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우리 정부에 "진짜 여가부 없앨 거냐" 질문 

전아름 기자 2024. 5. 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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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장관도 안 오고 진전도 없고 의지도 없어" 16일 논평 발표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우리 정부 대표단에 대한민국의 성평등 정책 퇴행을 우려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 철회" 의향을 물었다. 우리 정부는 "여가부 폐지가 성평등 기능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고만 대답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단법인 온율,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젠더교육플랫폼효재, 장애인권법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12개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네트워크(이하 '참가단')는 지난 14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여성차별철폐위원회 (UN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EDAW, 이하 '위원회')의 제9차 한국 정부 본심의 내용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다. 

참가단은 "장관도 안 왔고, 진전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고 총평했다.

우선 지난 심의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표부의 대표로 참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심의에는 김기남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을 필두로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등이 참여했다.

CEDAW 위원들이 우리나라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비롯한 심각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퇴행과 한국 사회 안티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

참가단에 따르면 많은 CEDAW 위원들은 우리나라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비롯한 심각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퇴행과 한국 사회 안티페미니즘 경향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위원들은 우리 정부에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실질적 성평등 정책 추진과 여성 권리의 강화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여가부 폐지 계획을 철회할 의향이 있는지 질문했는데, 정부는 "정부는 여가부 폐지가 성평등 기능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참가단은 전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선 "한국정부는 또 다시 사회적 공감대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답변하여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참가단은 전했다. 참가단은 "법무부 등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입법을 위한 노력에 전혀 기여한 바 없다"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회와 정부뿐이다. 정부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형법 297조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CEDAW 위원들의 질의에 법무부는 "비동의강간죄 도입은 피고인에게 사실상 입증책임이 전환되며, 여성의 의지를 폄하하는 것이라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답변했다고 참가단은 전했다. 그러나 "형사범죄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강간죄 구성요건이 '동의'로 바뀌어도 형사재판의 근본 체계는 변경되지 않는다"라며 "강간죄 개정이 여성의 의지를 폄하한다는 것은 성폭력을 성차별적 구조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보지 않고, 여성 개인의 일로 사소화하는 통념"이라고 비판, 강간죄 개정으로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을 저질러도 가해자가 실질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국내 상황에 대해 CEDAW 위원이 지적하자 법무부는 "'가정의 유지'를 우선으로 하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조항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처벌법에 따라 모든 사건을 송치하고, 임시조치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참가단은 "가정폭력 신고 건수 중 20% 미만만 검거되고, 검거된 인원의 약 10%만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며, 약 50%는 가정보호 사건으로 송치된다. 구속 건수 역시 전체 검거 건수의 1% 미만이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되어도 약 50%는 불처분되며, 처분되는 건도 대부분 상담위탁 및 사회봉사 수강명령이며, 피해자 안전을 위한 접근행위 제한은 0.3%에 불과하다"라며 "전기통신 이용 접근행위제한 및 친권행사 제한, 감호위탁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의 여성폭력범죄 통계는 기존 실태조사 조합에 불과하며, 피가해자 관계, 폭력 지속기간 등 여성폭력의 발생 맥락을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낙태죄' 비범죄화가 된지 벌써 5년이 됐는데 아직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구제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규정에 대한 일부 위헌적 요소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고, 낙태죄가 전면 위헌이라거나 폐지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참가단은 전하며 "정부의 태도에 현장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고 전했다. 

참가단은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개정입법 시한(2020.12.31)을 지나 형법과 모자보건법 14조는 현재 법적인 효력을 갖지 않음에도, 보건복지부는 21대 국회에 발의되었던 전 정부의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전히 개정 방향으로서 실효를 가지는 것처럼 답변했다"라며 "위원들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 적용, 유산유도제 승인 등 구체적인 권리 보장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질문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는 수년 째 아무런 진전 없이 반복되는 답변만을 되풀이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호출산제 이후 아동의 정체성과 알 권리 침해, 장애여성의 익명출산 강제 등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 CEDAW 위원이 묻자 보건복지부는 "최대한 그 과정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고 당사자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참가단은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를 수렴할 어떠한 대안이나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선언적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장애여성이 익명출산을 강제당할 상황에 대한 사실상의 대책이 전무한 점을 오히려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성소수자 권리 보장, 부성주의 원칙 폐지,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 인신매매 및 성매매 강요 창구로 이용되는 E6-2비자 제도 개선 및 폐지, 인신매매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위안부 피해자 지원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못했다고 참가단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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