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본 가는 ‘먹황새 알’

허행윤 기자 2024. 5.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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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알을 낳는다. 알은 흰색이고 무늬 없이 둥그렇다. 암수 함께 품는다. 부리에서 눈 둘레 색깔이 붉다. 머리에선 녹색 광택이 난다. 배는 흰색에 가깝다. 단독 생활 또는 암수와 함께 살면서 개구리나 뱀 또는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먹황새가 그렇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강송리 절벽에서 1938년 이래 1968년까지 번식해 왔다. 그런데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1979년 1월18일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겨울을 나던 한 마리가 목격됐다. 1968년 5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2012년 5월3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201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격상했다.

먹황새 알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무슨 연유일까. 복원을 위해서다. 주최 측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다. 문화재위원회 산하 천연기념물 분과가 최근 황새생태연구원의 먹황새 알 일본 수출허가 신청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먹황새 알 4개가 이달 중 일본 타마동물원으로 간다. 어린 먹황새 여섯 마리가 대신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온다.

일본은 야생 황새 근친도가 우리보다 높아 유전적 다양성을 위해 먹황새 도입이 시급하다. 연구원 측은 “국내 역시 먹황새 복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구원은 지난 1999년 일본에서 수정된 먹황새 알 4개를 들여와 두 마리를 증식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020년 타마동물원과 먹황새 및 황새 보존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먹황새 알과 어린 새 교환 방안을 논의해 왔다. 문화재청은 황새생태연구원 등과 함께 1996년부터 러시아, 독일, 일본 등에서 황새를 들여와 증식·복원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조류 보존을 위해 두 나라가 손을 맞잡았다. 날이 시퍼렇게 선 뾰족한 언어로는 미래가 없다. 먹황새 보존을 위한 양국의 협력이 정치, 경제, 사회 등으로 확산되길 기대하는 마음은 필자만의 바람일까.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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