생각해 비주얼 측면에서 캐릭터 설정에 담았다. 아무래도 살상 무기의 등장은 여러모로 심의에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별개로 작품이 잘 되면 해외에 선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국내 연재 심의에서 빠진 무삭제 컷을 잘 모아두고 있다. 정제되면서도 강렬한 액션이 부딪치는 장검 액션을 지켜봐달라.

민 작가

-기존 작품들에서 여러 그림 작가, 팀과 호흡을 맞춰왔는데, 독자들은 '민백두유니버스'로 불리는 백두(백승훈) 작가와의 케미를 기억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민버스'의 독자적인 그림 연출을 선보이게 되나?

= PC통신 소설 연재때부터 각 작품에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것이 사실이다. '민백두유니버스'는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해 주신 독자들이 처음 붙여주셨다가 '통' '독고' 작품 에이전시인 투유드림이 공식화 했다. 백두 작가의 어둡고 강렬한 그림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 현재 백두 작가는 따로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저도 차기작들은 다양한 작가들과 호흡을 맞춰보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나의 경우는 스토리에 집중하다 보니 그림체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신작 '폭력의 대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변장욱 작가는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제작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연출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1화부터 변 작가의 그림 연출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좋은 평가를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에 힘을 주다 보니 그림 연출은 거의 작가에게 일임한다. 주로 각색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협의하고 스토리(만화 시나리오)를 넘기면 대부분 그림 작가에게 맡긴다.

-민 작가 작품의 세계관(유니버스)을 정리한다면?

= '통'의 주인공 정후는 일진에서 조폭으로의 삶을 이어가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어둠에 있지만 내면에는 빛을 추구하는 입체성을 띤다. '독고'의 강혁은 일진 출신이지만 범죄자를 잡는 경찰이 돼서 빛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의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범죄자의 세계를 자신의 경험으로 잘 알기에 이용하기도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폭력'(싸움)은 개별 작품마다의 캐릭터가 추구하는 데 필요한 힘이자 욕망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것으로 어떤 교훈을 주거나 미화할 의도는 없다. 내가 장점으로 여기는 스토리텔링이 액션 누아르다. 선과 악이 모호한 경계 안에서 개별 캐릭터의 상황이 있고 각자의 길이 있다. 그런 인간 군상들의 내면을 그려내고 장르적 서스펜스 요소를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게 내 스토리의 핵심이다. 기존 작품과 이후 신작들이 세계관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민 작가


- 지금은 장르 문학이 주류 문학으로 올라서고 국내외에서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PC통신 문학'이 주류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통'을 쓴 것이 26년 전 일이다. 당시 장르 문학은 비주류 취급을 당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IMF 외환위기라는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있던 터라 2000년 이후 초고속 인터넷이 확산하고 IMF 조기졸업 하면서 본격적으로 '웹소설'이라는 장르 문학으로 지금은 당당히 주목받고 있다. 당시 소설 '통'으로 만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당시 출판사들은 '안 된다' 였다. 누아르 장르인데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강하고 특히 '멜로'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로부터 '통'이 만화로 나오는데 10년이 걸렸다. 결국엔 큰 인기를 얻으면서 통했다. 당시에 '안 된다'고 했던 분들이 업계 전문가였는데, 결과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결국 받아들이는 팬과 독자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다양성을 가진 문화 콘텐츠가 관심을 받는 시대 아닌가.  

- 웹툰 스토리 작가로서 작품 구상에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은?

= 나의 만화 스토리 작성은 시나리오 방식이다. 원고를 그림 작가에게 넘기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과물이 나오면 그것에 대해서 필요한 부분을 협의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림 작가의 연출 방식이나 스킬에 따라 각색이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 사이가 예민해질 수 있는데, 특별히 내용 전개에 문제가 없다면 그림 작가에게 대부분 일임하는 편이다.

