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착시'일뿐 우원식 온건 아니다…국힘 "예측 어려운 상대"

한상희 기자 2024. 5. 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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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중립은 몰가치 아냐" "저야말로 진짜 친명"
'尹저격수' 추미애보다 여론전서 오히려 불리할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5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의 예상을 엎고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보다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게 우 의원에 대한 대체적인 평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예측 가능한 강경파 추 전 장관보다 우 의원 쪽이 오히려 더 어려운 상대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인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우 의원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대"라고 평했다. 그는 "밖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합리적인 부분도 있지만 핵심적이고 중요한 문제에서 과연 추 전 장관보다 더 쉽게 풀릴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우 의원은 반기업 성향이 강한 당내 을지로위원회를 이끈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이다. 연세대 재학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하다 우선 징집된 민주당 내 대표적인 586 인사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로도 활동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 의원은 민주당 강성파 중 한 명으로, 민주당 정체성을 대변하는 의원"이라고 했다.

이에 향후 여야 협상에서도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 원내 지도부가 모두 강성 친명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여야 협상을 중재할 의장마저 강경파 인사가 선출되면서다. 대통령 지지율이 한 달 가까이 취임 후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야당과의 협상에서 여당의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민심을 등에 업은 민주당의 입법 강공 드라이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전국민 민생지원금 25만원 등을 개혁 과제로 규정하고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강성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개혁 기동단'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2027년 대선까지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더 강하게 정부·여당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은 그간 관례로 이어져 오던 국회의장의 중립 유지에 대해 반기를 들며 사실상 '탈중립'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수락 인사에서도 "민심의 뜻에 따라서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공법 3단체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되든 '명심'이 없었으면 됐겠나. 어떤 형태로든 명심이 작용했다고 보여져 굉장히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도 뉴스1과 통화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정국 당시 우 의원이 단식 농성을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중립적으로 하실 분은 아니라서 추 전 장관과 별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우 의원이 국회의장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거센 공격을 받은 만큼, 선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여 관계를 공세적으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 의원은 지난 13일 SBS라디오에서 "저야말로 진짜 친명(친이재명)"이라며 "이 대표와 거리로 따져보면 제가 굉장히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락 인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입법권 침해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여당 입장에서는 추 전 장관보다 우 의원 쪽이 오히려 더 무서운 강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추 전 장관이 의장을 맡을 경우 정부·여당을 지나치게 몰아붙인다는 여론이 작용하면서 오히려 여당이 여론전에서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우 의원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방식을 취하지만, 사실상 야당이 추진하는 입법에 힘을 실어 여당에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우 의원 선출을 두고 위기감도 감지된다. 당권 주자인 수도권 5선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추미애 당선인을 국회의장으로 뽑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며 "강성 지지층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추미애 당선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원식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이 무섭다"고 썼다.

전문가들은 우 의원이 강경파 추 당선인보다는 낫지만, 22대 국회 상황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가 민주당 당선인들 저변에 깔려 있었다"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에 좌우되는 '개딸 정당화'돼 있는 상황에서 국회마저도 '개딸 국회가 돼 버리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총의가 작동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엄 소장은 "국회 운영 방식은 좀더 소프트해질 수 있지만 내용상 국회 운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 의원이 586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데다, 과거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 과격한 발언을 많이 해 온 만큼 크게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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