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여줘야 ‘진도믹스견’도 소중하게 키우는구나 할 거예요” [플랫]

플랫팀 기자 2024. 5. 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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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국내 최초 ‘유기견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귤엔터’라고 합니다. 경향신문 ‘우당탕탕 귤엔터’라는 기획을 통해 시고르자브종의 반려견 데뷔 이야기를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플랫 입주자 프로젝트’를 통해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해요.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반려견 인구가 천만 명인 시대에 살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의 다른 돌봄 영역처럼 반려견도 여성들이 돌보는 경우가 많아요. 산책을 가거나 반려견 교육 시설에 가 보면 여성 비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동물을 반려하는 이야기는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안 가족이기도 하고, 쌍방 구원물이기도 하고, 길거리 타깃이 되기도 하는 개와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 들어주시겠어요?

다섯 번째 주인공은 제주 구좌읍의 비건 식당 ‘칠분의 오’의 사장님이자 진도믹스 ‘소금이’의 보호자님입니다. 1인가구 여성이자 장애인, 비건이자 진도믹스 반려인으로서의 매일의 고민 속에 모두를 환영하는 공간을 가꾸는 소금이 보호자님의 다정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는 제주에서 비건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얼마 전 경증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어요. 사실 저는 들리는 만큼만 들으면 되어서 불편하지는 않아요. 처음 온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는 거의 비슷해서 대화가 어렵지 않거든요. 그런데 단골손님들과는 대화의 종류가 좀 더 다양하니까 ‘실은 제가 경증 청각 장애인이라 말씀하시는 걸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아요’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러면 대부분 대뜸 ‘어머, 죄송해요’라는 반응이에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뭔가 당황스럽게 만든 거죠.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이야기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저도 안 들린다는 감각에 대해서 전혀 상상도 못하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장애가 왔고, 그냥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려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런데 식당을 운영하며 일을 해야 되다보니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하고 부딪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청각장애인이라고 모두에게 매번 밝혀야 하는 건지, 그렇다고 아예 안들리는 건 아니어서 애매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집에서는 그냥 보청기 빼고 소리 크게 틀어서 유튜브 보기도 하거든요. 어쩌면 저조차도 청각장애인의 대표 이미지를 정해놓고 제가 그렇게 말해도 되는지 조심스러웠던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매일매일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계속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희 식당이 처음부터 비건 식당으로 출발했던 건 아니었어요. 계속 고민하면서 변화해온 거예요. 전엔 카페와 같은 가게를 계속 했었거든요. 워낙 다양한 재료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식당을 시작하니까 고기를 사는 단위가 10kg, 20kg 이렇게 커지잖아요. 어느 날 사온 닭가슴살 덩어리를 눈앞에 딱 뒀는데 부피감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생명이 빠져나간 어떤 물리적인 크기가 확 다가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요리를 해야 하는데 못 만지겠더라고요. 내가 못 만지는 걸로 음식을 만들어서 줄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냥 그때부터 고기를 메뉴에서 빼버렸어요.

물론 그전부터 비건 메뉴가 있었어요. 제주에 비건 식당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식당에 찾아온 사람을 굶겨서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비건 메뉴를 만들었던 거죠. 저도 비건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붉은 고기를 빼고 페스코만 쭉 하다가, 고기를 못 만지게 되면서 메뉴에서 고기를 빼고 나니까 이제 계란이나 생선 비린내가 확 느껴지는 거에요. 그래서 그냥 제가 먹을 수 있는 단계에 맞춰서 식당이 변해온 거죠. 조금 단순하게 ‘내가 못 먹는 건 안 팔지 뭐’ 이런 생각으로요.

막상 고기를 빼니까 오히려 일하기에는 편했어요. 비건 메뉴를 준비하면서 교차오염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었거든요. 교차오염 때문에 모든 물품을 두 개씩 준비해놓고 다 완전 분리해놨었어요. 이제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거죠. 채소로 요리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좋아하는 음식들을 비건으로 만들어보고 테스트하는 게 아직도 재미있어서 하는 거 같아요.

소금 보호자가 운영하는 비건 식단 전경. 소금보호자 제공

비건 식당이 된 뒤로는 특히 더 비가 많이 오거나 눈보라 치고 손님이 없더라도 정해진 시간 동안은 꼭 열어두려고 해요. 제가 비건이 되어보니까 알게 된 게 비건이 외식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제가 있는 제주 동쪽에 10~15분 거리에라도 비건이 갈 수 있는 식당이 하나만 더 있었어도 그렇게까지 안 할 수 있을텐데요. 제가 문을 닫아버려서 먹을 게 없는 사람이 생겨버리면 너무 괴롭잖아요.

