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미애 낙선, 이재명 ‘1인 당’의 이변이 남긴 것

조선일보 2024. 5. 1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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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에 당선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후보. 뉴스1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169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당초 국회의장 경선은 다른 친명 후보자 2명이 추미애 후보와 단일화하거나 자진 사퇴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되면서 원내대표 경선처럼 ‘추미애 추대’로 끝나리라 예상됐다. 전례 없는 당 지도부의 경선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추 후보는 “이재명 대표가 나에게 잘해달라고 말했다”며 명심(明心)을 내세웠고, 우 후보도 “이 대표가 내게 ‘형님이 딱 제격’이라고 말했다”면서 명심으로 맞섰다. 하지만 민주당 원로의 말처럼 “한 사람을 거의 황제로 모시는 당”에서 추미애 후보의 탈락이라는 이변이 나오리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민주당 당선자 171명 중 초선은 71명이고, 이들 대부분은 비명계를 사실상 배제한 공천에서 선택된 친명(親明) 성향이다. 부정대출 의혹을 받고 막말 전력이 있더라도 이들은 반윤석열 바람을 타고 당선됐다. 이런 민주당 당선자 중 과반이 이재명 대표 체제와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추 후보 대신 우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예상과 다른 선택이 나온 것은 한 사람을 황제로 모시는 ‘1인 당’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나자 예상대로 추 후보를 지지했던 강성 당원들이 당원 게시판에 “수박 나가라” “언제든 이재명을 배신할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도 내심 같은 생각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금처럼 민주당을 개인 사당처럼 운영하면 이런 일은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이 대표가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앞으로 국회의장이 될 것이 확실한 우 의원도 사실상 친명 중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우 의원은 의장 경선에서 “총선 민심은 범야권 192석으로 윤석열 정권에 매섭게 회초리를 들었지만, 개헌선까지 의석을 주지는 않았다” “원칙을 잃지 않으면서도 독선이 아닌 유능하게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여야가 싸울 사안도 많지만, 연금·노동개혁, 안보 및 민생 현안 등 정파에 상관없이 협력해야 할 사안도 많다. 국회의장에겐 국가 서열 2위의 예우를 해주면서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사안에서 초당적으로 타협을 이끌라는 뜻이다. 민주당 경선 이변으로 당선된 우 의원은 국회의장의 책임에 대해 새로 생각하기 바란다. “국회에서 대화는 중요하고 여야의 협상과 협의는 존중돼야 한다”는 우 의원의 말 그대로 실행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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