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서 펼치는 ‘작은 정원’…수업 들으니 한 발짝

허윤희 기자 2024. 5. 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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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는 사람에게 정원은 동경의 대상인데."

지난 14일 오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테마가든 텃밭 한가운데, 이경수(69)·주정희(66)씨 부부가 쭈그리고 앉았다.

두 부부가 참여한 '가든 클래스' 수업은 정원의 기본 이해, 식물 관리법 등 정원에 대해 기초 지식이 없는 시민 누구라도 신청할 수 있는 정원 교육 입문 프로그램이다.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주최한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에서 '올해의 정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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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가든 클래스’ 수업 가보니
“오감 정원 가꾸면서 가장 높은 단계는
식물 돌보며 ‘마음의 소리’ 귀 기울이기”
게티이미지

“아파트 사는 사람에게 정원은 동경의 대상인데….”

지난 14일 오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테마가든 텃밭 한가운데, 이경수(69)·주정희(66)씨 부부가 쭈그리고 앉았다. 어설픈 호미질을 하던 이씨는 “아파트 베란다에라도 작은 정원을 흉내 내보려고 나왔다”고 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주씨도 흙 묻은 빨간 목장갑을 털며 “꽃과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 좋아하는데, 키울 때마다 오래 못 가고 죽었다. 물주기, 화분갈이 등 기초부터 배우니 좋다”고 말했다. “퇴직하고 남편과 같이 할 취미생활이 생긴 건 덤”이라며 웃었다.

두 부부가 참여한 ‘가든 클래스’ 수업은 정원의 기본 이해, 식물 관리법 등 정원에 대해 기초 지식이 없는 시민 누구라도 신청할 수 있는 정원 교육 입문 프로그램이다. 벌써 세번째, 이날 수강생 20명이 ‘초화류 심기’ 현장 실습에 나섰다.

서울대공원에서 정원 조성 실습 교육을 하는 박공영 우리꽃 대표. 허윤희 기자

“식물 모양과 색을 보고 향을 맡고 만지고 맛도 보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오감으로 느끼는 그곳은 어디든 ‘오감 정원’이 됩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박공영 우리꽃 대표는 “집 안 베란다부터 시작해도 좋다”며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것은 위안과 힐링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오감 정원을 가꾸면서 가장 높은 단계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따로 방법은 없다. 박 대표는 “식물을 돌보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뭔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잠시 뒤 박 대표는 50㎡의 작은 텃밭을 돌며 수강생들과 함께 심을 식물 위치를 정했다. 식물 길이와 모양 등을 보고 배치도를 그리는 작업이었다. 박 대표는 “수강생들이 이 정원의 주인이다. 이들이 직접 식물들을 어디에 배치할지 정해야 한다”며 “정원의 가장 핵심은 자기만족, 행복감이다. 내가 보기에 예쁘고 좋은 게 우선이다. 그래야 공간에 대한 애착이 생기면서 나의 정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배치도를 따라 모종을 심는 곳곳에서 난감한 표정이 읽혔다. 초보자들에겐 비닐 포트(화분)에서 모종을 온전히 빼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비닐 포트를) 뒤집어 위쪽을 툭툭 쳐 보세요. 잔뿌리도 상하지 않고 모종이 잘 빠지지요.” 박 대표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수강생들은 직접 호미로 땅을 파고, 그 속에 수국, 에메랄드그린 등을 심기 시작했다. 빈 텃밭이 점점 푸른 정원으로 바뀌었다. 20명 얼굴에도 푸릇한 생기가 올라왔다.

모종을 심고 있는 ‘가든 클래스’ 수강생. 허윤희 기자

정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든 클래스’ 교육은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울대공원 정원에서 ‘정원친구’(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자격이 생긴다. 서울대공원 안에만 모란·작약원, 장미원, 웰컴가든, 이끼가든, 꽃길정원 등 크고 작은 정원이 120여개에 이른다. 서울대공원은 지난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주최한 아름다운 정원 공모전에서 ‘올해의 정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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