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95] 굶주림이 늘 번졌던 땅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4. 5. 1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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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중국을 ‘굶주림의 땅’이라고 일컫던 적이 있었다. 전쟁을 포함한 각종의 재난이 빈발했던 까닭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이 펼쳐지면서 굶주림, 그로 인한 사망자가 끔찍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다.

공식적 통계는 아니지만, 1959년부터 3년 동안 이어진 대약진운동으로 직접적인 아사(餓死)나 굶주림으로 인한 비(非)정상적 사망자가 4000만 명에 육박하거나 그를 상회한다는 증언도 있다. 역사 속 기근(饑饉)은 더욱 참담하다.

굶주림이 번질 무렵에는 표현이 가볍다. 흔히 ‘서북풍 마시다(喝西北風)’라고 적는다. 왜 서북풍인가의 유래는 복잡하다. 단지 시리고 추운 시절에 고픈 배를 달래려 바람이나 실컷 마셔 둔다는 정도의 정서로 이해하면 좋다.

기근이 더욱 번지면 사람들은 느릅나무 열매나 껍질을 벗겨 먹는다. 이어 점토질의 흙을 구해 허기를 면한다. 흙으로 만든 양식 대용의 그 물건은 흔히 관음토(觀音土)라 했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려 죽는다.

그 마지막이 참담하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인상식(人相食)’의 사례가 이어진다. 이 정도면 차라리 지옥도(地獄圖)라 해도 좋을 풍경이 빚어진다. 그 무렵의 극단적인 단어 하나가 채인(菜人)이다. 사람이 시장에서 식용으로 팔리는 사례다.

1630년에 태어난 청나라 시인 굴대균(屈大均)의 ‘채인애(菜人哀)’란 시가 있다. 그는 서문에 “기황이 심해진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의 몸을 시장에 팔아 마련한 돈을 남편에게 건네며 울었다.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아내의 뒤를 밟았으나 이미…”라는 내용을 적고 있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의 저소득 계층 사이에서는 ‘서북풍 마시다’라는 말이 또 유행하는 모양이다. ‘헐벗음과 굶주림 문제[溫飽]’를 진작 해결했다고 자부한 공산당이 긴장하겠다. ‘강대국 꿈’에 빠지기 전 먼저 해결할 일이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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