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보다 많아진 ‘주머’, 1.5배 많이 벌지만 일은 25% 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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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Z세대(1997~2012년 출생)의 수가 현업에 있는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의 수를 뛰어넘을 전망이라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에만 6000명 이상의 Z세대 최고경영자와 1000명 이상의 Z세대 정치인이 등장하는 등 Z세대 리더들도 사회 전반에 모습을 드러낸다. Z세대의 부상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생산가능인구(15~64세) 기준 Z세대의 인구는 2022년에 이미 베이비부머를 넘어섰다.
전후(戰後) 고도성장기에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부머만큼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해서 ‘주머(Zoomer·Z세대+부머)’라고도 불리는 Z세대가 어느새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Z세대만 2억5000명을 넘어섰고 이 중 절반이 현재 직장에 다니며 사회 생활을 한다. WEEKLY BIZ는 이 ‘주머’의 특성을 분석했다.
◇알고보니 부유한 세대?
Z세대는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진정한 첫 번째 ‘디지털 네이티브(원어민)’란 특성 때문에 지금껏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독특한 경제 상황도 이 세대를 여타 세대와 구분 짓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주머 직장인’은 의외로 일자리가 넉넉한 시대를 타고났다. 베이비부머가 썰물 빠지듯 은퇴하며 일자리 공백이 커진 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터로 복귀하지 않는 자발적 은퇴자까지 더해지며 주머 구직자에겐 ‘넓은 구직 기회’란 선물이 주어졌다.
실제로 주머의 청년 실업률은 앞선 세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OECD 평균 청년 실업률은 최근 약 13%까지 떨어져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던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도 2013년 58.4%에서 2022년 31.4%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넘치는 일자리로 인한 인력 부족은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이란 혜택을 줬다.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빚에 허덕이는 세대’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적어도 미국 등 일부 서구 국가의 주머 임금은 과거와 견주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다.
미 노동부 산하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16~24세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13%까지(2022년 10월 기준) 치솟기도 했다. 같은 기간 밀레니얼세대(1980~1996년 출생)의 임금 상승률이 6.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영국도 18~21세의 평균 시간당 임금이 지난해 15% 상승하며 다른 연령대를 크게 앞질렀다. 미국기업연구소가 세금, 물가 등까지 감안해 세대별 실질소득을 비교한 결과, 현재 일반적인 25세 Z세대의 연간 소득은 4만달러 이상으로 같은 나이 때 베이비부머가 받던 실질 소득보다 50% 이상 높았다.
◇일에 대한 관념도 확 바뀌어
Z세대는 이처럼 일자리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실질 소득 수준도 오르며 ‘일에 대한 태도’도 과거와 현격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경제지 포천은 Z세대 전문가이자 세대동역학센터(Center for Generational Kinetics) 설립자인 제이슨 도시를 인용해 “다른 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이 (직장 업무 시간인)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난다’고 생각하는 반면, Z세대는 종종 자신의 정체성이 ‘직장 밖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Z세대는 현재 속한 내 직장을 통해 나 자신을 정의해야 하는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도 줄어 2022년 15~24세 미국인들이 ‘일 및 업무 관련 활동’으로 보내는 시간은 2007년보다 25% 줄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Z세대는 일에 대한 몰입도나 기대 측면에서도 이전 세대와 차이를 보였다. 세대별 행동이론 분야 전문가인 샌디에이고 주립대 진 트웬지 교수가 시기별로 12학년(한국 고3에 해당) 학생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미래 직장 생활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2013년 77%에서 2022년 59%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Z세대와 일하려면
마치 영어 원어민으로 자란 해외 교포들이 한국어엔 익숙지 않을 수 있듯이, 디지털 원어민인 Z세대는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 밖 생활엔 익숙지 않다는 특성도 보인다.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의 저서 ‘불안한 세대’에 따르면, Z세대는 디지털 친화적 특성이 강해 하루 평균 대면 사교 활동이 38분에 불과할 정도다.
새로운 시도 자체를 않으려는 특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성인 Z세대의 56%만이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있다고 답했고,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 답한 비율도 58%에 불과해 다른 세대보다 낮았다. 연구소는 “Z세대의 일탈이 적은 것은 도덕적으로 훌륭해서라기보다는 위험 감수를 기피하는 성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런 Z세대의 특성와 함께 직장 생활을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포브스는 Z세대와 함께 일하기 위해선 “직장 내 상황에 대해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자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소셜미디어와 트렌드에 익숙한 Z세대 직원들에겐 회사의 업무 방식을 주도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새로운 표준’을 제안하게 ”고 전했다.
☞주머(Zoomer)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의 ‘부머(Boomer)’와 Z세대의 ‘Z’를 합쳐 만든 단어. 베이비부머가 엄청난 인구수를 바탕으로 기존 세대와 다른 특징을 보였듯이, Z세대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접하며 성장해 기존 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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