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데뷔’한 하이브…‘엔터사 최초’ 타이틀 앞 놓인 과제는
내부 계열사 주주 현황·경영사항 등 공개해야
‘민희진 사태’로 부각된 멀티 레이블 문제도 재조명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데뷔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세와 위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는 가운데, '엔터사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하이브 앞에 산적한 과제도 상당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여겨졌던 멀티 레이블 구조 속 잡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하이브의 앞날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방시혁 의장도 총수로 지정…시험대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전날 발표한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하이브는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며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에는 공시 의무가 부여되고, 사익 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조치다. 지난해에도 하이브의 대기업 지정 여부에 관심이 모였으나, 2022년 자산은 4조8704억으로 집계돼 지정에서 제외된 바 있다. 하이브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조2500억원으로 성장, 올해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로 시작한 하이브는 BTS를 월드스타로 성장시킨 데 이어, 쏘스뮤직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체급을 키웠다. 2020년 10월 빅히트라는 이름으로 코스피에 상장했고, 2021년 3월에는 사명을 하이브로 바꿨다. 사명 변경 뒤 빅히트의 레이블 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해 빅히트뮤직을 설립한 뒤 본격적인 멀티 레이블 운영을 시작했다.
BTS에 이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르세라핌, 뉴진스, 엔하이픈 등이 K팝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하이브는 아티스트 라인업에 기반한 콘텐츠, 라이선싱 매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상장 당시 4개의 레이블과 7개의 종속 법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하이브의 덩치는 더 커졌다. 현재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어도어를 포함해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엔터테인먼트 등 하이브에서 운영되는 레이블은 11곳에 달한다. 연결 대상 종속 기업은 65개다.
사업도 다각화돼있다. 공연 및 콘텐츠를 기획하는 하이브360,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IPX, 게임 사업 하이브IM, 지난해 인수한 오디오기업 수퍼톤 등이다. 세계 최대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도 운영 중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까지 이 플랫폼에 합류하면서, 위버스는 사실상 팬덤 통합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이브에게 주어진 '의무'…멀티 레이블 구조 손 댈까
상장 3년 반 만에 대기업이 된 하이브에게는 6월1일부터 새로운 의무가 주어진다. 그동안 하이브는 상장사로서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보고서, 재무제표 등을 공시해왔지만, 이제부터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사 주요사항, 기업집단 현황 등을 추가로 공시해야 한다. 하이브뿐 아니라 계열사의 주주 현황과 주요 경영사항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방시혁 의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방 의장은 현재 하이브 지분 31.8%를 보유한 하이브의 최대 주주다. 방 의장이 하이브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면서, 사익 편취 규제 등도 받게 됐다. 공정위는 친인척 등 총수 일가가 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하이브에 대해서도 본격적 감시를 시작한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K팝의 위상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류 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사실을 보여준 결과로도 해석된다. 하이브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구축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분'을 풀어내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멀티 레이블 구조는 하이브의 경쟁력으로 꼽혀왔지만,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하이브와 독립 경영을 지향하는 레이블 간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방)시혁님이 손을 떼야 한다"며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최고 결정권자가 떠 있어야 하며, 그래야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건강하게 큰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된 하이브는 향후 많은 규제를 맞닥뜨려야 한다. 첫 번째 과제가 '내부 봉합'인 만큼,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배구조와 시스템을 변화시켜 나갈지도 관심사다. 레이블 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멀티 레이블 운영 방식과 관련해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의 한계에 대한 지적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대형 기획사의 제왕적 리더십과 같은 태도가 K팝 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만약의 경우 어도어가 하이브에서 분리된다고 해도, 하이브의 이름이 대기업집단에서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어도어의 자산 총액은 616억원으로, 이를 제외해도 하이브의 자산총액은 5조원 이상이다. 다만 공정위가 향후 기준액을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해 상향할 경우, 대기업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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