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리 피격 배경은…"정치 양극화 극심, 내전 직전"[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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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親)러시아 성향의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59)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은 현재 슬로바키아 내 '정치적 양극화'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 또한 총리 피격 사건에 대해 "대중과 언론인, 모든 정치인에게 증오심 확산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고 싶다"며 "우리는 내전 직전에 있다"고 했다.
정치 부패를 침묵시키기 위한 청부 살인에 충격을 받은 슬로바키아 국민들은 같은 해 3월 큰 시위를 벌였고 피초 총리는 결국 사임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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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얀 쿠치악 암살 사건' 후 '정치적 갈등' 더욱 격화돼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친(親)러시아 성향의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59)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은 현재 슬로바키아 내 '정치적 양극화'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두고 슬로바키아는 '내전 직전' 상황에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15일(현지시간) 피초 총리는 내각 회의를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서다 괴한이 쏜 총에 맞았다. 한때 생명이 위독하다는 설도 돌았지만 다행히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바키아 정치권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총리 피격을 두고 '네 탓 공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주자나 카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우리가 목격한 증오의 수사는 이제 멈춰야 한다"며 "제발 (상대를 향한 비판을) 그만두자"고 말했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 또한 총리 피격 사건에 대해 "대중과 언론인, 모든 정치인에게 증오심 확산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고 싶다"며 "우리는 내전 직전에 있다"고 했다.
여권은 이를 받아쳤다. 피초 총리의 사회민주당(스메르) 소속 루보스 블라하 의원은 의회에서 야당을 향해 "총리는 당신들의 증오 때문에 오늘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소리쳤다.
극우 성향으로 피초 총리와 연정을 맺고 있는 안드레이 단코 국민당 대표도 야당에 "만족하느냐"면서 "언론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사실상 '정치 싸움'을 선포했다.
슬로바키아는 지정학적·역사적으로 주변국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통상적으로 슬로바키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성향으로 각각 구분되는 서유럽과 동유럽 사이인 중앙 유럽에 위치해 있는데, 과거에는 동유럽 국가인 소련(현 러시아)의 위성국으로 지냈다.
1990년대 이후 반(反)러정책을 펼치면서 서유럽 국가들이 다수인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으나 위치적·역사적 특성상 러시아와의 경제·외교관계 또한 면밀히 살피는 나라가 됐다.
폴리티코는 당초 '체코슬로바키아'였던 이 나라가 1993년 '슬로바키아'로 완전 독립한 것을 배경으로 "슬로바키아에서는 사회적 분열이 항상 정치를 괴롭혔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1989년 동유럽 전역에 걸친 혁명 이후, 공산주의 국가였던 이 나라는 갑자기 무자비한 자본주의로 급변했다. 75년간 안정적인 국가 파트너였던 체코와 갑작스럽게 이혼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도시와 마을, 젊은이와 노인, 슬로바키아 애국주의자와 체코슬로바키아 국제주의자 등 모두가 낯선 지형에서 자신의 기반을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짚었다.
최근 들어 무엇보다 이 같은 '정치적 갈등'을 격화시킨 사건으로는 2018년 2월 저널리스트 얀 쿠치악이 그의 약혼녀와 함께 집에서 총으로 암살당한 일이 꼽힌다. 얀 쿠치악은 당시 범죄 조직(마피아)과 피초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 간 유착 관계를 취재 중이었다.
정치 부패를 침묵시키기 위한 청부 살인에 충격을 받은 슬로바키아 국민들은 같은 해 3월 큰 시위를 벌였고 피초 총리는 결국 사임에 이르게 됐다.
이후 피초 총리는 물론 그와 연계돼 있는 정치인, 판사, 고위 경찰, 장교 등이 부패, 권력 남용 등 다양한 이유로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피초 총리는 지난해 9월 치러진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부활했다. 피초 총리와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을 범죄 혐의로 기소했던 인사들과 언론 등에 대해 보복에 나섰다.
이번에 피초 총리를 저격한 용의자로 지목된 71세 작가는 "나는 이 정부의 정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언론과 사법부에 대한 탄압'을 언급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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