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랑도 가능?"... 피차이 구글 CEO "깊은 관계 맺는 사람 나타날 것"

이서희 2024. 5.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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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미국 외 지역 취재진과의 간담회.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은 질문을 받자 "대답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한다"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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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갈수록 강력... 모든 가능성 대비해야
AI 발전하는 만큼 안전장치도 마련 필요"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 이틀째인 15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외 지역 취재진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미래에는 인공지능(AI)과 진심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1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열린 미국 외 지역 취재진과의 간담회.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은 질문을 받자 "대답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한다"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이어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은 더 강력해질 것이고, AI와 더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구글은 전날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구글 검색·안드로이드·포토 등 전 제품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하고, 사람처럼 음성으로 상호작용하는 AI 비서를 시연했다. 하루 전인 13일에는 오픈AI가 음성 명령에 대한 응답 시간을 사람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단축한 'GPT-4o'를 공개, "영화 '그녀'처럼 AI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피차이 CEO도 그 가능성을 인정하며 "그것이 우리가 '책임감 있게' 기술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발전을 이루는 동시에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생성하는 AI 도구의 출현 이후 AI가 생성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워터마크 기술이 발전한 게 대표적인 예라고 그는 덧붙였다.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 이틀째인 15일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등 구글 임원진이 미국 외 지역 취재진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피차이 CEO, 리즈 리드 검색 담당 수석부사장, 제임스 마니카 리서치 기술 및 사회 수석부사장, 코라이 카바쿨루 구글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오픈AI와 경쟁에 "타사 혁신 환영할 일"

그러나 이른바 두머(doomer·파멸론자)들은 AI를 빠르게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안전하게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AI 능력이 너무 강해지면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발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피차이 CEO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둘은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협력하는 관계"라며 "우리는 AI 구축에 투자하는 것만큼 인류에 도움이 되는 홍수를 예측하거나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발전할수록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오픈AI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사의 혁신을 보는 것이 좋다"며 "그것(경쟁사의 발전)은 우리가 보다 나은 일을 하도록 밀어붙이고, 결과적으로 세상이 더 좋아지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술의 발전은 한 가지 사건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글은 지난 10년간 AI를 발전시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은 오픈AI에 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혔다.


"검색+AI, 웹사이트 트래픽 줄이지 않을 것"

일각에서는 구글 검색에 제미나이가 결합되면서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를 제공하던 웹사이트들로의 방문자 유입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령 검색만으로 뉴스의 세부적인 내용을 알 수 있게 되면 더는 언론사 홈페이지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리즈 리드 구글 검색 담당 수석부사장은 "사람들은 궁금한 것을 검색하러 왔다가 대답에 흥미를 느끼면 더 깊이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며 "AI가 제공하는 요약·정리된 정보가 가치가 있다면 (해당 고품질 정보를 제공한 웹사이트는) 이전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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