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저출생 대책 첫걸음 '전세사기'서 떼야 하는 이유

한정연 기자 2024. 5. 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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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경제력 뺏는 주거비
전세 선호 현상 뚜렷하지만
전세사기 우려해 월세 선택
정부 “전세사기 대책 급할 것 없다”

대통령실이 저출생수석실을 설치하면 다뤄볼 만한 첫번째 정책은 전세사기 문제다. 우리나라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결국 돈 문제이고, 청년층이 가장 심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지출이 주거비다. 청년층은 전세를 선호하지만, 지출 부담이 큰 월세를 택하는 이유로 전세사기를 꼽았다. 담당 부처인 국토부가 전세사기 대책은 급할 게 없다면서, 금융 문제인 부동산 PF에는 적극적인 것도 문제다.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 8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산을 화두로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13일 저출생수석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날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저출생 대응, 청년지원, 첨단·전략산업 인력양성 등 주요 투자과제 중심으로 부처 간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분기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2022년 0.78명보다 0.06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 0.65명까지 떨어졌고, 올해 1분기 0.81명으로 상승했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청년층은 이제 자녀 없는 결혼 생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한국의 사회동향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층은 2015년 자녀 없는 결혼 생활에 평균 2.7점을 매겨 다소 부정적이었지만, 2020년엔 3.3점으로 긍정적으로 변했다(1~5점). 자녀 없는 결혼 생활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도 2015년 27.7%에서 2020년 44.1%로 상승했다.

청년층은 이제 결혼조차 안 한다. 5년마다 발표하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30대 남성의 미혼 비율은 50.8%로 직전 조사인 2015년보다 6.2%포인트 상승했다. 30대 여성 미혼 비율도 33.6%로 올라갔다. 20대 남성의 미혼율은 95.5%, 20대 여성의 미혼율은 89.8%다. 35~39세 미혼율도 2000년 7.5%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0.7%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리나라 40세 미만 청년층이 자녀를 갖지 않고, 결혼하지 않는 건 돈 때문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 3월 발표한 '제1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6.0%가 '자녀는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자녀가 여성 경력에 제약이 된다'는 응답률은 77.6%, '자녀가 부모의 자유에 제약을 준다'는 답변은 72.8%였다. 89.0%는 '국가의 적절한 주거환경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년층이 출산과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꼽은 것들 중 공통되는 것은 돈 문제다. 그중에서도 20~30대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지출은 무엇일까.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올해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 중 40.2%가 주거비가 가장 부담된다고 답했다.

전세 거주자의 41.3%는 주거비 체감도가 '보통'이라고 답했지만, 월세 거주자의 41.9%는 '높다'고 답했다. 청년층이 월세 거주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면서도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건 전세사기 때문이다.

미디어플랫폼 어피티가 올해 3월 22일 보도한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 거주 비율은 28.4%였지만, 전세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76.4%로 높았다. 전세 선호 이유는 '월세를 부담하고 싶지 않아서'가 49.6%, '전세 대출 이자가 더 경제적'이 39.2%였다. 하지만 이들이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세사기 문제다. 월세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이들의 64.9%가 '전세사기가 걱정돼서' 월세를 택했다.

전세사기와 저출산 문제 사이에 접점이 이렇게 많지만,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급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전세사기 추가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두고 취소하며 "피해액을 대상으로 활용 가능한 타당한 재원을 마련해서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적절한 보전방안을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야당이 주도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침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며 "주택도시기금에서 최소 1조원 이상 기금 결손을 예상한다"며 그 대안으로 "LH가 피해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임대로 제공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LH가 지난 1년간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단 1건이다.

국토부는 전임 장관 시절부터 전세사기를 사인 간의 돈거래로 규정하고, 정부가 이를 구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대처해왔다. 그런데 국토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에는 무한한 책임을 느끼는 모양이다. 공적자금 25조원을 부동산 PF에 공급하는 주체는 국토교통부다. 박상우 장관도 지난 3월 "건설활력 회복과 PF 연착륙을 위한 지원방안을 관계부처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부동산 PF는 기본적으로 금융 문제다.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국토부 주장과 달리 전세야말로 사인 간의 돈 문제가 아니다. 1000조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의 12% 이상에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급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HUG가 지난해 6월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전세보증금 1058조3000억원 중에서 120조4063억원을 HUG가 지급 보증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다수는 저출산 대책의 정책 타깃인 청년층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전세사기 피해자의 71.4%가 40세 미만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밝혔듯 청년층은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출 부담이 적은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월세 주거비의 증가는 청년층 소비 여력을 상실시킨다. 대통령실이 전세사기 문제를 저출산 대책의 첫번째 정책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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