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말의 기대' 의료계 당혹…"의료시스템 망가질 일만 남아"
의협·전의교협·의학회, 17일 입장 발표…대전협과도 논의중
(서울=뉴스1) 강승지 천선휴 기자 = 법원이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의료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전공의·의대생 등의 선배 격인 의대 교수·의사단체장 등은 "앞으로 의료시스템 망가질 일을 보게 됐다"고 한탄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16일 의대 교수와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의대증원 효력을 멈춰달라며 보건복지부·교육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의대생들이 낸 신청을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의대생 외에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의 신청은 각하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의대증원과 의료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소송 대리인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 다해 준비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의대생의 원고 적격을 인정한 점,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긴급성을 인정한 점에서는 의료계의 승리다. 일단 무승부"라고 언급했다.
법원 결정에 의료계는 실망한 분위기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소속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드릴 말씀이 없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었다"면서 "회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의비는 오는 23일 총회를 열고 최종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의비 소속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도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의료시스템이 망가지는 걸 그냥 두고 봐야 한다"면서 "무슨 행동을 하기도 애매하고, 각자 회의를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의비와 다른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7시 온라인 총회를 진행한 뒤 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전의교협에는 전국 총 40개 의대 교수들이 소속돼 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역시 "국민 건강을 위해 우리 의사들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으나, 이 상황은 어쩔 수 없다"면서 "정부가 우리를 더 탄압하면 떠날 수도 있다. 정부에 의대증원의 부당성을 더 설득하고 국민 곁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법원 결정문을 심도있게 살펴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임현택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결문을 보고 17일 입장을 내겠다"고 올린 가운데 한 의협 산하 의사단체장은 "예상하고 있었으나 정부 입장에선 마지막 탈출구도 막혔다"고 귀띔했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들하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고, 오늘의 판결의 결과가 전공의들이 오고 다시 들어오고 말고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했다.
의료정책 전문가는 이번 의정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대증원 논란은 정리됐지만 전공의, 의대생 복귀를 기대하기 힘들 뿐더러 의료대란은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 취지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증원 논란은 이번 법원 결정으로 정리되었지만, 의정 갈등과 의료대란은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면서 "교수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정상진료가 불가능한 병원들은 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폐업하는 병원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병원경영 어려움은 비자발적 병원직원 퇴사를 유도하고, 간호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도 어렵게 될 것이고 제약사, 의료기기사 등 헬스케어 관련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의료현장의 정상회복은 최소 2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성혜영 의협 대변인은 "의협과 전의교협 그리고 대한의학회가 오는 17일 연합 성명서를 배포할 예정"이라며 "대한전공의협의회와도 공동 대응을 논의 중이다. 오늘은 특별히 입장을 밝힐 게 없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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