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민감 게임업계…신작 개발 속도낸다
'멀티 스튜디오'로 운영
넥슨, 서브 브랜드 독립
엔씨, 핵심 인력 분사 추진
성장 정체에 빠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제작사 여러 개를 운영하는 '멀티 스튜디오' 전략을 펼치고 있다.
능력이 검증된 개발자를 중심으로 '독립성'을 보장하고 흥행에 성공하면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참신한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유행에 민감한 글로벌 게임업계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한편 인건비 등 늘어난 영업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한 경영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조직 일부를 분사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이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을 비롯해 회사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내부 직원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권고사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한편 일부 조직의 기능을 연내 분사해 성장시켜 가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분사하는 방식의 구조조정도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분사 규모에 따라 본사 직원은 10% 이상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일부 조직의 기능을 연내 분사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인력이 가장 많은 회사로, 현재 총 직원이 5000명이 넘는다. 2016년 2500명 수준이었던 직원은 불과 8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게임업계 호황으로 인력을 빠르게 늘렸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실적 침체가 이어지면서 인건비·마케팅비 등 비용 문제가 대두됐다.
게임 개발 조직이 분사할 경우 리니지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신규 IP 개발 임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엔씨소프트는 △동남아시아 유수 기업과의 합작사(JV) 설립 △글로벌 콘솔 플랫폼과 협업 △외부 인수·합병(M&A) 추진 등을 통해 IP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이후 IP 발굴이 필요한 크래프톤은 "참신한 IP가 더 많이 타석에 설 수 있게 하겠다"며 개발을 독립 스튜디오에 맡기고 본사는 게임 퍼블리싱에 집중하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본사 개발 조직을 분사시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게임 제작사 렐루게임즈, 소규모 프로젝트 전문 자회사 플라이웨이게임즈 등을 설립했다. 유망한 국내외 개발사를 산하 스튜디오로 편입하기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라이엇게임즈 출신이 설립한 미국 게임사 '엘로디게임스(Elodie Games)'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에는 블리자드 등 글로벌 게임사 출신 개발자가 다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영국·노르웨이 소재 신생 게임 개발사 '레드 로버 인터랙티브'에 투자하기도 했다.
넥슨은 지난달 신규 개발본부 산하 서브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을 별도의 '민트로켓본부'로 독립시켰다. 본부장으로 민트로켓의 흥행작 '데이브 더 다이버'를 개발한 '스타 개발자' 황재호 디렉터를 선임했다. 민트로켓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도전을 지향하며 만들어진 조직이다.
민트로켓은 현재 여러 중소 규모 신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경영 방침을 두고 '빅 앤드 리틀'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형 프로젝트와 참신한 중소 게임을 동시에 선보이는 전략이다. '빅'은 본사 게임본부가 '리틀'은 민트로켓이 이끄는 구조다.
'멀티 스튜디오'는 IP 개발 속도에 있어 장점이 분명하지만 본사와 개발 방향 등에서 갈등을 겪을 소지도 있다. '스타 개발자'가 독립해 경쟁작을 만드는 것은 게임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다.
이와 관련해 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스튜디오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고 확실한 보상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업계는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는 평가다. '던전앤파이터' IP로 넥슨 계열 순이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게임제작사 네오플이 대표 사례다. 게임업계에서는 "작고 헝그리한 조직이 대작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한 김형태 대표가 창업해 최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게임 유니콘 '시프트업'은 강소 게임사의 대표적 케이스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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