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영화가 없어 봤다고?..'범죄도시' 4000만 관객의 그늘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가 누적관객 40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영화 가뭄이 나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해 말 개봉한 '서울의 봄', 올해 '파묘'에 이어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달성했지만 스크린을 채울 영화가 부족한 가운데 나온 '쏠림' 현상이어서 긍정적 지표가 아니란 평가다.
이에 일부 영화제작업계와 극장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천만 영화인 '파묘'와 '범죄도시4'도 코로나 사태 이전의 상황이었으면 경쟁작들때문에라도 천만을 달성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500만명 수준의 영화가 10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개봉작이 급감한 상황에서 극장업계는 최대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거보다 더 흥행가능성이 있는 영화를 밀어주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현상도 심화되고 있단 분석이다. 흥행 1위 영화를 보러갔던 관객이 좌석 매진으로 어쩔 수 없이 경쟁 영화를 보면서 전체 관객수가 늘기도 했던 코로나 이전 상황과 달리 관객들도 1위 영화외엔 대체 관람용으로 고려할 경쟁 영화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영화산업 역사상 1000만 한국 영화는 이번 '범죄도시4'까지 24편, 외국 영화도 9편에 불과하다. 연도별 통계를 따져도 극장가가 활황이었던 코로나 직전의 2019년에 '기생충', 어벤져스: 엔드게임', '극한직업' 등이 개봉돼 5편의 1000만 영화를 기록한 게 한해 최다 기록이다. 2019년은 역대 가장 많은 연간 관람객을 기록한 특별한 해다.
극장 관람객은 2013년 2억1335만1030명으로 2억명 시대를 처음 연 이후 2019년 2억2667만8777명으로 최다 기록을 찍고 나선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2022년과 2023년엔 1억명 초반대로 반토막났다.
첫 1000만명을 기록한 2003년의 '실미도' 이후 한 해 1편 이상의 1000만 영화가 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막바지였던 2022년 개봉한 '범죄도시' 2편은 1269만명, 극장 개봉작이 올해보다도 적었던 지난해 3편은 1068만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2년간 극장 관람객 10명당 1명 이상이 범죄도시 시리즈를 관람한 셈이다.
영화 수요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줄어든 올해 이미 '파묘'와 '범죄도시4'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해 말 개봉해 올 초까지 흥행했던 '서울의 봄'까지 포함하면 6개월 사이에 1000만 영화가 3편이나 나왔다. 6개월로만 놓고 보면 역대 최다 천만 영화가 나왔던 2019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극장 수요가 크게 줄어든 현재 상황에선 왜곡된 기록 달성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가격'이 문제라며 매달 한번인 '문화의 날'을 늘려달란 요청을 하는 등 극장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극장 티켓가격은 코로나 이후 오른 상황에서도 해외에 비해 싼 편이다. 해외 각국도 코로나 이후 마찬가지로 올랐고 미국도 멀티플렉스 기준 16달러(약 2만1500원)에서 25달러(약 3만3600원)로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 미국에 진출한 CGV도 16달러를 받는다. 일본도 1900엔(약 1만6500원)으로 다른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꽤 비싼 편이다. 시설이 우리보다 훨씬 못 미치는 프랑스 극장도 2만원 수준이다.
물가를 감안해도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보다 우리 극장이 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상위 20개국의 영화관람권 평균 가격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10위 정도로 중위권이었다.
영화관 시설만을 따져도 국내 멀티플렉스 환경이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등 우리보다 티겟값이 더 비싼 나라들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다. 시설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를 따져도 우리 극장이 객관적 평가에서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티켓값 상승보다는 '볼 영화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영화제작사들은 극장 티켓이 싸져야 관람객이 더 온다며 '극장 탓'을 하고 있지만, 스크린에 걸 영화가 없어 관람 수요 회복이 더디단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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