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단골은 없다”… 쿠팡이 ‘알테쉬’보다 무서워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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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 쓸어내는 행동만으로 더 나은 가격과 서비스 조건을 골라 (경쟁) 유통업체에서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김범석 쿠팡 의장은 36분간 이어진 올 1분기 쿠팡 실적 관련 투자자 간담회에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 쓸기(a swipe of the finger)”란 말을 두 번 썼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중국발 초저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소비자가 언제든 경쟁업체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의미가 녹아있다는 해석이다. 이커머스 시대엔 ‘충성 고객’을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은 쿠팡의 수익성도 악화시켰다. 쿠팡의 1분기 영업이익은 40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1억700만달러) 대비 60% 이상 줄었다. 쿠팡이 순이익이 아닌 순손실(2400만달러)을 기록한 것은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WEEKLY BIZ는 쿠팡의 실적 발표 자료와 간담회 녹취록 등을 분석했다.
◇1. 그래도 이용자 수는 늘었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발 이커머스 공세에도 쿠팡 이용자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 1분기 쿠팡의 제품 커머스(거래)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의 수는 2150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1860만명)보다 16% 늘었다. 다만 이용자 1인당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 변동의 영향을 제거하더라도 올 1분기 이용자 1인당 매출은 31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 증가했다.
쿠팡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 “이용자의 이용 빈도나 (개별 이용자의) 지출 규모 역시 중요한 성장 지표”라고 언급했다. 전체 이용자 수가 아무리 는다고 해도 쿠팡을 자주 이용하지 않거나, 물건을 거의 사지 않는다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쿠팡에서 물건을 많이, 자주 사지 않는 초기 이용자가 늘면서) 단기적인 ‘희석 효과’(1인당 평균 구매 금액 감소)가 발생했다”며 “최근 두 분기 동안 늘어난 신규 이용자들도 점차 기존 이용자들의 높은 지출 수준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2. ‘알테쉬’보다 무서운 건 소비자
김 의장은 간담회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나오기 전부터 자진해서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대해 언급했다. 다만 이들 기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경쟁자’나 ‘라이벌’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국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우리에게 시장의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는 점을 상기시켜줬다”며 “또한 유통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고객들이 더 나은 구매 조건(가격·서비스·품질 등)을 찾아 이동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됐다”고 했다.
유통업계나 결제 기업 관계자들은 전자상거래가 보편화한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단골의 실종’을 꼽는다. 김 의장은 “소비자들은 모든 거래마다 새로운 ‘표’를 행사하듯 망설이지 않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동해 돈을 쓴다”며 “우리는 모든 개별 거래에서 최적의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의 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3. 투자와 혜택 늘려 소비자 잡는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자료에서 “우리는 한국의 5600억달러 규모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지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며 “우리는 고객들이 ‘와우’ 하고 놀랄 수 있도록 하는데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쿠팡은 우선 기반 시설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의장은 “앞으로 수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 자본 지출(Capex)을 통해 물류·배송 기반 시설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도서·산간 지역에서도 우리의 가장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유료 멤버십(와우 멤버십) 혜택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무료 배송과 반품, 특별 할인 혜택 등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이 지난해 30억달러 규모였는데 올해는 40억달러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와우 멤버십 혜택 중 하나인 쿠팡플레이(OTT)에선 유럽 프로축구 경기를 중계하고,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에선 와우 멤버십 가입자에게 배달비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김 의장을 비롯한 쿠팡 관계자들은 간담회에서 와우 멤버십 요금 인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쿠팡은 지난달 13일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4. 명품 플랫폼에선 적자 탈출이 목표
쿠팡은 사업 영역을 크게 매출과 이익의 근간이 되는 ‘제품 커머스 부문’과 상대적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인 ‘성장 사업 부문’으로 나눈다. 제품 커머스 부문의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런데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핀테크, 해외 사업 등 성장 사업 부문의 EBITDA는 1분기에 1억8600만달러 손실을 기록해 손실 규모가 지난해 1분기(4700만달러)의 네 배 수준으로 커졌다.
쿠팡이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의 실적은 이번 1분기부터 실적에 처음 편입됐다. 앞서 파페치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올해 1월 쿠팡에 인수됐다. 쿠팡은 실적 발표 자료에서 “파페치의 실적을 추가하면서 올해 성장 사업 부문의 EBITDA 손실은 7억5000만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1억달러가량 늘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파페치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서비스 수준이나 고객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파페치를 안정화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 연말 정도에는 EBITDA 기준으로 ‘흑자’ 전환을 노려볼 수 있도록 초기 단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부분 기업이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쿠팡은 신중한 분위기다. 김 의장이 간담회에서 AI 관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것을 제외하면 실적 발표 자료와 프레젠테이션에서 AI에 대해 별도로 언급은 없었다. 김 의장은 AI 활용 관련 질문을 받자 “검색과 광고, 운영 부문에서 거대 언어 모델(LLM)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와 마찬가지로 테스트를 반복하면서 향후 수익성에 대한 명확한 ‘잠재력’을 확인하는 경우에만 추가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5. 소프트뱅크와의 관계는?
쿠팡은 지난달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회사 주식을 1억7800만달러어치를 되샀다고 밝혔다. 아난드 CFO는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소프트뱅크 산하 벤처캐피털(VC)인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을 꾸준히 매각하는 상황에서 회사의 주식 재매입 결정은 주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프트뱅크의 쿠팡 주식 보유 규모는 2021년 말 150억달러에서 올해 3월 말 55억달러까지 줄었다.
한 애널리스트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쿠팡 주식을 직접 사들일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아난드 CFO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소프트뱅크는 우리의 주요 주주 중 하나”라며 “좋은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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