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유턴' 없는 전공의·의대생…교수 집단휴진도 우려
집행정지 각하·기각에도 의정 갈등 격화 관측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3개월째에 접어든 의정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진 가운데 지친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및 사직 행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법원이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하면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 동력은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사들은 법원 결정에 불복, 재항고 등 법적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고법에는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외 32명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충북대·강원대·울산대 의대생 등이 제기한 즉시항고 사건 6개가 남아있지만 소요 시간을 감안하면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내년도 입시에서 의대정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1500명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져 당장 의정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20개 의대 교수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는 지난 15일 임시총회를 열고 "법원이 각하나 기각 결정을 할 경우 장기화될 비상진료 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에 대해 심도 있게 상의했다"며 "주 1회 휴진을 계속하는 방안과 일주일간 휴진을 단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던 의대 교수들은 피로 누적에 주 1회 휴진에 나서면서도 응급·중증·입원환자 진료와 수술은 유지하면서 환자들 불편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이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갈 경우 의료현장 대혼란이 예상된다. 이미 일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나머지 교수들 역시 사직서를 제출할 수 있어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공의들 복귀도 요원해 보인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병원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데다 5월이 넘어가면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돌아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령상 전공의는 수련 연도 내 수련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며,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오는 20일이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지 3개월이 된다. 올해 전공의들의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춰질 경우 향후 몇 년간 연쇄적으로 의사 공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전공의는 "법원 결정을 접하고 '지쳤다'는 딱 한 마디가 생각났다"며 "(정부는) 전공들을 강제로 복귀시키면 강제로 일을 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결국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모두 이탈할 것이고 아무도 심장수술, 소아내시경 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수들도 전공의들도 사명감을 잃어 떠날 것 같다"며 "의대생들도 진로를 바꾸고 핵심의료, 필수의료는 기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승원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대응팀장도 "고법 결정을 중요한 변수라고 봤었는데 (기각·각하 결정으로)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5월 복귀 가능성이 없어진 것 같다"며 "향후 어떻게 준비할까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이 절차대로 진행되면서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 복귀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5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의대 학칙상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한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각 대학은 오는 9월에 시작하는 의사 국가시험 일정과 7월 원서접수 기간을 연기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의협은 17일 오전 전의교협 등 일부 의사단체와 이번 법원 결정 관련 공동성명서를 낼 예정이다. 향후 대정부 투쟁 방식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강경파' 임현택 회장이 의협을 이끌고 있는 만큼 총파업 등을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빅5' 병원 등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병원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병원이 수술과 진료 등을 더 줄이게 되면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도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전날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정원 증원 결정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의대교수, 전공의 등의 신청은 각하하고 의대생의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대생들의 경우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며 원고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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