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땅 '라인'은 일본땅? 네이버 한일전쟁 [산업 막전막후]

이민후 기자 2024. 5. 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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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이버가 13년간 공들여 키운 라인이 일본 소프트뱅크에 넘어갈 위기입니다. 

지난달 일본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나서면서 네이버의 지분 조정을 요구했습니다. 

오는 7월까지 사실상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는 계획을 제출하라는 게 일본 정부의 요청입니다. 

문제는 라인야후는 네이버가 먹거리로 키우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 미래가 걸려있다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한일 기업문제를 넘어 외교적 문제로 확산된 이번 이슈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민후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일단 상황 정리해 주시죠. 

[기자] 

문제가 된 건 지난해 11월 발생한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51만 유출건입니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자 일본 총무부가 수차례 행정지도에 나섰는데요. 

이 과정에서 총무성은 '네이버와 자본관계 재검토' 등을 포함한 경영체계 개선을 지난달 1일 요청했습니다. 

현재 라인야후의 지분은 네이버가 50%, 소프트뱅크가 50%를 가지며 양분하고 있는데요. 

일본 총무성이 사실상 네이버에 일본 사업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요구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통신 관련 산업은 규제 산업이라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인 만큼 라인야후와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데이터 주권과 관련된 패권경쟁입니다. 

현재 라인 야후는 일본에서 포털과 메신저 시장을 모두 장악한 거대 기술 플랫폼 기업입니다. 

라인야후를 가지면 일본의 데이터를 얻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동시에 '경제 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기시다 내각의 성격과 맞물립니다. 

일본 정부가 강경하게 나오자 라인야후도 네이버와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라인의 아버지'인 신중호 라인야후 대표이사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가 오는 6월 18일 정기 주주총회서 이사진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조직개편이 이뤄지고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대표이사 사장은 "거의 모든 서비스에 대해 (네이버) 위탁의 종료, 내재화와 대체 수단 목표를 세웠다"며 "기존 서비스 개발과 사내 시스템 위탁 등은 제로(0)로 한다"라고 밝히면서 기술 독립선언에 나서면서 네이버 지우기까지 이룰 속셈입니다. 

[앵커] 

'기술 독립'까지 선언할 정도면 라인야후가 한국과의 관계를 끊겠다는 건데 일단은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0일 네이버는 입장문을 내고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분을 안 팔고 버틸 경우 일본 정부가 가할 행정 제재와 기타 부수적인 사업상 손해보다 지분을 파는 게 낫다는 판단인 셈입니다. 

현재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은 약 32% 정도인데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약 2조 8천500억 엔(약 25조 원)으로,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지분 32%의 가치는 8조 원 규모입니다. 

네이버가 이를 전량 매각 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최소 10조 원 이상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자본싸움으로 번진 AI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금이라도 확보하자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성엽 /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이제 AI 관련해서 워낙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잖아요. 일본 쪽에서 지분 매각한 대금을 가지고 동남아 사업 쪽에 투자를 하게 되면 그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요.] 

[앵커] 

결국은 확보한 매각 대금으로 투자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데 문제는 일본 측 이용자를 잃었을 때의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인이 AI 시대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기 때문입니다. 

라인은 일본 이용자만 9천600만 명으로 국민 플랫폼에 올라섰고 대만과 태국 등 동남아로 넓히면 2억 명가량이 활용하는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만약,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 측에 넘긴다면 일본 쪽 데이터를 잃게돼 아시아 지역에서 AI 지배적 사업자로 오르려는 네이버의 구상에 차질 생길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라인야후의 지분을 넘긴 되면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라인플러스의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라인야후 지분을 넘길 경우 자회사인 Z인터미디어트글로벌의 경영권도 넘어가면서 손자회사인 라인플러스의 경영권 역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최병호 /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장 : 라인이 국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보니 (일본이) 라인을 지배하면 네이버 같은 걸 갖는 거예요. 네이버가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고 있잖아요. 라인을 통해 베트남, 인도, 싱가포르 이런 쪽을 (플랫폼으로) 지배할 수가 있어요.] 

[앵커] 

정부는 원칙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반일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발언 수위가 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기자] 

당초 개입하자니 한일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까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문제는 국민 정서입니다. 

IT시민단체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한일투자협정'과 '한국 기업 차별 금지'라는 원칙에 근거해 일본 정부에 네이버 답변 기한 연장을 요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야당 역시 "우리 기업이 자기 지분을 일본에 다 빼앗기고 기업을 넘겨주게 생겼다"며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우리 기업과 국익을 지켜야 할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여론 악화에 정부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네이버가 7월에는 지분 매각안을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성태윤 / 대통령실 정책실장(지난 14일) : 일본 정부도 수차례 이번 행정지도에 지분 매각이라는 표현이 없고 경영권 차원의 언급이 아니라고 밝힌 만큼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대책이 제출되는 경우 일본 정부가 자본 구조와 관련돼 네이버의 의사에 배치되는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실상 우리 정부가 네이버에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입니다. 

[앵커] 

정부는 네이버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는 거라고 확실하게 단언하진 못했죠? 

[기자] 

정부 입장에서도 네이버의 의중을 섣불리 밝히기 어려운 탓입니다. 

현실적으로 지분 매각 선택을 한다면 대국민 융단폭격을 맞게 되고 지분 매각 의지가 있다면 대외적으로 공표하기에는 향후 협상 과정을 고려했을 때 부담스럽습니다. 

정부가 네이버 측에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요청을 한 만큼 물밑에서 본심은 나왔을 수도 있으나 네이버에서 밝히긴 조심스러운 모양새입니다. 

[앵커] 

양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네이버는 고심하게 됐는데 향후 어떻게 될까요? 

[기자] 

기업 간 지분 싸움에서 국가 문제로 비화된 만큼 네이버의 의중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지분 매각을 할 경우 소프트뱅크 이외의 기업에 매각 시도를 하면서 몸값을 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동시에 협상 조건으로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라인플러스를 지켜내는 것이 필수적이라 여겨집니다. 

만약 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의 감시 도마 1순위로 오를 텐데 향후 한국 정부의 방패가 꾸준히 작동할 수 있을지가 변수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10일 낸 입장문에서 입장 변화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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