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사랑한 동화작가

한겨레 2024. 5. 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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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노름빚을 지고 고향을 등졌다.

해방되자 빈털터리로 고향 안동에 돌아왔다.

어머니는 권정생을 더 공부시키려고 행상을 하며 돈을 모았으나, 화폐 개혁 때문에 돈이 휴지 조각이 되었다.

함께 고학하던 친구는 가난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권정생은 결핵에 걸려 1956년에 고향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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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권정생 (1937~2007)

아버지는 노름빚을 지고 고향을 등졌다. 어머니는 남편을 찾아 바다를 건넜다. 권정생은 일본의 빈민가에서 나고 자랐다. 전쟁 때문에 조선인도 일본인도 굶주렸다. 폭격을 당해 집이 불탔다. 해방되자 빈털터리로 고향 안동에 돌아왔다.

초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했지만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갈 수 없었다. 어머니는 권정생을 더 공부시키려고 행상을 하며 돈을 모았으나, 화폐 개혁 때문에 돈이 휴지 조각이 되었다. 권정생은 학비를 벌고자 닭을 쳤지만, 돌림병으로 닭이 폐사했다. 고학생이 되겠다며 1955년에 부산에 가 막일을 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함께 고학하던 친구는 가난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권정생은 결핵에 걸려 1956년에 고향에 돌아왔다.

집에 부담을 끼칠 수 없어 기도원에 들어갔다가 동냥을 하는 거지가 되어 떠돌았다. 달랑 성경책 한권을 들고 나섰다. 예수야말로 “바람처럼 시원하게 살다 간 아주 멋진 거지”라고 그는 생각했다. 끝내 병이 깊어 수술로 콩팥 한쪽과 방광을 들어냈다. 소변 주머니를 이은 고무호스를 옆구리에 꽂았다. 수시로 고통에 시달리며 소변줄을 갈아야 했다. 병원에서는 “길어야 2년”을 살 거라고 했다. 그렇게 40년을 살았다.

1968년에 시골 교회 문간방에 종지기를 살러 들어간다. 글을 썼다. 돈이 생기면 원고지를 샀다. 1969년에 동화 ‘강아지똥’을 써 세상에 알려졌다. 꽃이 아니라, 꽃을 위해 거름이 되어준 똥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다. “다른 동화 작가가 꽃처럼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을 쓸 때 그는 누구도 쓰지 않던 똥 이야기를 썼다.” ‘작은 사람 권정생’을 쓴 이기영의 글이다. 권정생은 그 뒤로도 ‘몽실언니’ 등 많은 작품을 썼다. 2007년 5월17일에 세상을 떴다.

한번은 상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거지를 본다. 거지는 어느 사내의 뒷주머니를 노려보며 다가간다. 지갑이라도 훔치려는 걸까. 아니었다. 거지는 사내의 엉덩이에 붙은 지푸라기를 떼어주고는 사라진다. 거지를 의심한 일을, 권정생은 두고두고 마음 아파했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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