만화 스토리를 쓰는 방식은 다양한데 나의 경우 시나리오 방식을 선호한다. 너무 세세하게 연출을 표시하면 공장식 공정이 된다. 자유도가 떨어져서 스토리 안에서 그림 작가의 창작성이 제한된다.  개성이 강한 작가의 경우에는 대사와 장면, 배경, 액션, 컷 등 세세하게 지정해 주는 것을 불편해 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스토리와 서사 구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면 작가는 원고를 기반으로 자신의 방법으로 연출하는 것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 액션 누아르 장르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 소설을 쓰던 초창기 선호했던 장르는 공포물과 추리물이었다. PC통신 시절 쓴 추리물 '전역일'과 공포물 '소녀의 기도'가 대표적인데, 개인적으로 프랑스 대문호인 알렉산드르 뒤마의 '삼총사' '철가면' 등 지금의 할리우드식 서사 구조를 가진 서스펜스 활극을 좋아한다. 다양한 액션 만화를 공부하면서, 원래 내가 좋아했던 문학 장르를 해보자 해서 현대적인 액션과 누아르에 서스펜스를 입힌 만화 스토리를 선택하게 됐다.

-다양한 웹툰 유니버스 작품들이 출현하고 있는데, 민 작가 유니버스와의 차이점은?

= 한국에서 유니버스라고 하는 작품들은 여러 개별 작품의 캐릭터가 어딘가에서 만나는 접점에 중점을 둔다면, '민버스'는 캐릭터들마다 독립적인 서사가 있고, 이것을 더 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구조를 띈다. 더 쉽게 말하면 다른 유니버스는 캐릭터를 모으는 식이라면, 나의 경우는 별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서사 구조다. 테마형 게임 유니버스를 제외하면 웹툰과 장르 문학에서 구조성을 갖춘 유니버스는 사실상 한국에서는 내 작품이 유일하다고 자부한다.

민 작가


-AI 등장으로 그림 작가 못지 않게 스토리 작가 역시 사라지거나 창작자로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도구라 생각한다.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 때 죽을 때까지 전화기를 쓰지 않고 편지로 연락을 주고 받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화기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아무리 거부해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있다. AI에 대한 두려움으로 밀어내기 보다 어떻게 내 도구로 잘 쓸 것인가 생각하는 게 필요한 시점 아닐까. AI가 만화를 잘 만드는 것 같지만 전체를 연결하면 이상하다. 소설도 AI가 쓰면 부분적으로는 잘 썼구나 하지만, 마지막 장까지 내용을 보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결국 서사 구조나 내용들을 인간이 잡아줘야 하는 부분은 필요할 것이다. 문학적 이해도와 인간적 감수성, 감정이 있어야 그 부분도 잘 잡을 수 있지 않겠나. 포토샵 같은 도구하고 생각한다. 포토샵처럼 AI를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에 있어 스토리는 핵심이다. 만화·웹툰에서 스토리 작가의 포지션은 괜찮은가?

= 웹툰 스튜디오가 많아지면서 소속 작가로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작가로서 직업적 독창성이 많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이미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은 웹소설 작가나 드라마 작가로 전향하고 있다. 아무래도 웹툰 시장에서 검증된 스토리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노블코믹스를 선호하다 보니, 독립적인 만화 스토리 작가로서는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면 노블 각색 작업은 늘어났다.

웹툰 스튜디오에 속하면서 자신의 하고 싶은 온전한 오리지널 창작물보다 계약 작가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도 한몫하는 것 같다. 웹툰 시장에서 스튜디오와 개인 작가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오리지널 스토리 작가의 수는 줄어들고 이직은 늘고 있다. 지금의 아카데미처럼 공장식으로 스토리 작가를 육성하는 방식으로는 작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민버스'를 완성하기 위한 차기작 계획은?

= '폭력의 대가'는 100화 정도 계획하고 있다. 이 작품이 끝나기 전에 '블러드레인'의 탄생을 다룬 100화 분량의 '블러드레인0(제로)'를 선보이려 한다. '민버스'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최종판 작품이 '블러드레인3'이 될 텐데, '블러드레인0'는 가능하면 올해 안에 론칭하려고 한다. 이후 '블러드레인3'이 나올 예정이다.

-다시 소설가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 연륜이 쌓이면 그림은 농익고, 글 쓰는 기술은 늘지만 공감력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최고지만 내일은 그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나이다. '블러드레인3'을 끝으로 '민버스'라는 서사를 완성하고 나면 만화·웹툰 스토리 작가로서는 은퇴하려고 한다. 공포·추리 소설을 쓰고 싶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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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maxpres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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