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논란, 결국 법원이 마침표…'사법 개입' 우려도

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2024. 5. 1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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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넘은 '의대 증원' 논란, '법원' 결정으로 일단락
"정책과 행정의 과도한 사법화" 염려도 나와
"사법부, 행정부 재량 존중하되 최소한의 관여"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석 달 넘게 이어진 '의대 정원 증원 논란'이 법원 결정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집행정지 신청을 항고심인 서울고법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정부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행정의 이슈가 지나치게 사법의 영역 안으로 넘어온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 정책 추진에서 비롯된 갈등을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사법부 판단으로 해결하려는 데 대한 지적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전날 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공의나 의대 교수 등에 대해서는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1심과 같이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의대생들의 신청인 적격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항고심 재판부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 개혁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또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원 결정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의료 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 의정 갈등 3개월은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료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정 갈등 국면에서 좀처럼 대화와 타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천명'이란 규모를 놓고 '한 명도 줄일 수 없다'는 정부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료계 간 입장은 지루할 정도로 평행선을 달렸다. 총선 이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긴 했지만 유의미한 협의는 없었고, 결국 정책과 행정의 문제가 대화와 타협으로 풀리지 않은 채 송사로 넘어가면서 마무리된 것이다.

사법 권한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일찍부터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수반되는 통치행위인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사법부의 지나친 개입이 정책 추진의 지연과 혼란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사법부가 행정부 권한인 대학교 증원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재판부는 논의 과정과 절차 외에 정책의 적절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일각의 우려에도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이슈가 사법 영역으로 넘어온 이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행정 집행이 이해 관계자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사법부가 개입할 여지도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다.

A부장판사는 "이해 관계인들이 문제가 있다고 법원을 찾았을 때 사법부가 판단하고, 문제를 들고 온 이상 법원의 판단 대상"이라며 "사법부는 모든 행정 행위의 절차적, 실질적 적법성을 다 살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B변호사 역시 "사법부는 소송이 들어왔으니 법리적 판단만 해주는 것"이라면서 "판결들을 보면 의외로 사법부가 행정기관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대법원도 행정부의 '재량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15년 영광군수는 "환경 오염 우려가 있다"며 한 건축주에 대해 건축허가 신청 반려 처분을 내렸고 건축주는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며 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부장판사는 "사법부도 행정부의 재량 행위에 관해서는 가급적 관여를 자제하는 흐름"이라며 "자제는 하되 적법하지 못한 점이 너무 지나치다면 최소한으로 제동을 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부의 판단과 결정 모두가 행정부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침해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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