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빅테크가 이끄는 세계증시…테크주 투자, 제대로 알고 하자

김남석 2024. 5. 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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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식 투자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AI 관련 해외 기술주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테크주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 증권·채권 결제금액은 1282억7600만달러(약 174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투자 열풍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열풍으로 시작한 주식투자는 해당 기업들의 꾸준한 실적과 주가 상승에 이제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관심 종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존 미국 핵심 기업으로 꼽혔던 알파벳(구글)과 애플,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MS )에 집중됐던 투자는 이제 '팹4(Fab Four·엔비디아, MS, 아마존, 메타)'로 옮겨갔다.

◇한물 간 M7?…팹4 뭐길래= M7에는 구글과 애플,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MS 7개 업체가 속해 있다. 하지만 테슬라와 애플, 알파벳 3개 종목의 주가가 주춤하면서 M7에서 3개 종목을 제외한 팹4가 떠올랐다.

특히 올 들어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작년 120% 이상 올랐던 테슬라 주가는 올해에만 30%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애플도 2%대 상승에 그치며 작년 급등세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팹4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올해에도 96% 급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MS와 아마존도 각각 13%, 23% 상승했다. 메타도 주가가 37% 이상 올랐다.

이런 주가변동은 전세계 시가총액 순위도 바꿔놨다. 1년 전 시총 2조6400억달러로 세계 1위였던 애플은 당시 2조3000억달러로 2위였던 MS에게 전세계 최고 가치 기업 자리를 내줬다.

MS 시총은 1년 만에 8000억달러 가량 불어나며 2년여 만에 애플 시가총액을 넘어선 이후 애플과의 격차를 꾸준히 벌리고 있다. 현재 MS 시총은 3조960억달러, 애플은 2조8700억달러 수준이다. 한화로는 300조원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아마존과 알파벳을 제치고 미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1년 전 289.53달러였던 주가가 현재 900달러를 웃돌면서 시총도 7122억달러 수준에서 2조2500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런 주가 격차는 AI산업 역량에 따라 나타났다. MS는 AI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주목받은 생성형 AI '챗(Chat) 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최대 투자자가 바로 MS다. 오픈 AI와 협력해 내놓은 검색엔진 빙(Bing)도 MS의 성장 가능성을 높였다. MS는 지난 2019년 오픈 AI에 130억달러(약 17조원)를 투자한 뒤 챗GPT를 자체 검색엔진에 탑재해 호평받았다.

AI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엔비디아다. AI 반도체 시장 성장의 선제 대응에 나섰던 엔비디아는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약 9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1년여간의 주가 상승률(225%)만 봐도,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다. 시가총액도 2조3600억달러까지 급증하며 애플(2조9100억달러)를 무섭게 쫓고 있다.

팹4 외에도 AMD, TSMC,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도 매섭다. TSMC 주가는 올해에만 52% 이상 급등했고, AMD(13%)와 브로드컴(29%)도 팹4의 주가 상승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AI에서 갈린 주가…시장 선점 위해 막대한 투자= 챗GPD를 필두로 생성형 AI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시장은 AI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 역시 자체 AI 모델 생성과 AI 반도체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M7 대신 급부상한 팹4의 '팹'(Fab)은 반도체 제조공장을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s)의 약자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의 주가 상승세가 유난히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기막히게 좋은(Fabulous)' 4개사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실제로 연초 이후 현재(현지시간 14일 기준)까지 수익률 상승이 두드러지는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MS의 공통점은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경쟁 업체에서도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AI 컴퓨팅 플랫폼과 첨단 데이터센터 칩을 설계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 덕분에 소프트웨어 부문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PC OS 윈도, 검색 엔진 빙, 구독형 오피스 M365에 이르는 제품 전반에 GPT를 접목한 상태다.

메타는 지난 4월 Meta AI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에 도입했고 자체 개발한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Llama) 3세대 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70B 모델은 오픈AI가 개발한 GPT-3.5보다 성능이 좋고 GPT4 성능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도 오는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LLM AI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이미 지난 3월 AI 기업 앤스로픽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고 향후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1500억달러(약 20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산업 관련 책 '칩 전쟁'을 쓴 크리스 밀러는 "메타와 MS와 같은 AI 칩 큰 손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자원을 계속 쏟아부을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며 "이는 적어도 올해 내내 HBM 등 AI 칩을 대규모 구매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인 알파벳(24.29%), 애플(2.22%), 테슬라(-29.89%)의 경우 AI 대응에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 업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에 AI 주도권을 뺏겼다. 이후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를 선보였지만 이미 MS가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인 GPT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전 제품에 탑재하는 등 앞서 나가는 가운데 제미나이 생태계가 쉽게 구축될 지는 미지수다.

10년간 세계 1위를 공고하게 지켜오던 애플 역시 특유의 폐쇄적 운영체제(OS)가 생태계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경쟁사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생성형 AI 관련 전략도, 인재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2위로 추락,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흩어진 AI 조직을 통폐합해 생성형 AI 개발 역량을 높이려는 움직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당장의 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위축에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주가가 급락한 테슬라 역시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인공지능(AI) 또는 로봇 회사가 돼야 한다"며 AI를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테슬라는 차량이 모으는 데이터, 영상 자료 등을 처리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훈련하도록 설계된 AI 슈퍼컴퓨터인 '도조'를 통해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빅테크주 투자하려면?= 국내에서도 팹4나 AI5 등 빅테크 종목 위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업이 시장 수익률을 웃돌수록 이들을 담은 ETF 수익률도 고공행진 하면서다.

올 들어 현재까지(1월 2일~5월 14일)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는 'ACE 미국빅테크 TOP7 Plus레버리지(합성)'으로, 55.4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27%) 수익률을 훌쩍 웃돈다.

이 외에도 'ARIRANG 미국테크10레버리지iSelect(합성)'(43.85%),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34.96%), 'KODEX 미국반도체MV'(33.58%), 등 수익률 상위 종목을 미국 테크 관련 ETF가 석권하고 있다.

특히 'ACE AI반도체포커스'(36.95%),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33.98%),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32.79%),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29.29%) 등 AI 관련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들 역시 대부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AI 소프트웨어 핵심 기업 15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SOL 미국 AI소프트웨어' ETF를 상장하기도 했다. AI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 기반한 후방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SOL 미국 AI반도체 칩메이커'에 이은 AI시리즈 두 번째 상품이다.

한편 ETF 투자에 따른 절세 혜택은 덤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개별 주식에 투자하면 매도 수익의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의 경우 매매차익 혹은 과표기준가 차이 중 적은 금액의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투자하면 순수익의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이상은 9.9%의 세금이 분리과세 된다.

시장에서는 AI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개발과 도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그들이 투입하는 막대한 자본이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AI 기술 발전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빅테크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앞서 뉴욕타임즈는 "지난 한 해 동안 엔비디아의 놀라운 성장률은 오래 지속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해 어떤 주식의 모멘텀이 영원하다는 믿음으로 주식을 사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매출과 수익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주가 상승이) 정당화될 수는 있지만 주가가 실적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시장은 결국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김남석·신하연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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