‘모두를 환영하는 가게’는 저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거 같아요. 유아의자나 식기를 준비해두고 이런 거는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그냥 어른이건 아이건 동물이건 누구나 같은 무게의 생명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지원 사업을 통해서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해서 매우 기뻐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원래 그 전 가게들에서도 하고 싶었는데, 건물 자체의 모양이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할 여건이 되지 않아서 못했었거든요. 이곳은 그런 조건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화장실은 건물 구조상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해서 완전하지 않아요. 그 부분은 무척 아쉬워요.

식당 화장실에 설치된 안전손잡이와 식당 입구에 설치된 경사로. 소금보호자 제공

제가 제주로 이주한지 14년이 됐어요. 처음 이주했을 때 ‘토로’라는 나이든 대형견과 함께 살았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근이’로 알려진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이었어요. 4살 때 파양되어 제가 구조해서 키우게 된 강아지인데, 토로와 다니면 37kg 정도 되는 큰 개인데도 동네 어르신들이 예쁘다며 아는 척을 해주곤 했어요. 토로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얼마 뒤에 주차장에서 아기 강아지 ‘소금이’를 구조해서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어요. ‘진도믹스’인 소금이는 아마 제주도의 수많은 시골 방치견이나 학대견 중에 하나였겠죠.

토로와 소금이를 반려하는 동안 반려견 문화가 바뀐 것도 있고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 전만 해도 “개 삽니다. 작은 개, 큰 개”라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개장수 트럭을 보는 게 쉬웠어요. 며칠 전까지 묶여 있던 개가 사라지기도 했고요. “아기 강아지 오일장에서 사와서 먹이다가 크면 팔아서 스웨터 새로 사 입고 장 보러 갔다”며 동네 어르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들은 적도 있어요. “개는 3년 이상 키우는거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듣기도 했고요. 지금도 여전히 1m 줄에 묶인 개들도 많고, 그냥 밤 되면 마음대로 나가서 놀으라고 죽든지 말든지 풀어놓는 주인도 여전히 많아요.

산책중인 소금 . 소금보호자 제공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 목줄하고 산책시키는 강아지 보호자들이 많아졌어요. 산책하는 진도들도 많고요. 개를 데리고 여행오는 사람들도 많고, 개랑 이주해온 사람들도 많고요. 얼마 전에도 제주 항구에 묶여 있던 ‘진도믹스견’을 구조해서 반려하는 지인이랑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그 항구에 오랜만에 갔는데 또 다른 개가 그 자리에 묶여있더라는 거예요. 근데 그런 개들을 우리가 다 구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얘기를 했죠. “우리가 진도믹스견을 깔끔하게 한 뒤 예쁘게 매일매일 산책시키고 잘 키우는 걸 자꾸 보여줘야, 이런 개들도 이렇게 소중하고 예쁘게 키우는 거구나 할 것”이라고요. 말티즈처럼 소중하게 키우는 걸 보여줘야 사람들이 알게 된다고요. 미미한 일처럼 느껴진다고 해도요. 모든 것이 10년 전에 비하면 그렇게 조금씩 바뀌어온 게 아닐까요.

식당에 휠체어 접근성을 좋게 만들려는 것처럼 저는 될 수 있는 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해요. ‘되도록 채식, 칠분의 오’라는 가게 이름도 그런 의미에요. 완벽하게 채식을 하지 못하더라도 일주일 중에 며칠 정도는 채식을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이거든요. 저는 비건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완전하지 않더라도 지금 있는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방식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소금이 보호자와 소금이

모두를 환영하고 존중한다는 게 특별히 내세울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 귤엔터 이사진 : 구낙현·김윤영·금배

“애를 낳아서 데리고 다녀야지 개를 왜 그렇게 데리고 다니냐. ” “개가 일단 검정색이라 기분이 나쁘다.” “너네 부모님한테나 잘 해라”

반려견과 산책하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겪어본 적 있다는 ‘산책 시비’ , 플랫 입주자님도 경험하신 적 있으신가요? 개를 반려하며 겪게 되는 불편함이나 불합리함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플랫팀이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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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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