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받고 싶은 것과 주고 싶은 것

경기일보 2024. 5.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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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길 동두천 샘물교회 담임 목사·협성대 객원교수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을 두고 흔히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거기에 노동절과 스승의 날까지 있어 5월은 챙겨야 하는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그래서 필자는 5월을 가리켜 ‘선물의 달’이라고 부른다. 선물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매개체다. 그러나 그 선물이 너무 자주, 과하게 챙겨야 할 때는 부담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그냥 받기만 하던 5월은 참 행복한 달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드니 5월이 되면 각종 선물 고민이 생긴다. 경제적인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어떤 것을 선물해야 받는 사람이 좋아하고 주는 나에게도 보람이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뭐니 뭐니 해도 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과연 최고의 선물은 ‘돈’일까 생각을 해본다. 특히 어린 조카들에게 용돈으로 선물할 때면 이 용돈을 올바르고 소중히 사용하기를 바라게 된다. 선물하는 모든 부모님과 어른들의 마음도 필자와 같을 것이다. 그래서 선물은 받는 이의 마음과 주는 이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

요한복음 4장에는 예수께서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장면이 기록돼 있다. 이 여인은 이전에 다섯 남편이 있었고 지금은 여섯 번째 남편과 사는 중이었다. 이 여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인 기록은 없으나 그의 상황에서 평범하지 않은 굴곡진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우물가에서 ‘물’이라는 주제로 대화의 접점을 찾으시고 여인과의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예수께서 ‘영원히 목 마르지 않는 물’, 즉 구원과 영생의 길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여인은 그저 육신의 갈증만 풀어주고 물을 긷는 수고로움만 덜어주는 것을 생각하고 말했다.

여기에서도 받고 싶은 것과 주고 싶은 것의 차이가 드러난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자주 있다. 내가 받고 싶은 것과 주님께서 주시고 싶은 것이 다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마태복음 7장 9~11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

‘가장 좋은 것’,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가장 좋은 것’이다. 자녀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자녀에게 주는 선물의 기준은 그저 받고 싶은 것보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을 것이다.

이에 대해 바울 사도는 로마서 11장 29절에 이렇게 고백한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선물과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습니다.(*후회하심이 없느니라)”

가정의 달 그리고 선물의 달 5월에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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