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군사위 간사 “韓과 나토식 핵공유 협정을”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5.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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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재배치’ 공화당서 잇단 제기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긴밀히 협력하며 한반도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미국 상원의 주요 인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1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1990년대 초)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시키면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한반도와 태평양의 안보 상황은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핵 전진 배치 태세를 재검토(rethink)해야 할 때”라면서 미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아시아판 나토식 핵 공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도 같은 날 상원 청문회에서 “핵무기를 동아시아에 복귀시키는 옵션을 모색하는 일을 금기(taboo)시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미 대선을 앞두고 의회의 한반도 정책을 좌우하는 양대 상임위원회 공화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한반도 등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7월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를 강조했다. 보니 젱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우리의 (핵우산) 공약이 확실하다는 것을 한국이 이해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북핵 비상등 깜빡” 美상원, 韓과 핵공유-전술핵 재배치론 잇달아

공화당 ‘한반도 핵무장론’ 동시 강조
위커 “북핵위협 무시하긴 너무 위험”
리시 “핵정책 수정 금기시 말아야”
‘바이든 확장억제 강화’에 의문 제기

“한반도에 깜빡이는 비상등에 주목하고 미국의 핵 전진 배치 태세를 재검토(rethink)해야 할 때다.”(로저 위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

“미국은 핵무기를 아시아에 재배치하는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미국 공화당 외교·군사위원회 리더들이 15일(현지 시간) 동시에 한반도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 중국,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 구상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다음 달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고 핵 운용 지침(가이드라인)을 완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야당 공화당을 중심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맺은 ‘워싱턴 선언’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 美 의회서 잇단 ‘아시아판 핵 공유론’

위커 의원은 이날 ‘무시하기 너무 위험한 북핵 위협’이라는 제목의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현재의 미국은 북한의 군사력 증대와 중-러 간 전략적 연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북한의 위협을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이어 1990년대 초 한국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철수하며 추진한 한반도 비핵화 구상이 북한의 핵 개발로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나토처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판 핵 공유 방안이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 의회 전략태세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제시한 권고사항 중 하나”라면서 “위원회는 이 같은 조치가 적의 핵 확장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전략태세위원회는 국방수권법에 따라 미국의 핵 전략을 재검토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로,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 전력 배치 필요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리시 의원도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의 군축·억지력 청문회에서 “아시아에서의 확장억제력은 유럽과 달리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동맹국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데다 북한은 수백 개의 핵무기 실전배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억지력을 강화하고 동맹국을 안심시키려면 핵무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美 대선 앞두고 한미 NCG 등에 회의론

위커, 리시 의원은 미 국방부와 국무부를 감독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군사·외교위원회의 공화당 최고위 인사다.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각각 군사위원장과 외교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리시 의원은 지난해 3월에도 “한국에 핵무기 재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며 NCG 창설 등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강 전투기’ 美 F-22와 韓 F-35A 한반도 상공서 모의 공중전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전투기 2대(위)와 미 공군의 F-22 스텔스전투기(아래)가 16일 충청 지역 상공에서 근접 공중전투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가 한반도에서 우리 공군 전투기와 모의 공중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 제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위커 의원은 이날 기고문에서 주한미군 강화도 제안했다. 그는 “김정은이 더 큰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놀기 시작한 만큼 미군도 신속해져야 한다”면서 주한미군 기지 현대화와 정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을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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