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선출에 여야 협치 숨통 트일까…巨野 '마이웨이' 할수도
책임의장론 띄우며 '필요시 직권상정' 거론…'김건희 특검법'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계승현 오규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5선·서울 노원갑) 의원이 16일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이달 말 시작되는 22대 국회가 당초 정치권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날 경선 전까지만 해도 당내 '강경 매파'인 추미애 당선인의 의장 후보 선출이 유력하게 점쳐졌고, '개혁 의장론'을 내세운 추 당선인이 본회의장 의사봉을 쥐게 되면 민주당의 특검법·쟁점법안 강행 처리에 보조를 맞추면서 강 대 강의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추 당선인보다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우 의원이 의장을 맡게 되면서 22대 국회 운영에 그나마 협치의 숨통은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우 의원은 경선이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를 의식한 '대여 강경 마케팅' 경쟁으로 흐를 때도 의장의 정치적 협상력을 강조했다.
우 의원은 이날 경선 승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때 첫 원내대표를 했던 이력을 언급하며 "국회란 대화하는 기류가 중요하다"며 "여야 간의 협상과 협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야의 가파른 대치로 정국이 경색될 때 전임 의장들처럼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는 등 중재 노력을 먼저 기울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원식 의장'의 첫 시험대는 당장 여야 간 샅바싸움이 치열한 22대 국회 원(院) 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출범한 민주당 새 원내 지도부는 국회 상임위원장 협상에서 법안 최종 관문인 법사위와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의 위원장만큼은 절대 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1당이 의장을 가져가면, 2당은 본회의 전 최종 관문인 법사위원회 위원장을 갖는 관행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하고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 등이 소관 기관인 운영위원장도 통상 집권여당 원대표가 맡아온 관례를 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우 의원의 성향상 상임위원장 협상에서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다만 "합의가 끝내 불발된다면야 다수당인 민주당 요구대로 흐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선 원내 지도부가 추진하는 쟁점 법안들이 예상했던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간호법 등 9개 법안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특히 정국의 최대 뇌관인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의혹 특검법' 재추진 등을 놓고 의장이 여야 합의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할 경우 법안 처리는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우 의원이 당내 을지로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이끈 '민생통'인 만큼 일단 정치적 휘발성이 큰 쟁점법안보다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시각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우 의원 역시 '친정' 민주당이 추진하는 각종 개혁법안 처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공언한 터라 21대 국회 내내 지속됐던 야당의 강행 처리와 여당의 반발, 그리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도식이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도 공존한다.
실제로 우 의원은 '책임의장론'을 펼치며 여야 합의가 난망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필요하면 '직권상정' 권한을 쓰겠다고도 했다.
일각에선 그가 추 당선인에 신승을 거둔 만큼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버리더라도 '친정'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 "중립이란 몰가치적이면 안 된다.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라며 "직권상정은 국회법에서 정하고 있는 만큼 (필요하면) 그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 거부권을 제한하면서 임기를 단축해 4년 중임제로 전환하고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하자는 민주당 내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도 우 의원은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권력구조 개편 문제, 입법부 삼권분립을 분명히 하는 문제들을 개헌안에 당연히 담아야 한다"며 "현 사회에 걸맞은 헌법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개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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