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가 같이 띄운 것들
“너가 다른 시간 속에 있다 해도 다 뛰어넘어서 널 보러 갈 거야.”
내 ‘최애’가 갑자기 죽었다. 그런데 시간을 돌려 최애를 살릴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타임 슬립으로 과거로 돌아갔는데 알고 보니 최애는 내 옆집에 살고 있었고, 심지어 남몰래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면?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평범한 덕후였던 임솔(김혜윤)이 자기가 덕질하는 아이돌 가수 류선재(변우석)가 자살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타임 슬립을 하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다.
드라마는 톱스타와 팬의 로맨스라는 흔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률은 4%대에 불과하지만 높은 화제성으로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 라는 말과 함께 드라마에 나온 노래, 주연 배우들의 전작들에 대한 역주행 신드롬까지 낳았다. ‘선업튀’와 함께 뜬 것들을 살펴봤다.
선재가 누구야? 변우석의 재발견
‘선업튀’에는 톱스타 배우가 없다. 선재 역을 맡아 새로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변우석은 지난 2015년 모델로 데뷔했다. 2016년 <디어 마이 프렌즈>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9년 차 배우지만 이 드라마 전까지 인지도가 높진 않았다. 드라마가 뜨면서 그가 단독으로 출연한 <런닝맨> 시청률은 3개월 만에 4%로 상승했고, 방송인 홍석천과의 오래된 인연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태국 방콕, 홍콩 등 아시아 팬미팅 투어도 예정돼 있다.
여자 주인공 김혜윤 역시 2018년 드라마 <SKY 캐슬>에서 경쟁심 강한 우등생 강예서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선업튀’가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그가 2019년 출연했던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도 현지 OTT 플랫폼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저기 맨날 갔었는데!’ 고증 잘 된 MZ 레트로
드라마의 두 번째 인기 요인은 ‘MZ 레트로’다. 솔이가 타임 슬립해 도착한 시점은 2008~2009년이다. 옛날이긴 하지만 대표적인 ‘레트로 드라마’인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리는 1980~1990년대만큼 오래된 과거는 아니다.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들이 학창 시절에 즐겨 듣던 노래, 자주 찾던 장소를 등장시키며 2030 시청자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들은 MP3에 줄 이어폰을 꽂아 노래를 듣고, ‘싸이월드’로 일촌 신청을 하거나 서로의 일상을 몰래 살핀다. 비오는 날의 배경음악으로 윤하의 ‘우산’이 깔리고, 선재가 버스에서 못 내린 솔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장면에서는 러브홀릭의 ‘러브홀릭’이 흐른다. 당시 유행했던 식빵과 생크림을 무한 리필해주던 카페 ‘캔모아’, 대학생들이 많이 가던 술집 ‘준코’도 등장한다. 2세대 대표 아이돌인 소녀시대의 권유리가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 활동 때 입었던 제복 의상을 입고 깜짝 출연하고, 수영 선수인 선재의 경쟁자로 박태환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극 중 주인공들과 같은 09학번이자 ‘선친자’인 A씨는 “같은 09학번이라 학교 다닐 때 추억이 떠오른다. 특히 김형중의 ‘그랬나봐’ 소녀시대 ‘Gee’ 같은 노래를 들을 때 ‘나도 저랬었나?’ 하면서 과거를 미화시키게 된다”며 “딱 그때 다니던 곳들이 많이 나와서 재밌다”고 했다.
훌쩍 뛴 원작 웹 소설 판매량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웹 소설 판매량도 크게 뛰었다. ‘선업튀’의 원작은 2019~2021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김빵 작가의 <내일의 으뜸 : 선재 업고 튀어>다. 이 소설은 전자책과 종이책 단행본,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일 드라마 방영 후 원작 웹 소설의 조회 수가 방영 전에 비해 4배, 매출은 8.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웹툰 역시 드라마 방영 후 조회 수와 매출이 각각 3.6배, 매출은 5.5배 늘었다.
교보문고에서도 <내일의 으뜸> 은 5월2주차 소설 분야 주간 베스트 7위에 올랐다.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판매량도 드라마 공개 직전에 비해 28.5배나 뛰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하루에 한두 권 팔리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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