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 그친 ‘秋風’, 미묘한 긴장감 감도는 ‘이재명의 민주당’

박성의 기자 2024. 5. 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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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성’ 외친 추미애, 조정식과 단일화에도 낙선 ‘이변’
이재명,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심이라고 봐야”
정치권 일각 ‘이재명 일극체제에 당선자들 브레이크’ 시각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반전을 넘어 이변이다.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의원(서울 노원을·5선)이 선출됐다. 이른바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이 추미애 당선자에게 있다는 관측에 '어국추(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 전망이 압도적이었으나, 당선자들의 선택은 '강성 친명 추미애'가 아닌 '합리적 온건파 우원식'이었다.

정치권에선 '우원식 국회의장' 체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 의원 역시 친명 성향으로, 추 당선자 못지않게 '명심'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강성 친명계 조정식 의원과의 단일화에도 추 당선자가 낙선한 것을 두고, 야권 일각에선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당내 우려가 표출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꽃다발을 받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계 교통정리에도…추미애 고배

당초 정치권에선 '추미애 국회의장 대세론'이 팽배했다. 우선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듯 했다. 유력 후보였던 친명계 5선 정성호 의원은 경선 도중 사퇴했고, 6선 조정식 의원도 추 당선자 지지를 표명하고 사퇴했다. 이에 친명계가 '명심'을 업고 '국회의장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여기에 민주당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추 당선자의 국회의장 선출 공개 지지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장 추미애-당대표 이재명' 체제를 전제한 22대 국회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이 대표가 강성 성향의 추 당선자에게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베드캅'(나쁜 경찰)을 맡기고, 본인은 협치의 물꼬를 트는 '굿캅'(착한 경찰)을 소화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예단은 오판이 됐다. 우 의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재적 과반을 득표해 추 당선자를 누르고 국회의장 후보로 뽑혔다. 우 의원은 총 투표수 169표 중 과반 수 이상 득표했다. 무효표는 0표이고,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내는 것이 관례로, 각 당이 의장 및 부의장 후보를 추천하면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우 의원은 결과가 발표되자 환한 미소로 추 당선자와 악수를 나눴다. 추 당선자도 미소를 지으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단상 앞에 선 우 의원은 "올바른 일이 있으면 여야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그런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며 "중립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고 국민의 권리를 향상시켜나갈 때 그것이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며 "국회를 구성한 국민 민심을 그대로 반영해 나가는 그런 국회의장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변'이라는 일각의 시선에 선을 그었다. 처음부터 '명심'이 추 당선자에게 있지 않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당선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친명이 어디로 쏠렸다는 것은 언론의 과한 추측"이라며 "저도 대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고, 이 대표의 미래 비전이라 할 수 있는 기본사회부위원장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누굴 향해 마음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明心' 처음부터 우원식? 결과 두고 의견 분분

우 의원이 밝혔듯, 그 역시 친명 성향으로 분류된다. 국회에 미치는 '명심'의 영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도 최우선 과제로 검찰의 국회 압수수색에 대한 강경 대응을 꼽았다. 나아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견제할 것이라 천명했다. 그는 "거부권은 대통령 권한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을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라며 "삼권 분립을 지속하려면 대통령 거부권을 아주 제한적으로,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일찍이 '탈중립' '검찰독재 청산'을 외쳤던 추 당선자에 비해 우 의원의 '친명 색채'는 분명 옅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여당 원내대표로 활동한 만큼 상대 당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하고, 당내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면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과도 활발히 소통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처음부터 '명심'이 추 당선자가 아닌 우 의원에게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14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추 당선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의 정치인"이라며 "중도층에게 굉장히 반감을 일으키는 성격으로, 통제가 어렵다"고 이 대표와의 '궁합'에 의문을 표했다. 앞서 우 의원 역시 전날(15일)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형님이 국회의장에 적격'이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의중이 실제 추 당선자였다면, 이번 국회의장 경선 결과는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연임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당선자 상당수가 당내 '친명색'이 더 짙어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추측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대해 "의회를 안정적으로 꾸려가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 더 컸던 것"이라며 "여기에 마치 친명계가 추 당선자를 추대한다는 분위기가 오히려 반감을 부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대표의 리더십에는 큰 영향이 없겠으나 추 당선자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선 결과와 관련해 이 대표는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어떤 후보도 국회의장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잘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선자들의 판단으로 당심이라고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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