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서드→백업→주전' 드라마 같은 커리어...스틸야드 수호신 된 황인재 "포항에서 골키퍼로서의 한 획을 긋고 싶다"
[마이데일리 = 포항 노찬혁 기자] "포항에서 골키퍼로서의 한 획을 긋고 싶다."
포항 스틸러스가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적했고,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팀을 옮기며 박태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당연히 많은 전문가들은 포항이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포항 팬들도 올 시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포항은 1로빈이 끝났을 때 리그 테이블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2라운드 로빈 첫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거두면서 11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고 선두 자리를 유지 중이다. 박 감독 체제에서 성공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주전 골키퍼 황인재의 활약이 빛나고 있다. 올 시즌 포항은 K리그1에서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12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단 9실점. 리그에서 유일하게 한 자릿수 실점을 기록 중이다. 황인재는 리그 12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포항의 리그 최소 실점 기록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포항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황인재는 "작년에는 제 역할이 크지 않았다면 올해는 제 역할이 정말 중요하고 큰 것 같다. 그만큼 감독님이나 골키퍼 코치님이 실점을 적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지도해 주시는 것 같다. 그 부분이 최저 실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황인재는 사실 주전 골키퍼를 맡은 적이 거의 없었다. 광주FC 시절에는 서드 골키퍼로 활약했고, 안산 그리너스에서는 세컨드 골키퍼 자리를 꿰찼다. 이후 성남FC와 안산을 거쳐 2020년 포항 유니폼을 입었고 강현무의 백업 골키퍼로 활약했다.
주전 골키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김천 상무에서 주전 골키퍼 장갑을 꼈던 황인재는 포항으로 돌아온 뒤 다시 백업으로 전락했지만 지난 시즌 강현무가 김천으로 입대하며 윤평국을 제치고 주전 골키퍼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 황인재는 46경기에 출전해 클린시트 15개를 기록했고 리그 전경기에서 풀타임으로 출전했다.
황인재는 "포항으로 오기 전 (윤)평국이형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동계 훈련 기간에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때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고 그래서 선택을 받게 된 것 같다. 1년 내내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남들 쉴 때 운동하고, 남들이 놀 때 쉬었다. 그렇게 준비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포항이 FA컵(現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황인재 골키퍼의 영향이 크다. FA컵 4강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황인재는 승부차기 선방을 기록하며 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3일 후 펼쳐진 전북 현대와 결승전에서도 선방 퍼레이드를 선보이며 우승에 기여했다.
황인재는 "처음으로 제가 들어본 우승 트로피였고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 감격의 순간이었고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감독님이 믿어주신 만큼 이제 뭔가 보답을 해드린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황인재는 박 감독 체제에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박태하 감독은 황인재에게 많은 빌드업을 주문하고 있다. 황인재는 롱킥, 패스, 양발 사용 등 빌드업에 중요한 요소를 모두 갖춘 골키퍼로서 포항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황인재는 "작년에는 이제 골키퍼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골키퍼가 차지하는 빌드업의 비중이 적었는데 지금 박태하 감독님은 빌드업의 시작이 골키퍼부터라고 하셔서 저에게 요구하는 게 있다. 어렸을 때 필드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빌드업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고 더 잘할 수 있게 끄집어 내주신 게 박태하 감독님이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겨울에 빌드업을 준비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가 동료들을 믿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믿음을 주시면서 요구를 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감독님이 저에게 그냥 날개를 달아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황인재는 그동안의 활약을 인정 받았다. 황인재는 ‘에스포항병원 선정 4월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황인재는 "포항 4월의 선수로 선정됐다는 것에 대해 그만큼 올해 저에게 기대감이나 영향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도 더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황인재의 맹활약에도 골키퍼 포지션이다 보니 주목을 잘 받지 못하고 있다. 황인재는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최근 제 경기력이나 팀에 미치는 영향이 그게 승리로, 승점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주목을 확실히 못 받는다고 더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고 감수하면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제 오는 7월 이후 포항의 주전 골키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현무가 김천에서 제대하고 포항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황인재는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동기부여가 돼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경각심, 두려움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좋은 쪽으로 영향이 있다. 서로 긴장하고 풀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황인재는 "기회가 된다면 정말 포항에서 골키퍼로서의 한 획을 긋고 싶다.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하면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묵묵히 뒤에서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에 맞게 팬 서비스로 보답하려고 한다. 팬들이 있기에 저희가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을 해드리는 게 선수로서 해야 할 도리인 것 같고 가족 같은 마음이 크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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