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중국 사업 정리…끝나지 않는 구조조정
국내서 인력 감축 및 상장폐지 추진
국내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사업장의 인력을 감축하는 한편 중국법인들의 청산과 매각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락앤락의 상장폐지 후 회사의 주요 자산을 계속 정리하는 방식으로 엑시트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법인 1개 남는 중국
락앤락은 중국법인 락앤락일용품(소주)유한공사(이하 소주법인)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잠재매수자와 협의 중이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매각 대상인 락앤락 소주법인은 락앤락의 하나 남은 중국 내 생산법인이다. 지난해 매출액 196억원, 순이익 8억원을 내 중국법인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락앤락은 올해 중으로 락앤락무역(심천)유한공사(심천법인)와 북경락앤락무역유한공사(북경법인)를 청산할 예정이다. 락앤락 심천법인과 북경법인은 중국 내에서 영업을 맡은 법인으로, 지난해 각각 35억원, 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들 법인의 청산과 매각이 완료되면 락앤락의 중국법인은 영업법인인 상해락앤락무역유한공사(상해법인) 하나만 남게 된다. 락앤락이 중국 내 생산법인을 모두 정리하고 영업법인 한 곳만 남기면서 업계에서는 락앤락이 중국 사업을 아예 정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락앤락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진출 첫해부터 중국사업은 락앤락의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책임지는 '효자'였다. 실제로 락앤락은 2013년 전체 매출(5017억원) 중 절반 이상인 2729억원을 중국에서 내기도 했다. 이후 2018년까지는 딱 한 차례를 빼고 매년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중국 매출이 감소하면서 한국과 중국 매출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락앤락은 지난해 국내에서 2194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중국 매출은 1397억원에 그쳤다.
이에 락앤락은 순차적으로 중국 사업을 정리해왔다. 2021년에는 생산법인 위해 하나코비일용품유한공사를, 이듬해에는 또 다른 생산법인인 위해락앤락유한공사를 매각했다. 당시 락앤락은 분산돼있던 중국 내 생산시설을 소주법인 한 곳으로 일원화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소주법인마저 이번에 매각 대상에 포함되면서 락앤락은 중국 내 생산시설을 모두 정리하게 됐다.
다만 락앤락은 중국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락앤락 측은 "중국에 영업법인을 여러 개 설립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영업법인을 청산하고 상해법인으로 통합하기로 했다"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마저 적자 전환
락앤락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안성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이 희망퇴직에는 90여 명이 응했고, 30여 명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 사업장의 입사 4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약 50여 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락앤락이 국내외에서 사업을 잇따라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락앤락은 2021년 5430억원의 매출액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지만 이후 매출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211억원의 손실까지 내면서 전신인 하나코비에서 분할 설립된 2005년 이후 18년만에 첫 적자를 내기도 했다.
락앤락의 올 1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 락앤락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0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3% 줄었고 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대해 락앤락 측은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홈쇼핑 채널 매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하락했다"면서 "영업이익의 경우 퇴직급여 등 일시적 비용 반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로 주가마저 크게 하락하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의 엑시트도 어려워지고 있다. 어피니티는 배당, 유상 감자 후 주식 소각, 해외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계속 투자금을 회수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락앤락 인수 당시 투자했던 6300억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어피니티는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선 상황이다.
비상장사의 경우 여러 공시 의무나 다른 주주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후 어피니티가 보다 자유롭게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락앤락은 추후에도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사업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락앤락 측은 "최근 락앤락 클래식 제품을 호주, 필리핀, 대만, UAE, 남아공 등 세계 각국에 출시하고 있으며 환경 정책에 민감한 독일 등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국가별 특화 판매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CIS(독립국가연합), 중남미 등 신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