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결정해야"…美, '러 본토 타격' 묵인으로 선회하나(종합)
그간 확전우려 경계…장거리 미사일 지원과 맞물려 주목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묵인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공식 발언이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과 관련해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위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의 봄철 대공세로 점점 급박해지는 전황에 맞춰 미제 무기에 대한 사용 제한이 완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확실히 승리하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가 제공했고 계속 제공하고 있는 특별한 지원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간 우크라이나 외부에 대한 공격을 장려하거나 가능하도록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자유, 주권, 영토적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이 전쟁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자국을 위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되 러시아 영토 내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에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특히 미국은 본토 타격 자제에 대한 확약을 받은 뒤 본토를 때릴 수 없도록 사거리를 짧게 개조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도 했다.
이는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전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무기 사용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 의회(라다)의 올렉산드라 우스티노바 의원은 14일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국경 근처 1~2km 떨어진 곳에 그들(러시아)의 군사 장비가 놓인 것을 보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러시아도 우리에게 (무기 사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 종'의 원내대표인 다비드 아라크하미아 의원도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 내의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격 능력을 제한하는 백악관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통해 전해진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공식 입장은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타격 역량을 갖춘 상황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신형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무기의 하나로 기대를 받았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에이태큼스 등을 우크라이나에 서둘러 지원했다며 에이태큼스는 우크라이나 내 모든 러시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남동부에서 거센 공세를 쏟아부어 침공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 국경을 넘어 지상 작전을 집중하면서 마을 약 10곳을 장악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분명히 매우 어려운 순간에 처해 있다"며 블링컨 장관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의 주 목적은 "미국의 추가 지원을 우크라이나 방어 강화와 전장에서 주도권 탈환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성공하고 승리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캐머런 장관은 3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영국에서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내부 목표물 타격에 쓸 권리가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발언도 그동안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당부해온 '러시아 본토 타격시 사용 금지'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해석됐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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